[하나] 영화 <내 사랑(Maudie)>

영화 <내 사랑>의 실제 주인공  루이스 모드 그녀의 작품을 들고 있는 모습

▲ 영화 <내 사랑>의 실제 주인공 루이스 모드 그녀의 작품을 들고 있는 모습 ⓒ CTV


에이슬링 월시 감독의 영화 <내 사랑>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의 순애보(殉愛譜)다. 더운 여름 날씨를 잊게 해 줄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에단 호크와 샐리 호킨스의 연기도 탁월하다. 조그만 어촌의 가난한 어부 에버렛(에단 호크 분)은 외톨이다. 여주인공 모드(샐리 호킨스 분)는 타고난 관절 기형이라는 장애 때문에 가족과 이웃의 편견과 냉대 속에 살아왔다. 처음 모드는 에버렛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사람들은 '에버렛의 성노예'라며 모드를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우연히 모드의 화가로서의 소질이 세상에 알려지고, 미국 현직 부통령이 그녀의 그림을 살 정도로 모드가 유명해지자, 사람들은 이제는 에버렛을 '아내 등쳐먹는 놈팡이'정도로 비하한다. 그러나 그들은 안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고 생겨났음을…. 외로운 사람끼리 힘들 때 만나 꽃피운 사랑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아름답고 힘이 있다.

에버렛과 모드 외로운 사람끼리 힘들 때 만나 꽃피운 사랑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아름답고 힘이 있다.

▲ 에버렛과 모드 외로운 사람끼리 힘들 때 만나 꽃피운 사랑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아름답고 힘이 있다. ⓒ 오드(AUD)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모란동백>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가수 조영남이 불러서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의 소설가 이제하가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것이다. 1937년생인 이 음유시인이 부르는 <모란동백>을 듣노라면 직업 가수가 부르는 것과는 또 다른 애틋함이 있다.

소설가 이제하는 <모란동백>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노래 가사처럼 세상은 고달프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친다. 그렇게 에버렛과 모드는 흙먼지 이는 거리를 돌부리에 채 덜커덕거리는 손수레의 바퀴처럼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나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외롭지 않다. 그래도 에버렛 당신이 있으니까. 그래도 모드 당신이 있으니까. 그래도 그림이 있으니까. "남들이 아니라 우리 둘이 손을 꼭 잡고 서로 잊지 말고 살아가면 되는 거야!" 에버렛과 모드는 서로에게 모란꽃이고 또 동백꽃이다.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라는 모드의 한마디 말에 영화의 모든 게 담겨있다.

에버렛과 모드 에버렛과 모드는 서로에게 모란꽃이고 또 동백꽃인 것이다.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라는 모드의 한마디 말에 영화의 모든 게 담겨있다.

▲ 에버렛과 모드 에버렛과 모드는 서로에게 모란꽃이고 또 동백꽃인 것이다.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라는 모드의 한마디 말에 영화의 모든 게 담겨있다. ⓒ 오드(AUD)


[둘] 영화 <플립(Flipped)>

나무 위의 소녀 줄리 우뚝 선 플라타너스에 올라가서 세상을 관조하듯 상상력을 키워가던 줄리(매들린 캐롤 분)는 이 플라타너스가 잘릴 위기에 몰리자,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기를 거부하고 벌목 반대시 위를 한다.

▲ 나무 위의 소녀 줄리 우뚝 선 플라타너스에 올라가서 세상을 관조하듯 상상력을 키워가던 줄리(매들린 캐롤 분)는 이 플라타너스가 잘릴 위기에 몰리자,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기를 거부하고 벌목 반대시 위를 한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로브 라이너 감독의 영화 <플립>(2010)은 겉으로는 사춘기 청소년의 첫사랑을 다룬 성장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첫사랑은 생애 처음이라서 새롭고, 한 번뿐이라서 애달프고, 돌아올 수 없기에 가슴 아픈 법이다.

