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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활동가는 11일 충남 당진시청 강연을 통해 성소수자 의제가 사회적 차별의 해소에 있음을 강조했다.
 한채윤 활동가는 11일 충남 당진시청 강연을 통해 성소수자 의제가 사회적 차별의 해소에 있음을 강조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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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차이는 명백하다. 모든 사람이 자기 몸을 갖고 있어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차별은 바꿀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충남 당진시청에서 열린 '성소수자의 인권' 강좌에서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가 강조한 내용이다.

한 활동가의 강연은 순탄치 않았다. 268개 지역 단체들이 꾸린 '바른 인권 실현을 위한 당진시민단체'는 한 활동가의 강연이 시작되기 직전, 당진시청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일부 회원들은 성소수자 혐오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강연장 앞자리를 점거하다시피 했다. 주최측인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와 경찰까지 나서 팻말을 수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활동가의 강연을 듣고자 당진시청을 찾은 참가자들도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막무가내로 버텼다.

한채윤 활동가의 강연은 보수단체의 방해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채윤 활동가의 강연은 보수단체의 방해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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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시작하면서 한 활동가는 "여러분들이 힘들게 저 보여주시려고 팻말을 들고 오셨으니 높이 드시라"며 제지하지 않았다. 이어 팻말을 든 모습을 찍겠다고 요청했다. 이러자 이들은 '보여주기 싫다'며 팻말을 내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강연 시작 30분만에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며 퇴장했다.

한 활동가는 '성'이란 말 때문에 소수자 의제의 사회적 논의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성소수자가 싫고, 밉고, 혐오스럽고 이해 안 되지만, 같이 살아야 한다. 그래서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이란 단어에 초점이 맞춰진다. 성에 관련된 것, 그리고 성행위를 하는 사람들로 받아들여져 사회적 논의 자체가 문제시 되는 것으로 본다."

이어 '성'은 생물학적인 성(sex)가 아닌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성(gender)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만들어 놓은 성별이 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차이가 날 때, 이를테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쉽게 해고가 되면 이를 차별이라고 한다. 이 차별을 줄이자는 말이지, 생물학적 차이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

생물학적 차이는 명백하다. 모든 사람이 자기 몸을 갖고 있기에 못 바꾼다. 그러나 차별은 바꿀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이니까. 하느님이 여자에게 월급 적게 줘라 했을 이유가 없다.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개념어가 '젠더'다."

이 같은 개념 정의에도 반동성애 진영은 '성적지향'을 문제 삼아 인권조례나 차별금지법 등 일체의 시도를 극력 반대한다. 당진시청에서 집회하던 한 목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은 가짜 인권이다. 성소수자는 1%에 불과하다지만, 이를 법으로 인정해 버리면 99%가 피해를 입는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에게 성소수자들이 하는 모든 행위가 당연한 것이라 가르쳐야 한다."

한채윤 활동가는 11일 충남 당진시청 강연을 통해 성소수자 의제가 사회적 차별의 해소에 있음을 강조했다.
 한채윤 활동가는 11일 충남 당진시청 강연을 통해 성소수자 의제가 사회적 차별의 해소에 있음을 강조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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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활동가는 '성적지향'이라는 낱말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동성애 진영은) 인권조례, 차별금지법, 헌법개정 등 '성적지향' 단어가 들어가는 모든 법을 반대한다. 그런데 성적지향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차별이 용인되는 게 아니다. 반대로 성적지향이란 단어가 들어간다 해도 동성애자가 옹호받는 게 아니다. 성적지향은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특히 '성적지향은 곧 동성애'란 인식은 논리 비약이다. 동성애와 성적지향은 다른 개념인데 같이 섞어 쓰기 때문에 어려워진다."

한 활동가는 또 '양성평등'이나 '성평등'이나 같은 개념이라고 못 박았다.

"최근 '양성평등'이란 말보다 '성평등'이란 말을 써야 한다고 하는데, 두 낱말 모두 'Gender Equality'다. 90년대 이 말을 번역하면서 사람들이 성평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남녀평등이라고 했다. 그러다 양성평등으로 바뀐 것이다. 반대편에선 성평등이라고 하면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옹호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배제하려고 양성평등이라고 명확하게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성평등의 원의미는 'Gender Equality'다. 그리고 이 말의 궁극적인 의미는 사회적으로 당신의 성별이 무엇이든 차별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거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다."


태그:#한채윤, #성소수자 , #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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