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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에 몸서리친 적이 있다. 잊고 있었던 그날의 한심한 행동들이 송곳처럼 뇌리를 찌르며 떠오를 때 그 부끄러움이란. 평소에는 깜빡깜빡하던 기억력이 어째서 유독 생각하기 싫은 것들만 골라 정확하게 소환해내는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예고없는 기습에 '이불킥'을 해대지만 이미 늦었다.

개인의 자존감은 성장하거나 퇴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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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감의 여섯 기둥> 표지 .
ⓒ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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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이불킥'을 부르며 소환된 기억들은 대개 자존감이 극히 바닥을 쳤을 때 행했던 어이없고 잘못된 행동들이다. 작은 일에도 과민반응해 큰일을 그르치거나, 친구의 성공을 질투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들킬까봐 거짓말을 하는 등의 행동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불안할 때 주로 나타난다.

'자존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자존감은 '자기효능감'과 '자기존중'을 합친 말이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의 생각하는 능력에 대한 확신, 살면서 맞닥뜨리는 기본적인 도전들에 대처하는 능력에 대한 확신이다. '자기존중'은 자신에게 성공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확신, 자신이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주장하고 가치를 실현하며 노력에 따른 결실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요약하면, 우리가 삶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때 얻어지는 경험이 바로 '온전히 실현된 자존감'(26쪽)이다.

"자존감의 수준은 유년기에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에 자존감은 성장하거나 퇴보할 수 있다. 예순살 먹은 사람보다 자존감이 높은 10살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또 자존감은 일생동안 끊임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할수도 있다."(69쪽)

예견했든 하지 않았든 과거에 마주친 어떤 사건에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행동을 했는가'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을 쓴 심리학자 너새니얼 브랜든은 우리의 행동과 자존감 사이에는 끊임없는 '순환고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27쪽). 자존감의 수준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행동해는가가 자존감의 성장과 퇴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자존감을 키우는 선택이 있는가 하면,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선택도 있다.

이 순환고리의 핵심은 '행동'이다. 저자는 "자존감은 실천의 결과물"이라고 결론 내린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기를 원한다면 자존감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실천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실천의 내용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존감의 여섯 기둥>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이란 ▲ 의식적 삶의 실천 ▲ 자기 수용의 실천 ▲ 자기 책임의 실천 ▲ 자기 주장의 실천 ▲ 목적 있는 삶의 실천 ▲ 자아 통합의 실천이다.

"자존감의 근원에 다가가는 실천, 즉 정신적 혹은 신체적 행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삶과 관련된 모든 가치는 그것을 성취하고 강화하고 누리는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에인 랜드는 삶이란 자발적이고 자립적인 행동의 연속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몸의 각 기관과 기관계는 끊임없이 움직임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인간 역시 행동함으로써 이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지속해 간다. 자존감을 포함한 가장 본질적인 가치에는 행동이 필요하다."(108쪽)

저자가 보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스스로 변하거나 성장할 수 있는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그는 "진정한 성장과 더 높은 자존감을 목표로 삼고 자신의 삶을 기꺼이 책임진다면 자기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라면서 "궁극적으로 이 책이 요구하는 것은 행동"(13쪽)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자존감의 첫 번째 적은 '게으름'이다. 타성에 도전하지도 않고, 깨어 있기를 선택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478쪽)

국가의 자존감도 성장하거나 퇴보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 가치를 분명히 아는 강인한 자기(self)가 필요하다. 문화적 합의는 무너졌고, 중요한 역할 모델은 찾아볼 수 없다. 공적 헌신을 고취하는 일도 드물고, 오래도록 변함없던 삶의 특징들은 급변한다. 자기 자신을 모르거나 불신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위험한 시대이다. 외부에서 안정을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자기 내면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힘든 시대이다."(머리말, 3쪽)

저자는 스스로 강해져서 혼돈의 시대를 잘 살아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개인의 불행은 온전히 개인적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다. 개인의 삶은 국가의 제도, 정책, 환경, 문화, 경제활동, 교육수준 등에 총체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은 그것이 '사회적'이라는데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자존감도 성장하거나 퇴보한다. 국격이 떨어지면 국민들의 자존감도 떨어진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반역의 시간 동안 사실 국민의 자존감은 바닥을 모르고 계속 추락했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나라가 국민들 개개인의 자존감까지 챙기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나라 망신으로 국민들이 고개 떨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개인의 자존감 성장을 위해서는 그를 촉진하는 행동이 중요한 것처럼, 국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국가가 국격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실행하고 정치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한다면 나라 전체의 자존감도 올라갈 것이다. 그게 나라다운 나라다.

덧붙이는 글 | <자존감의 여섯 기둥>(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 교양인 펴냄 / 2015.6 / 18,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김세진 옮김, 교양인(2015)


태그:#자존감, #자존감의 여섯기둥, #자기존중, #자기효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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