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자농구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한일 여자농구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 WKBL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여자농구의 자존심이 걸려있었던 한일 여자농구 클럽 챔피언십은 결국 우리은행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4팀 모두 여러 부상자들로 인해 정상적인 전력은 아니었으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흥미롭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였다.

각 팀별로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나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아산 우리은행 위비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에게 패하긴 했으나, 일본의 두 강팀 JX와 TOYOTA를 모두 물리치고 최종 성적 2승 1패를 거두며 승자승 원칙에 따라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은행은 주전 센터였던 양지희가 은퇴하고 백업 센터였던 이선화 역시 다시 임의 탈퇴를 하면서 높이가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팀에서 유일하게 180cm가 넘는 최은실 역시 부상으로 제외되며 높이가 많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한국의 최강팀다웠다. 국제대회에서도 위성우 매직은 통했다. 부족한 높이를 팀 디펜스를 통해 극복해냈으며, 가드진의 리바운드 가담이 많아지면서 리바운드 숫자에서도 일본 팀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은행에는 다른 팀과 다르게 3명의 해결사가 있었다. 바로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이다.

박혜진은 이번 대회 전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아시아선수권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으며, 이 대회에서 역시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박혜진은 노련했다. 경기를 뛰면서 부족한 컨디션을 끌어올렸으며, 4쿼터에는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3경기 평균 12.6득점 7.3리바운드 4.6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자신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임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특히 첫 경기에서는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해주었고 수비에서도 아시아베스트 가드 후지오카 마나미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임영희 역시 백전노장답게 공수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2차전 삼성생명전에서도 전후반 모두 흔들림이 없었던 선수는 임영희 뿐이었다. 임영희는 평균 22.3득점을 올려주는 등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40세가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35분 가까이를 뛰는 등 대단한 체력을 과시했다.

마지막 선수의 활약은 우리은행으로써는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바로 김정은의 화려한 복귀였다. 사실 대회전에는 김정은의 몸 상태에 반신반의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건강히 돌아와도 예전만큼의 모습은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역시 클래스가 다른 선수였다. 특히 일본 팀을 상대로 보여준 플레이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평균 27득점을 올려주었으며 특히 일본 팀 상대 2경기에서는 평균 31득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득점력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우리은행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김정은의 모습이 정규리그에서도 지속될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점점 모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우승을 차지하긴 했으나 약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식스맨으로 들어간 유현이, 엄다영, 이선영, 나윤정 등이 활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매우 미미했다. 또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언니들에게 맡겨 놓는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적었다. 이러한 아쉬운 점을 극복한다면 우리은행의 사상 첫 통합 6연패 달성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2.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삼성생명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 반 아쉬움 반을 남기며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첫 경기에서 일본의 2위팀 TOYOTA를 상대로 접전을 펼치며 아쉽게 4점차로 패하였지만 그 다음 경기에서 천적 우리은행을 상대로 6점차 신승을 거두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마지막 JX전에서 체력 저하로 인해 40점차 대패를 당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부상자가 많은 팀이었다. 팀의 높이를 책임질 수 있는 배혜윤과 양인영, 허윤자 등 센터진이 모두 전멸했고, 돌격대장 이주연 역시 부상으로 빠졌다. 그리고 대회 도중 고아라와 김한별까지 부상을 당하며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뛴 선수는 박하나 1명뿐이었다. 거의 8월에 치렀던 2군대회인 박신자컵 멤버들이 이번 대회에 주를 이루어 경기를 펼쳤다. 그래도 삼성 선수들은 꽤나 선전했다.

먼저 가드진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주전 가드로 나온 강계리는 작년에 비해 굉장히 발전된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에 비해 슛도 월등히 좋아졌으며, 패스와 돌파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었다. 첫 경기에서 강계리는 18득점 11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박하나는 역시 팀의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아직 팀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슛감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팀에서 매 경기 유일하게 10득점 이상을 올려주며 공격에서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 또 수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외곽 라인부터 인사이드까지 책임지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팀의 최고 유망주 윤예빈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1군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첫 경기에서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듯 부진한 모습이었으나, 날이 갈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180cm라는 큰 신장을 앞세워 상대 가드들을 상대로 포스트업 공격을 통해 득점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또 경기운영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드러내며 자신의 장점을 맘껏 뽐냈다. 아직 체력적인 부분이 올라오지 않아 3차전 막판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드러났으나, 그 부분만 더 나아진다면 분명 삼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삼성 역시 부족한 점이 많이 드러났다. 우선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센터진이 부상으로 바닥남에 따라 지난 시즌 1군 경험이 전혀 없던 신인 김민정이 인사이드를 매 경기 30분 가까이 책임졌다. 그러다보니 상대에게 골밑 득점을 너무 많이 허용하였다. 특히 그나마 센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김한별이 빠지자 골밑은 상대에게 초토화되었다. 배혜윤과 허윤자의 공백이 너무나도 커 보이는 순간이었다.

