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재용 결심 공판 때 박사모들이 밤새 욕을 어찌나 해대는지.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우리 혜경이 한테 병X이라고 하는데! 그 때 내가 무너졌어요!"

8월 7일 이재용 결심공판을 기다리다 박사모로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1박 2일을 들어야 했던 삼성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끝내 참던 눈물을 쏟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얼마나 참고, 참았는데, 불편한 몸을 욕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삼성은 나라의 보배인데, 이거 나라 팔아먹는 짓들이야! 너네들은 다 매국노야."
"이 X새끼들 전부 다 쓸어버려야 돼."
"북으로 꺼져라. 이 빨갱이들아"
"저것들 다 쫓아버려야 돼."

23일 '이재용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서도 훼방과 위협은 끊이지 않았다. 얼굴만 봐도 소름끼친다는 김시녀 어머니와 박사모 얘기만 나와도 마른 눈물을 삼키는 혜경씨는 삼성으로부터 돈을 얼마나 받고 아직도 저러는 이도, 매국노도, 빨갱이도 아니다.

 21일 "이재용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 중인 김시녀 어머니
ⓒ 반올림

관련사진보기


삼성이 돈을 얼마 주겠다며 회유해왔을 때도, 소고기를 보내며 어루었을 때도, 반올림 교섭단에게 우선 보상해주겠다 제안할 때도 수백 명의 다른 피해자와 함께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배제없고, 투명한 보상" 요구를 신념처럼 지켰다.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농성이 700일에 가까워지도록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두 번씩 났다. 그동안 삼성이 만든 일방적이고 자체적인 보상위원회 문제를 작지만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언론에 기대어 세상에 알려왔다.

혜경씨는 뇌종양 수술 이후 휠체어를 타야 하고, 늘 어머니 손에 밥을 받아먹으며, 평생을 그렇게 어머니 보살핌에 기대 생을 힘겹게 이어가야 한다. 그녀는 안전교육 하나 안 시키고, 독한 약품 쓰게 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앗아간 삼성으로부터 기어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흔들리는 주먹을 꽉꽉 쥔다.

작년에 삼성과 겨우 합의한 예방대책만큼은 제대로 이행되길 바랐다. 그런데, 예방대책 중 하나인 옴부즈만 위원회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보도가 최근에 있었다.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장충기가 직업병 가족대책위(2014년 8월 반올림 협상단에서 따로 분리해서 나온 여섯 가족의 모임의) 대리인인 박아무개 변호사에게 고가의 공연티켓을 지속적으로 선물하는 등 공연 접대를 해왔다는 것.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사장님이 관심을 가져주는 덕분에 '삼성백혈병 옴부즈만 위원회'는 예방대책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잘 찾아가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다 하니 참담하다. 

이재용 결심공판에 반올림이 못 들어간다고 박수치며 좋아했던 박사모와 삼성직원들. 또 직업병 피해자들의 도발을 호시탐탐 노리는 친삼성 언론들, 교섭과 조정을 깨고 보상위원회를 만든 삼성의 손을 들어주며 '잘 하고 있다. 합리적이다.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되었다' 맞장구 치던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와 그 대리인. 왜 이렇게 반올림이 노숙농성을 오랫동안 하며 묵묵부담인 삼성을 향해 소리쳐야 했는지, 이해가 된다. 용서는 안 된다.

23일 재판부가 "이재용 피고인의 뇌물공여 등 사건 선고 재판의 촬영 중계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을 소홀히 하고, 책임도 방기하고 있는 삼성과 이재용의 단죄를 바라는 혜경씨와 어머니의 절망이 크다. 반올림 활동가와 함께 몇 달 동안 이재용 재판을 참관하며 권력과 돈을 가진 이라도 정의에 따라 죗값을 받길 바라던 마음에 또다시 상처가 생긴다.

이재용 선고가 있는 25일 전날인 24일 저녁 7시,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농성장(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이재용 엄중처벌 촉구, 관리의 삼성 규탄, 삼성직업병 해결”을 요구하는 <꼼짝마! 삼성> 문화제를 연다. 앞서 오후6시부터는 교대역 법원에서부터 강남역까지 행진도 할 예정이다. 한혜경 님과 김시녀 어머님은 슬픈 방진복 소녀가 찍힌 반올림 티셔츠를 입고 “이재용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발언을 할 예정이다.
▲ <꼼짝마! 삼성>문화제 열려 이재용 선고가 있는 25일 전날인 24일 저녁 7시,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농성장(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이재용 엄중처벌 촉구, 관리의 삼성 규탄, 삼성직업병 해결”을 요구하는 <꼼짝마! 삼성> 문화제를 연다. 앞서 오후6시부터는 교대역 법원에서부터 강남역까지 행진도 할 예정이다. 한혜경 님과 김시녀 어머님은 슬픈 방진복 소녀가 찍힌 반올림 티셔츠를 입고 “이재용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발언을 할 예정이다.
ⓒ 반올림

관련사진보기


이재용 선고가 있는 25일 전날인 24일 오후 7시,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 농성장(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이재용 엄중처벌 촉구, 관리의 삼성 규탄, 삼성직업병 해결"을 요구하는 '꼼짝마! 삼성' 문화제를 연다.

앞서 오후 6시부터는 교대역 법원에서부터 강남역까지 행진도 할 예정이다. 한혜경씨와 김시녀 어머니는 슬픈 방진복 소녀가 찍힌 반올림 티셔츠를 입고 "이재용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발언을 할 예정이다.

너무 기다렸다. 더 기다릴 수는 없다. 이재용이 엄중 처벌되고 삼성직업병 문제가 올바로 해결되어 혜경씨와 김시녀 어머니의 기나긴 투병과 오랜 싸움으로 다치고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참세상,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에 중복게재 요청했습니다.



태그:#삼성직업병, #반올림, #이재용엄중처벌, #이재용 재판
댓글1

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