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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대안찾기 책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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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 대안을 내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괜찮은 일자리는 눈에 띄지 않고 중산층은 무너지며 양극화는 심화하고 비정규직 과다로 사회 불안정성은 높아만 지는 게 한국의 오늘이다.

집행되는 정책은 불투명하고 금융소외계층은 정책의 덕을 보기 어렵다. 재벌기업의 전횡이 심각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돈을 벌어 집을 사기를 포기한 계층과 하우스푸어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은 생존이 아니라 투기의 영역에 가깝게 놓여 있는 듯하다.

이들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해결을 어렵게 한다. 각 문제와 얽힌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어느 문제가 다른 문제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기 민감한 부분도 있다. 이들 문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갈수록 떨어뜨린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한국사회의 노동과 자본, 생산성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촛불혁명으로부터 과거와 결별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경제에 청신호는 들어오지 않았다. 한국경제에 산적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21세기 한국경제, 문제의 뿌리를 캐다

이 커다란 문제에 해답을 내놓은 이가 있다. 1978년부터 2012년까지 34년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정대영씨로, 퇴직 후 송현경제연구소를 세워 한국사회에 산적한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015년 12월 책 한 권을 냈다. 이름하여 <한국경제 대안 찾기>로 큰 틀에서 한국경제의 근본문제를 짚고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오늘날 먹고 사는 문제 가운데 경제 아닌 것이 없다는 점에서 21세기 한국사회의 경세론이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다.

수많은 경제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이 책에 적힌 내용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평생을 경제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살피고 대안을 내놓으려는 쉽지 않은 시도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한다. 과연 저자가 생각한 한국경제의 문제와 대안은 무엇일까.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부조리에 대한 원인의 원인, 즉 문제의 근원이 되는 문제는 무엇일까? (...) 첫째는 사회 또는 개인 간 신뢰가 크게 부족하고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경제적 요인이지만 거의 모든 경제적 모순과 부조리의 원인이 되고, 경제·사회 전체를 부실하게 만든다.

둘째는 봉건적 특혜를 누리는 여러 집단이 국민경제에 기여한 것에 비해 과다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보다 이것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비정규직 택배기사나 중소기업 노동자 등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는 비싼 임대료와 집값, 교육비 등으로 대표되는 고비용 구조다. 이 때문에 창업이 어렵고, 자영업자와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포함하여 국민 거의 대부분이 고통을 받고 있다. -106p

저자는 책에서 한국경제에 표면화한 문제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 개별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를 탐색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그렇게 정리된 근본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신뢰부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소수 이익집단의 혜택 독점, 가진 것 없는 이들뿐 아니라 중산층조차 쉽게 서기 어려운 고비용 구조가 그것이다.

저자는 가만히 있으면 더욱 심화하는 이런 문제를 두고 앞장서 해결해야 할 정부가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정책을 집행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참여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이어진 여러 정책실패, 대표적으로 론스타 사태·4대강 사업·부실 자원외교 등이 모두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하는 방안은?

책은 문제의 근원을 탐색한 뒤 곧장 대안 마련에 돌입한다. 문제가 광범위한 만큼 대안 모색 역시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해법은 총 다섯 항목으로 나눠 제시되는데 부동산시장 정상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관료 개혁, 금융산업 선진화 및 조세·복지·연금제도 개혁, 그 밖의 정책대안이 그것이다.

분량이 많고 내용도 워낙 광범위해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만 따로 떼어 언급하고자 한다. 책은 우선 한국사회가 부동산을 대하는 시각부터 바꾸고 임대소득에 대한 정상적인 과세로 집값·집세의 안정을 유도해야 하며,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개선해 비합리적으로 부과되는 현행 제도를 변경하는 한편, 주거비 지원 등을 통해 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을 이용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택시장 경착륙에 대비한 비상계획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된다. 책은 부동산시장 정상화 외 다른 네 항목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이끌어 간다.

전반적으로 각 항목 모두에서 한국의 현실을 깊이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자 한 저자의 고심이 느껴졌다. 거시적인 금융정책 분야에 평생을 몸담은 저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 없기에 필연적인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도 눈에 띈다. 다만 첫 장에서 한국경제가 흘러가는 양상과 구조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핵심적인 경제용어를 탄탄히 정의하며 이후 한국경제의 문제를 지적해 대안을 마련하는 커다란 논의를 완성했다는 점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대안 찾기 / 창비 / 정대영 지음 / 2015. 12. / 15,000원>



한국경제 대안 찾기 - 경제정책 전문가가 제안하는 대한민국 개혁 매뉴얼

정대영 지음, 창비(2015)


태그:#한국경제 대안 찾기, #창비, #정대영, #한국은행, #김성호의 독서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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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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