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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입시비리를 고발했던 전경원 교사
 하나고 입시비리를 고발했던 전경원 교사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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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근데 이 자리에 와서 들으면서 상당히 회의를 많이 느낍니다."


2015년 8월 27일 서울특별시의회 하나고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전경원 교사가 하나고 비리를 폭로하면서 밝힌 심경이다.

전 교사가 폭로한 하나고 비리의 핵심은 남학생들을 더 많이 받고자 점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전 교사의 폭로 이후 하나고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학교가 끝까지 제출을 거부했던 해를 제외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입시비리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신입생 입학전형의 경우 2011학년도부터 2013학년도까지 신입학 전형 서류평가와 심층면접에서 평가 기준대로 평가요소별 점수를 부여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 없이 일부 학생들에게 점수를 부여했으며, 전·편입학 전형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점수 부여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점수를 부여 했다."

비단 입시비리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교폭력은폐사실 및 학교법인 이사회 운영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하나학원에 시정 요구를 내리는 한편 김승유 당시 이사장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이후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전 교사는 그해 9월 담임에서 배제됐고, 다음 해인 2016년 10월 31일 공식 해임됐다. 우연의 일치일까? 전 교사가 해임된 날은 김승유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날이기도 했다. 김 전 이사장은 검찰에 고발됐으나 법망을 빠져 나갔다.

전 교사는 지난 3월 복직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학교법인 하나학원 측의 해임 처분이 부당하고 절차상 위법하다고 결론내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4일 전 교사를 서울 정동 모처에서 만나 복직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전 교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올해 복직했다. 그런데 교사로서 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학교 밖에서는 동료 교사들과 지내는데 무리 없다. 학교를 벗어나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 그러나 학교 안에만 가면 서로 위축되는 느낌이다. 친한 동료 교사와 전화 통화도 조심스럽다. 감시 당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비리 폭로 이후 해고 등 여러 불이익을 당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동료 교사가 단식 투쟁하고, 학부모들이 사퇴요구를 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를 보고 어떤 심경이었나?
"사실 내겐 숙제나 다름없다. 긍정적으로 이해할 때, 동료 교사들이 학교를 자신과 동일시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학교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고 시정을 요구했는데,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학교와 싸운 근본적인 이유는 특권교육과 교사에 대한 굴종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동료교사들은 '현 시스템에 큰 문제가 없는데 왜 학교와 나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공격하지' 하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본다.

학부모의 경우, 대부분 당시 고3 수험생 학부모들이었다. 9월부터 수시 모집 전형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울특별시의회 하나고특별조사위원회에 출석한 시점은 8월 말이었다. 그 자리에서 증언했던 말들이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대서특필됐다. 고3 학부모 입장에선 수시 모집 전형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진학결과는 매년 최고의 성과를 보였다. 학부모들은 교육정의나 특권교육 철폐 따위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아이 진학에 매몰되다 보니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작동되지 않은 셈이다."

- 복직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학교와 다툴 때 인간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극소수 교사들이 학교 입장에서 제출한 서류를 보게 됐다. 아마 학교가 회유해서 그랬으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난 하나고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여타의 학교에서처럼 문제집만 풀어주는 역할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의미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어 이 학교 개교준비위원으로 지원했다. 개교 바로 전 해인 2009년 9월 임용됐는데, 2015년까지 교원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학교의 문제점을 고발한 뒤인 2015년 2학기 교원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학생, 교사, 학부모 이렇게 셋이 평가를 내리는데 학생들은 낙제점을 주지 않았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낙제점을 준 것이다. 교직 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교원평가에서는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모두 낙제점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이 위안이 됐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바른 말 하는 분들이 우대 받는 세상 위해 싸워야"

전경원 교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공익제보자에 대한 징계 남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원 교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공익제보자에 대한 징계 남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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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어려움에도 복직을 위해 싸운 이유라면?
"어느 조직이든 내부 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를 탄압하고 괴롭히는 방식은 똑같다. 어떤 식으로든 공익제보자를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깎아 내린다. 그럼에도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남고자 했다.

왜 내부비리를 고발한 사람이 어려움을 당해야 하나? 난 지난 정권 시절 검찰 내 부조리를 고발해서 좌천됐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윤석열 검사와 최근 서울북부지검 부부장으로 승진한 임은정 검사의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 사회는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인정하기 보다 외면하기 일쑤다. 왜냐면 역사적으로 봐도 바른 소리 하는 이들이 고통 받고 패가망신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임은정 검사와 같은 사례가 많이 확산되어야 한다.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공익제보 하는 분들을 우대하는 사회가 되어야 공익제보가 활성화되고, 바른 소리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신입생 입학전형에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교육부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관할인 서울 서부지검은 2016년 11월 김승유 전 학교법인 이사장을 비롯한 10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또 부정입학에 관해서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태 진전은 없는가?
"그렇다. 검찰은 서울시교육청의 고발 조치 이후 1년 넘게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가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지었다. 확인한 바로는 서울시교육청이 고검에 항고했는데, 고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와중인 4월에 이를 기각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더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5월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재항고를 했다면 엄정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2015년 하나고 입시부정 사태는 특권층의 부정입학을 환기시켰고 2016년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부정으로 증폭되는 계기가 되었다."

- 김승유 전 이사장은 2015년 10월31일 퇴임했다. 이후 김각영 전 검찰총장이 후임으로 왔다. 이를 두고 당시엔 김 전 총장이 '뒷정리'를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 무혐의 처분도 김 전 총장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고등학교 이사진이 거의 내각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지 않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자 김각영 전 총장은 사표를 냈다. 김 전 총장이 사표를 내고 옮긴 곳은 하나금융그룹이었다. 전임 이사장은 김각영 전 총장과 고려대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학교법인 이사진도 화려했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국무총리도 하나고 이사 출신이었다. 전직 검찰총장은 현 이사장이며, 현재 금융감독원장 최흥식씨도 하나고 법인이사였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고 생각한다."

-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지, 본인의 생각을 말해 달라.
"일단 공익제보가 신고 되면 제보자에 대해서는 최소 3년에서 5년 동안은 그가 속한 조직이 제보자에게 아무런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내부징계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직이 공익제보자를 징계했을 때, 공익제보를 이유로 내세우기보다 성실의무 위반이나 복종의무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씌운다. 자의적으로 징계를 가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의적 징계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만약 공익제보자가 불법을 저질렀다면 법의 판단을 받게 하면 된다.

또 하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안한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국가가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만약 연봉 5천만 원을 받는 A라는 교사가 공익제보로 해고됐고, 소송을 통해 복직에 이르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가정하자.

복직 판결이 나면 국가는 3년 동안의 연봉 1억 5천만원을 일시에 지급한다. 징계는 학교가 마음대로 하고 부당징계로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대는 구조다. 그러니 학교는 징계를 남발해도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는다.(국가는 공익제보자의 임금을 구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따라서 부당한 징계라는 판단이 나면 징계를 주도한 관련자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징계를 남발하지 않는다."

(※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는 10월 30일 공익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조치를 한 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공익신고자 보호법'(아래 보호법)을 발표했다. 2018년 5월 시행 예정인 이 보호법은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등 기존 공익신고 대상 5개 분야 외에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 분야가 추가돼 신고 분야를 넓혔다.

관련 법령이 개정돼 사립학교 교원도 법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시행을 위한 토대가 구축됐다. 앞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사례가 다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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