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이슈가 되는 선수들에게는 따뜻한 겨울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겨울이 더 춥기만 하다. 야구에 대한 열정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을 느끼는 시기가 겨울이기도 하다.

11월 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던 2018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된 가운데,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다수의 선수들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팀으로 옮기게 됐다. 그 드래프트에서도 지명되지 못한 일부 선수는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2차 드래프트는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선수 자원이 다소 부족한 신생 팀들의 선수 수급 차원에서 시작됐다. 각 팀들은 보호선수 40명의 명단을 제출한 뒤 그 명단에 없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2차 드래프트를 실시하여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 단, 프로 2년차 선수들까지는 자동 보호되어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수 없다.

총 26명 이적, 눈에 띄는 일부 선수들의 거취

2018 2차 드래프트 지명 순서는 직전 시즌인 2017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됐다. 이에 kt 위즈가 먼저 지명을 시작하여 총 3라운드까지 실시했다. 무조건 3명을 지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3라운드까지 실시하는 동안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후 라운드 지명권도 포기로 간주한다.

넥센 히어로즈는 아예 2차 드래프트에서 한 명도 지명하지 않았다. 1라운드부터 지명권을 포기한 뒤 다른 팀들의 지명을 지켜보기만 했다. 넥센은 처음 2차 드래프트가 시행됐던 2012 2차 드래프트에서도 지명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적이 있다. 두산 베어스는 3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넥센을 제외한 나머지 9팀이 총 26장의 지명권을 사용했다.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로는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였던 조현우가 선택됐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t는 조현우를 포함하여 금민철(넥센), 김용주(한화)를 지명했다. 2순위 지명권이 있던 삼성 라이온즈는 이성곤(두산), 손주인(LG), 박세웅(SK)을 지명했다.

한용덕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화 이글스는 문동욱(롯데), 백창수(LG), 김지수(롯데)를 지명했다. 넥센이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4순위 지명권을 얻게 된 LG 트윈스는 이진석(SK), 장시윤(넥센), 신민재(두산)를 지명했다. SK 와이번스는 강지광(넥센), 김주온(삼성), 허도환(한화)을 지명했으며, NC 다이노스는 유원상(LG), 김건태(넥센), 박진우(두산)를 지명했다.

강민호를 떠나 보낸 롯데 자이언츠는 고효준(KIA), 7번 이병규(LG), 오현택(두산)을 지명했으며, 두산 베어스는 최대성(kt), 김도현(SK) 두 명 만을 지명했다. 그리고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최정용(SK), 황윤호(NC) 그리고 유민상(kt)을 지명하면서 드래프트를 마무리했다.

조현우의 경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돌아가게 됐다. 원래 kt에서 활약하다가 박세웅, 장성우가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던 조현우였다. 그러나 이번 겨울 롯데의 보호선수 40명에서 빠지게 되었고, 다시 kt에서 기회를 얻게 됐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들인 유원상과 유민상 형제는 나란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각각 팀을 옮기게 됐다.

유독 눈에 띄는 LG 출신 베테랑들의 거취, 정성훈은 방출

추격 시작하는 LG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8회 말 2사 2·3루 LG 정성훈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방출이 결정된 LG의 정성훈(자료사진) ⓒ 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G에 있었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다는 사실이다. 보호선수 40명의 명단이 전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이 사실상 방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신호탄이었다.

LG는 양상문 단장과 류중일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대대적인 팀 리빌딩에 들어갔고, 2차 드래프트 결과와 관계 없이 정성훈을 풀어주기로 했다. 사실 LG의 거센 리빌딩 강풍 속에서 9번 이병규는 은퇴해야 했지만, 정성훈은 아직 박용택과 함께 LG의 타선을 이끄는 베테랑으로서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30대 후반이지만 정성훈은 2017 시즌 타율 0.312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정성훈은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뒤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 LG에 이적하게 됐다. 이후 계속 FA 자격을 얻을 때마다 LG와 재계약하며 9년 동안 뛰었다.

방출 소식을 듣게 된 정성훈은 큰 충격에 일단 다음 진로를 정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올해의 성적으로 본다면 아직 충분히 베테랑 대타 요원으로서 가치가 있으며,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선수이다. 다만 LG에 김용의, 김재율, 양석환, 윤대영 등 남아있는 1루 자원만 4명이 되기 때문에 자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LG는 외야수 7번 이병규가 롯데로 이적하고, 내야수 손주인이 삼성으로 이적하는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대신 이진석, 장시윤, 신민재 등을 지명하면서 1990년대생 선수들로 내외야를 보강하는 것을 선택했다.

베테랑 잠수함 정대현은 은퇴 선언

한편 베테랑 잠수함 투수 정대현의 거취도 드러났다.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직전 롯데가 다른 구단들에게 정대현에 대한 상황을 알린 것이다. 이로 인하여 2차 드래프트에서 다른 9개 팀들은 정대현을 지명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정대현은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총 662경기에 등판했다.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했으며 726.1이닝 46승 29패 121홀드 106세이브 평균 자책점 2.21을 기록하면서 중간계투와 마무리투수를 오갔다. KBO리그 역사상 100홀드와 100세이브를 동시 달성한 사례는 정대현이 최초다.

잠수함 투수로서 희소한 가치를 가진 정대현은 국제 대회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결승전 세이브 포함), 2009년 제 2회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 등에 중간이나 마무리로 등판하여 모두 기여한 선수였다.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을 때에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이 임박했으나 건강 문제로 인하여 계약이 무산됐다. 이후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기량이 급격히 저하됐다. 투구 폼이 특이한 잠수함 투수들의 숙명인 부상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대현은 2017년 단 1경기도 1군에서 던지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뒤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에 2차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었으나, 그는 드래프트 전날인 21일에 은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향후 계획으로는 일단 1년 동안 일본에 지도자 연수를 다녀오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를 벤치마킹한 제도다. 룰5 드래프트는 마이너리그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선수를 지명한 팀이 그 선수 보유권을 갖고 있으려면 그 시즌에는 25인 출전선수 명단에서 뺄 수 없다.

KBO리그의 2차 드래프트는 룰5 드래프트보다 그 범위가 넓다.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경우도 많지만, 팀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베테랑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에서도 지명되지 못하는 선수들은 또 새로운 진로를 물색해야 하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 정대현처럼 부상으로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베테랑들은 눈물을 머금고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아직 현역 연장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성훈의 경우도 있다. 정성훈은 아직 타격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을 밝혔다. 자유계약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LG를 제외한 다른 모든 팀과 협상이 가능한 정성훈이 어떤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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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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