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 공동취재사진/이희훈/최윤석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에게 매월 1억 원, 총 40억 원 가량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것에 대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의 진술이다. 2일 검찰에 따르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돈을 상납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은 돈을 직접 금고에 넣어 관리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사용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신이 국정원 돈을 사적으로 착복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으로 썼다는 얘기다. 이는 검찰에서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뇌물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상납된 돈의 '최종 종착지'로 의심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역시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같은 혐의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문고리 3인방'은 물론, 박 전 대통령 역시 현재 '문고리 3인방'에게 적용된 혐의로 추가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판사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법 이론적으로 통치행위는 사법심사 대상이 안 된다고 보지만 그것은 행위의 적법성·타당성 유무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국가보안법이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느냐"라면서 "그런 개념이지, (지금 사건처럼) 돈(상납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그 명목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 정보비나 대공수사와 관련한 비용이다"라며 "대통령이 무슨 정보수집을 하고 대공수사를 하겠나. 결국 (뇌물수수·국고손실 등)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여론조사에 쓰였던 국정원 돈, '진박 감별'이 통치행위 맞나?

 18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천 중립성 저해' 등을 이유로 김무성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6년 3월 18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천 중립성 저해' 등을 이유로 김무성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상납된 돈을 통치행위에 사용했다는 주장 역시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 이미 일부 사용처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일 "4.13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청와대가 경선 결과 등을 예측하려 진행한 여론조사 비용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지불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해당 조사지역이 구여권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이었음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후보들을 공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은 이른바 '진박(眞朴) 논란'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그리고 청와대가 그 중심에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유승민 현 바른정당 의원 등 비박계를 겨냥해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고 말했고, 청와대에서 총선 공천을 앞두고 현역 40여 명의 이름이 담긴 '살생부'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회동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즉,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특정 정파'를 위해 국정원 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통치행위'라고 해석할 수는 없어 보인다. 

국가정보기관의 예산이 특정 정당을 위해 쓰였던 기존 사례를 참고해도 마찬가지다. 바로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불거졌던 '안풍(安風) 사건'이다. 이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과 그 후신인 신한국당이 1197억 원의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예산을 빼돌려 1995년 지방선거·1996년 총선 자금으로 유용한 사건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판세를 좌우할 만한 사건으로 분류돼 '안풍(安風)'으로 이름 붙여졌다.

당시 검찰은 김기섭 안기부 기조실장,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 등을 특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들은 2003년 9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까닭은 현 상황과 정반대다. 바로 선거자금으로 유용했던 돈이 원래 안기부 예산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이 수용됐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당시 2심 재판부는 당시 대통령이자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을 안기부 계좌에 넣어 '돈 세탁'을 했다는 강 의원 등의 주장을 수용해 국고손실혐의 등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돈 세탁에 대한 사례비를 지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증재(贈財) 혐의에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재만 전 비서관의 '통치자금' 주장은 명백한 패착이다. '안풍 사건' 때처럼 상납받은 국정원 돈이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게 오히려 나았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의 진술이 박 전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이제 검찰의 칼날은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느냐" 여부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