7살 소녀 줄리의 앞집에 새로 이사를 온 소년 브라이스. 줄리는 브라이스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줄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부담스럽기만 한 브라이스. 이들이 점차 사춘기 소년·소녀로 성장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이들의 깜찍한 연기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그러나 이뿐일까? 로브 라이너 감독이 단지 첫사랑의 풋풋함과 애잔함만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로브 라이너는 영화 <플립>이라는 로맨스 영화, 사랑 영화를 통해서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자는 얘기를 에둘러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 정자나무처럼 우뚝 선 플라타너스에 올라가서 세상을 관조하듯 상상력을 키워가던 줄리(매들린 캐롤 분)는 이 플라타너스가 잘릴 위기에 몰리자,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기를 거부하고 벌목 반대시위(?)를 한다. 브라이스는 또래 친구들에게조차 이상한 애 취급을 받는 줄리가 부담스러워 그녀를 외면한다. 슬프게도 줄리의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달걀을 전하는 줄리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가져다주던 달걀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줄리의 지적장애 삼촌에 대한 줄리와 주리 가족의 긍휼한 마음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 달걀을 전하는 줄리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가져다주던 달걀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줄리의 지적장애 삼촌에 대한 줄리와 주리 가족의 긍휼한 마음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브라이스(콜런 맥올리프 분)의 아빠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찌든 사람이다. 그는 줄리가 자기 집 뒤뜰에서 정성 들여 키운 달걀을 살모넬라균에 감염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먹지 말자고 브라이스를 비롯한 전 가족을 부추긴다. 브라이스의 지적장애 삼촌의 존재에 대해서도 흰눈질 섞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줄리에게는 그녀의 마음을 깊이 공감해주는 멘토 역할을 해주는 노현자(老賢者)가 있다. 바로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다. 그는 손자 브라이스에게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가르쳐주는 인생의 가이드 역할을 자임한다. 이를 꼭 첫사랑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브라이스와 줄리가 서로 벽을 넘어서 우정을 회복하는 데는 외할버지의 힘이 크다.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는 줄리와 브라이스 영화의 마지막은 줄리와 브라이스가 함께 줄리의 집 뜨락에 작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를 심는 해피엔딩이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는 줄리와 브라이스 영화의 마지막은 줄리와 브라이스가 함께 줄리의 집 뜨락에 작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를 심는 해피엔딩이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마지막은 줄리와 브라이스가 함께 줄리의 집 뜨락에 작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를 심는 해피엔딩이다. 이 플라타너스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가져다주던 달걀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줄리의 지적장애 삼촌에 대한 줄리와 주리 가족의 긍휼한 마음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에벌리 브라더스가 부른 유명한 '사랑' 노래 '렛 잇 비 미(Let it be me)'가 잔잔하게 깔리면서 끝나는 감동적인 영화가 바로 <플립>이다. 에벌리 브라더스는 이렇게 노래한다.

"each time we meet love(우리가 사랑으로 만날 때 마다)
I find complete love(나는 완전한 사랑을 발견합니다)
without your sweet love (당신의 달콤한 사랑이 없었더라면)
What would life be? (내 인생은 어찌 되었을까요?)"

에벌리 브라더스 에벌리 브라더스가 부른 유명한 사랑 노래 <렛 잇 비 미(Let it be me)>가 잔잔하게 깔리면서 끝나는 감동적인 영화가 바로 <플립>이다.

▲ 에벌리 브라더스 에벌리 브라더스가 부른 유명한 사랑 노래 <렛 잇 비 미(Let it be me)>가 잔잔하게 깔리면서 끝나는 감동적인 영화가 바로 <플립>이다. ⓒ Warner Bros. Record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국 시민기자의 페이스북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에단호크 샐리호킨스 소설가이제하 노현자원형 렛잇비미(LET IT B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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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심리학자. 의학자) 고려대 인문 예술과정 주임교수 역임. 융합심리학연구소장(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현)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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