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A씨의 아내(67)는 2013년 8월 비소세포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9월부터 폐암 표적치료제인 이레사를 복용했다. 28개월간 복용했지만 2015년 12월에 내성이 생겨 유전자 변이 검사 후 올리타를 복용했다. 암 크기는 줄었지만 설사, 복통, 피부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고 결국 뇌 전이와 뇌척수 전이 진단을 받았다.

팔과 다리에 힘이 없고 점차 거동이 힘들어 누워서만 지내는 생활이 시작됐다. 타그리소 밖에 방법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임상에 참여했지만 탈락해 2016년 7월부터 자비로 복용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에 점차 힘이 생겼고, 혼자서 화장실 출입도 어려웠던 A씨 아내는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타그리소를 복용하는 17개월 동안 약값만 2억 원이 들었다. 한 달에 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지만 50년간 함께 해 온 아내를 포기할 수 없기에 담보대출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한 달 약값만 천만원대...7일 마지막 협상 앞두고 있어

6일 서울 송파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본사 앞에서 폐암 환자와 보호자, 암시민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모여 말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약가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0월 13일, 말기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인 '올리타'가 4주 140만 원으로 약가협상이 타결되었지만 타그리소는 협상이 결렬 위기에 놓여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2016년 5월 19일부터 국내 시판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 오시머티닙)'는 이레사, 타세바 등 기존의 표적치료제인 EGFR-TKI 제제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EGFR T790M 변이) 환자에게 효능이 검증된 3세대 표적항암제다. 28정 1팩에 평균 1040만 원으로 최근까지도 가격 논란의 중심에 있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28정 1팩에 평균 1,040만 원으로 고액의 약값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최근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결렬되어 11월 7일, 마지막 약가협상만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폐암환자 가족 모습.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28정 1팩에 평균 1,040만 원으로 고액의 약값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최근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결렬되어 11월 7일, 마지막 약가협상만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폐암환자 가족 모습.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이에 제약사 측과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8월 14일부터 약가협상을 했지만 협상 마지막 날인 10월 13일 협상이 한 차례 중지된 후 20일 재개했으나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타그리소 약값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와 건강보험공간의 시각차가 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폐암 환자와 가족들, 환자단체 회원들이 11월 7일로 예정된 마지막 약가협상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호소하게 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환자와 보호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 약가협상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생명 살리는 약가협상 해야"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일부 덜어주기 위해 타그리소 2개월 치를 구입하면 4개월 분량을 무료로 제공하는 비급여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환자는 월 평균 350만 원을 타그리소 약값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폐암환자들의 설명이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에서 비급여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적자를 감수하고 진행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실제 협상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훨씬 많은 환자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 되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만일 타그리소의 약가협상이 결렬되면 타그리소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건강보험 급여화가 안 되는 것이고 고액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환자들은 상당수 사망하게 될 것"이라면서 "환자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생명을 죽이는 약가협상이 아닌 살리는 약가협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월 6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본사 앞에서 폐암 환자와 보호자, 환자단체 회원들이 모여 타그리소 약가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월 6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본사 앞에서 폐암 환자와 보호자, 환자단체 회원들이 모여 타그리소 약가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고액의 약값을 지불하고 치료받는 환자들 상당수는 반복되는 고가의 의료비 부담으로 계층 하락을 겪는다. 약값을 낼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폐암 환자들은 상당수 사망할 수밖에 없다. 11월 7일, 사실상 마지막 약가협상을 앞두고 천여 명 말기 폐암환자의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태그:#타그리소, #약가협상, #표적항암제, #고가 항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