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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어록 다시보는 안철수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전시회를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박지원 의원의 설명을 들으며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과 어록을 훑어보고 있다. ⓒ 남소연
같은 '김대중 정신'이었지만 해석은 달랐다. 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전시회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나다" 개막식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 당 박지원 의원 얘기다.

박지원 의원 : "한반도 평화, 국가 대개혁,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흔들림 없이 DJ정신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안철수 대표 : "긴장된 한반도 정세에서 강력한 안보를 바탕으로 강인하게 평화를 이끌어낼 책무를 가슴에 새기겠다."

최근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당 내부에서 갈등을 빚어온 두 사람은 이날 축사에 앞서 반갑게 악수하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는 미묘하게 결을 달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지난 10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당시 의원)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포기할 것을 국민의당에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지원 "DJ정신? 머리론 이해 못해" vs. 안철수 "강한 안보로 강인한 평화"
김대중 사진 아래 안철수·박지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전시회를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박지원 의원 등과 나란히 앉아 있다. ⓒ 남소연
"평소엔 (발언문을)잘 안 적어오는데, 오늘은 헛소리 안 하려고 적어왔다"며 먼저 말문을 연 이는 김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는 김대중 대통령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지금도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박 의원은 이어 "김대중 정신은 머리로 외워서는 이해할 수 없다"라며 "DJ 정신을 민생 현장에서 가슴으로 이해하고 발로 뛰며 실천하는 게 지금 전국의 평화, 민주 세력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관계가 어렵고, 정치 민생 경제도 어렵다"면서 "한반도 평화, 국가 대개혁,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흔들림 없이 DJ정신을 발전시켜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확실히 보였던 것처럼, 이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반드시 함께 개척하자. 우리는 김대중의 미래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고인이 된 DJ, 무슨 얘기를 들려주실까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전시회를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축사를 위해 일어나 김 전 대통령의 사진 앞을 지나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안철수 대표는 같은 'DJ 정신'을 말하면서도 '강한 안보'와 'IT강국'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노벨평화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이란 당시 수상소감처럼 김대중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짊어지고 민주, 평화, 경제성장의 길을 열었다"라며 "이제 그 무한책임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고 이어받았다.

그러나 안 대표는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지금의 빙하기를 인동초처럼 이겨내야 하는 무한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긴장된 한반도 정세에서 강력한 안보를 바탕으로 강인하게 평화를 이끌어낼 책무를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다. 박 의원과 달리 '강력한 안보'를 강조한 점은 최근 이어져온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논의와 궤를 같이 한다.

안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IT투자와 벤처활성화"를 자신이 줄곧 강조해온 '4차 산업혁명론'과 연결짓기도 했다. 그는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를 포함한 수많은 벤처기업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대통령께서 IT 강국을 열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혁신과 성장의 길을 열 책무도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향해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님, 거인 어깨 위에서 시대를 바라보며 전진하겠다"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다시보는 박지원·박선숙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전시회를 찾은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당시 '엉엉 울던'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보고 있다. 사진 위는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배웅받는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박 의원의 오른쪽은 이 전시회를 기획한 박선숙 의원. ⓒ 남소연
한편, 지난 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숙원이 남북 통일 아닌가. 남북 통일을 목표한 사람들이 영호남 통합도 안 되면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발언한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박지원 의원은 다음날인 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생 노력한 영호남 화합을 바른정당과의 정치공학적 통합을 위해 왜곡하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11시 24분께, 안 대표가 먼저 기념전시회 개막식장을 빠져나가면서 두 사람간의 다소 불편한 동행은 일단락됐다.
태그:#안철수, #김대중, #국민의당, #바른정당,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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