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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 다가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마친 후,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위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1일 본회의장에 섰을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퍼포먼스 준비로 분주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이어가는 도중에도 옆 의원에게 '지령'을 전달하며 집중하지 못했다. 큰 목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귀엣말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고요 속 외침'을 방불케 했다. 한 의원은 앞자리를 수차례 오가며 '지령' 전달에 매진했다.

그 결과, 본회의장에 '항의성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을 향해 예산 통과에 협조를 구하는 발언을 하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하나 둘 일어나서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그러나 지령을 열심히 전달했는데도 몇몇 의원들은 타이밍을 딱 맞추지 못했다. 결국 어영부영하다가 어정쩡한 포즈로 일어서 대형 현수막을 손에 쥐었다.

십여 명씩 세 줄, 모두 30여 명의 의원들이 펼친 3장의 대형 현수막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북(北)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북핵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한국당의 대형 펼침막 항의 퍼포먼스... 국회에선 처음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도중 벌떡 일어난 자유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일어나 있다. ⓒ 남소연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작은 손팻말이 아닌 대형 현수막을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항의성 퍼포먼스에도 문 대통령은 꿋꿋하게 시정연설을 이어갔다. 얼굴은 다소 굳었지만, 한국당 의원들을 응시하며 발언했다. 특히 "국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특별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할 때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원들을 계속 응시했다. 이에 힘을 실어주듯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더 힘차게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표창원·조응천·신경민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성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대형 현수막을 들게 된 한국당 의원들은 벌서 듯 양 팔을 머리 위로 든 채로 시정연설이 끝날 때까지 10여 분간을 더 버텨야 했다. 팔이 아픈지 일부 의원들은 슬그머니 팔을 내렸다가 마지막이 되어서야 다시 현수막을 잡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에 먼저 다가간 문재인, 웃으며 악수... 민주당 의원들 '환호'
정우택 찾아간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마친 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던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35분간의 시정연설을 모두 마친 문 대통령은 연단을 내려간 후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먼저 나가갔다. 문 대통령이 한국당 의원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민주당 의원들은 "오오오오" 소리를 내며 더 크게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의원들도 악수에 응했다.

시정연설이 끝나자마자 자리에 일어나 박수를 친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다가올 즈음이 되자 하나둘씩 자리에 일어서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한국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고 정우택 원내대표에게도 먼저 다가가 손을 건넸다. 나경원·민경욱 의원 등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천천히 돌며 5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 문을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시정연설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대형 현수막뿐 아니라 노트북 부착용 손 팻말도 준비했다. 검은 넥타이에 근조 리본을 단 한국당 의원들은 의석 앞에 세워진 노트북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고 적힌 팻말을 빠짐없이 붙였다.

한 차례도 박수 치지 않은 한국당
박수 친 민주당, 피켓 붙인 한국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립해 박수 친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장악 저지'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남소연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도 각 당 별로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의원은 모두 일어나 문 대통령을 맞았고, 한국당 의원들은 일부만 자리에 일어나 예를 표했다. 시정연설 중간에도 민주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총 22번의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은 시정연설 시작과 끝에 박수를 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한 차례도 치지 않았다. 

이날 시정연설에는 PT를 활용한 영상 메시지도 선보였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PT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시정연설이 끝난 후 정 원내대표는 "이제 나는 더 이상 촛불의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 통합을 이끄는 대통령으로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촛불 화면을 자꾸 튼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겸손한 자세로 말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국회에서 처리해달라'는 거 아니냐"라며 "일률적인 발언이 아쉽다"라고 평했다.

또한 대형 현수막을 든 것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현안에 대해 밝혀달라는 뜻으로 한 것이지 대통령께 모독적 언사을 하거나 예우를 못 갖춘 표현을 쓴 게 아니"라며 "3가지 현안에 대해 현수막을 통해 품격을 지키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 협치를 당부하는 의미에서 한국당 의원과 일일이 악수하는 모습은 정말 좋은 광경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당의 항의성 퍼포먼스에 대해서 그는 "어깃장"이라면서 "다분히 정치적인 펼침막이었음에도 대통령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협조를 당부했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국회가 국민의 희망이 되어주시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시정연설, #자유한국당,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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