가드진에서 이주연의 공백 역시 컸다. 속공과 드리블, 마무리 능력이 뛰어난 이주연이 없자 삼성의 속공득점이 사라졌다. 또 아직 팀이 완성되지 않아 모든 팀에서 1대1 공격이 많았는데, 여기서 1대1 공격에 능한 이주연의 존재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삼성생명은 그래도 어려움 속에서 많은 수확을 가져갔다. 특히 풀 전력이 아닌 상태로 우리은행을 꺾었다는 것은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도 큰 자신감으로 돌아올 것이다. 올 시즌 삼성생명의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3. 일본의 두 팀 JX-ENEOS와 TOYOTA

일본리그 1, 2위팀인 JX와 TOYOTA는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먼저 지난 시즌 WJBL 27전 전승 우승팀인 JX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물론 WNBA에서 뛰고 있는 도카시키 라무와 팀의 주전 가드 요시다 아사미가 팀 차출과 부상으로 인해 이번 대회에 뛰진 않았지만 명성에 비해 완벽한 팀은 아니었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먼저 아시아베스트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후지오카 마니미는 지난 아시아선수권에 비해 굳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경기에서는 우리은행의 박혜진과 이은혜에게 꽁꽁 막혔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출전 시간 자체가 적었다. 한국 팀과의 경기에서는 평균 10분가량을 뛰며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뛰는 정도였다.

국제 대회에서 한국 빅맨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오사키 유카는 이번 대회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정통 센터가 없는 한국 팀들의 골밑을 제 집 드나들 듯이 여유롭게 활보했다. 한국 팀들을 상대로 평균 17분가량 뛰면서 14득점을 기록하는 등 출전시간 대비 효율이 매우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3위를 기록한 TOYOTA는 아직까지는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팀처럼 보였으나 괜찮은 팀의 구성을 보여주었다. TOYOTA 역시 JX와 같이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뛰며 경기력을 점검했고, 그 성적 역시 나쁘지 않았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두 혼혈 선수 마우리 스테파니와 에블린 스테파니는 지난 국제대회에 비해서는 몸 상태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에블린은 아직 유망주라 그런지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마우리 역시 좋은 탄력을 이용한 리바운드 가담은 좋았으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본 농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전방압박이었다. 평소 WKBL에서는 우리은행만이 썼던 풀 코트 프레스를 JX는 매 경기 흐름을 뒤집을 때 이용하였다. 프레스를 가장 잘 깨는 우리은행 역시 이 수비에 얼어붙으며 역전을 당하기도 했다. 가드들의 기동력을 앞세워 상대의 실책을 유발하고 속공득점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한국농구가 배워야 할 점이였다.

또 선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뛰어났다. 5명의 선수가 모두 볼 없는 움직임이 뛰어났으며, 공간을 찾고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일본농구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오는 장면이었다. 특히 한국 팀에 비해 1대1공격이 적었고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가 많아 턴오버가 한국 팀에 비해 적었다.

마지막으로 식스맨들 역시 제 역할을 해주며 주전과 후보 간의 실력 차이가 적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한국 팀은 우리은행만 봐도 주전 4명의 출전 시간이 거의 35분에 육박할 정도로 주전 의존도가 높았다. 또 주전 득점이 평균적으로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 팀들은 달랐다. JX 같은 경우에는 주전 포워드 미야자와가 평균 28분 정도를 뛰며 가장 많이 뛰었으며 나머지 선수들의 출전 시간은 고르게 분포되었다. TOYOTA 역시 모든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20여분 가량을 뛰었다.

이러한 점은 한국 농구가 배워야 할 점으로 보여진다.

이번 대회에서 4팀 모두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모든 팀이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메우고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대회는 없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4년 만에 열리는 한 일 양국의 정상권 팀들의 맞대결이었는데 앞으로 이런 대회가 매년마다 열린다면 양국의 팀들이 더 발전하는 주춧돌이 될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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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이정엽 기자
여자농구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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