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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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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 즉 국토를 참절(僣窃)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형법 제87조). 본죄는 이른바 목적범(目的犯)으로서 본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일정한 목적, 즉 주관적 위법요소가 있어야 한다. 국토참절(國土僭窃) 또는 국헌문란(國憲紊亂)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국토참절과 국헌문란, 여기에 폭동까지. 법률용어사전이 가리키는 '내란죄'가 이렇게 무시무시하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내란죄'의 수괴는 바로 전두환씨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해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군사반란과 내란죄로 무기징역과 17년형을 받은 것이 김영삼 정권 때인 1996년 8월, 무려 21년 전이다.

그런데 이제 집권 7개월 차인, 70%를 상회하는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내란죄'라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다. 문 대통령을 무려 '수괴 전두환'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게, '태극기 집회' 따위에서 나온 망언이 아니다. 어느 극우보수 의원의 인터뷰나 페이스북 글에서 나온 막말 또한 아니다. 무려 5선 의원이자 국회 부의장의 입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발언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부의장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법치파괴의 내란죄와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막말', '망언'이라 보기엔, 시기상 꽤나 의미심장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내란죄' 주장한 심재철, 팩트는 맞는 건가

심 부의장이 '내란죄' 운운한 핵심은 어렵지 않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국헌문란'에 가까운 폭동이라는 것. 즉 국정원을 비롯한 적폐청산위원회 또는 적폐청산TF의 조사와 이와 연관된 수사를 모두 불법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심 부의장은 "과거사위원회는 훈령이나 규칙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고 하나 사실상 수사를 하고 있는 기구를 만들려면 모법에 명백한 위임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이는 사후에 꿰맞추려 한 불법기구이며 절차적 정의를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심 부의장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을 말함으로써 절차적 정의를 명백히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좋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본인 스스로 '적폐'의 일환임을 자백하는 꼴일 수 있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이요, 둘째 문제다. 굳이 '내란죄'를 들먹이며 당과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기자회견까지 자청한 건 안쓰러운 언론플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전두환=문재인' 공식을 어떻게든 자유한국당과 보수 지지층에게 덧씌우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곧바로, 팩트 역시 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정원의 메인서버를 보는 건 민간인이 아니고 국정원 직원들이 보고, 이게 적폐청산TF인데요. 핵심만 요약하자면 국정원들이 보고 이를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정원개혁위에 전달을 해서 발표를 국정원개혁위가 하는 겁니다.

그래서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다라고 팩트체크에서 자세하게 다뤘고 그 뒤로는 사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심재철 부의장이 이를 잘못 알았는지 이번에 문제제기를 한 겁니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심 부의장이 뭔가 혼동한 것 같다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28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내용 중 일부다. "과거사위원회" 운운하며 명칭조차 틀린 심 부의장의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룸>은 친절하게도 적폐청산TF의 법적 근거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니 지난 9월 18일자 '팩트 체크' 내용을 소개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인권'과 '유엔' 운운한 심재철, 박근혜와 닮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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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반박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강훈식 원내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심 부의장은 적폐 대상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며 적폐의 저항"이라고 못 박았다. 어처구니 없는 건 더불어민주당 뿐만은 아니었다.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거죠. 따지고 논리적으로 반박할 사안도 아닌 거 같고요. (심재철 의원의) 건강이 걱정이 되는 거죠. 특히 이제 정신과 쪽에 질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발상이 왜 나오는지 의심스럽고.

자유한국당 리더들이 지나온 과정에서 자신들이 모신 대통령이 무너지고 정권이 붕괴되는 것에 대해 반성할 거 반성하고, 끊을 거 끊고, 역사적 과정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고,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나고 나오고 있다. 좀 더 가면 문 대통령에 대해 탄핵감이다,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요."

그렇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면 자유한국당에서 "문재인 탄핵"을 주장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안타깝게도, 심 부의장은 이러한 과격한 주장과 언론플레이야말로 자유한국당이 적폐임을 자임하는 '자살골'인 동시에 적폐 세력의 저항의 몸부림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노 의원은 심 부의장의 '정신 건강'까지 염려하는 것이리라. 그도 그럴 것이, 심 부의장의 '총기'가 온전하다면, 이제 불과 집권 7개월 차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운운이, 복수의 조사를 통해 국민 70%가 찬성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불법 규정' 자체가 무리수라는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한편 심 부의장은 이날 "내란죄"는 물론 "점령군", "불법적 수사"라는 과격한 용어를 쓰는 동시에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적 인권 유린 행태를 UN자유권위원회와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법적 인권 유린'이란 용어와 UN, 왠지 낯익은 수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갈수록 '인권' 운운하며 국제 사회를 향해 언론플레이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말이다. 형사고발 운운하며 "뜻 있는 변호사들을 모아 당 법률 대응 기구를 즉각 출범시켜야 한다"던 심 부의장의 진짜 속내는 결국 그 적페청산 작업의 '몸통'인 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

"보수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

심재철 부의장이 '문재인 대통령 내란죄'를 주장했던 같은 날, 같은 당에서 꽤 오래 동거동락한 나경원 의원이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 경선을 앞두고 홍준표 대표와의 대결구도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4선 나경원 의원의 이 '막말' 운운은 심 부의장의 '내란죄' 주장과 맞물려 꽤나 시의적절 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정치가 '말의 잔치'라지만, 자유한국당과 '극우'와 '보수'의 막말 잔치는 극을 치닫는 느낌이다. '내란죄'는 그 절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막말과 망언들이 가리키는 것은 결국 그 말을 내뱉는 자들의 정치철학의 빈곤함과 크게 어렵지 않은 팩트 하나 확인하지 않는 게으름, 그리고 국민을 호도하는 언론플레이에만 능숙한 낡고 늙고 노회한 정치기술자들의 맨얼굴일 뿐이다.

그 막말과 망언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대선에 나가고, 당 대표 자리에 오른 이가 바로 홍준표 대표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는 나 의원의 말에, 생애 최초로 적극 공감하는 바다. 이 말은 결국 홍 대표 뿐만이 아니라 '막말'과 '망언'을 일삼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치인 일반에게 해당되는 말이기에.

더 이상 국민들의 수준을 우습게 보지 마시라.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란죄' 운운하는 최악의 막말 정치는 이제 그만 거두시라. 결국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하는 법이다. 자승자박으로 지지율 몰락과 국회의원의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으려면, 마약같은 '막말'과 '망언'으로 얻은 '반짝 관심'을 멀리 할 때다.


태그:#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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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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