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박'스 다방> 영화 포스터

▲ <스타박'스 다방> 영화 포스터 ⓒ 온난전선,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명문대 법대를 나온 성두(백성현 분)는 어머니(김경미 분)의 강권에 못 이겨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나, 몰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커피에 푹 빠져있다. 어머니에게 사실을 들킨 성두는 이모 주란(이상아 분)이 별다방을 운영하는 강원도 삼척으로 도망치듯 떠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다방을 살리겠다는 성두의 제안을 이모가 받아들이면서 소주를 팔던 '별다방'은 커피 향이 풍기는 '스타박스 다방'으로 새로이 단장한다.

<트로피컬 마닐라><엄마는 창녀다><지옥화>를 연출한 이상우 감독은 <성난 화가>의 전규환 감독,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비타협 영화집단 곡사(김곡과 김선), <줄탁동시>의 김경묵 감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센'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자주 오르내린다. 이들의 영화가 입맛에 맞지 않았던 제도권은 '제한 상영가'를 휘두르며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이상우 감독의 13번째 극장 개봉작인 <스타박'스 다방>은 파격적인 소재, 섹스와 폭력으로 점철되었던 전작들과 거리가 멀다. 줄곧 과감한 직설 화법을 사용한 탓에 제한 상영가 내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바비>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일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을 받았으나 <스타박'스 다방>은 처음으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얻은 작품이다.

곳곳의 유머와 화면비 활용, 온기가 가득한 영화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 온난전선,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스타박'스 다방>은 강원도 삼척의 허름한 다방을 무대로 외로움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전 작품들과 결이 다른 가족 영화 <스타박'스 다방>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이상우 감독은 <오마이스타>와 가진 인터뷰에서 목포에서 다방 레지로 일하는 남자 이야기를 신문으로 접하고 그걸 바탕으로 삼아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한다.

주연으로 나온 백성현 배우는 "원래 시나리오엔 동성애 코드도 강했고 주요 캐릭터들도 나이가 많았으며 이야기 속 정사 장면도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의 따뜻한 영화가 되기까진 많은 곡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감독 스스로 "원래 시나리오를 빨리 쓰는 편인데 <스타박'스 다방>은 수정 과정을 정말 많이 거쳤다"고 말할 정도다.

근래 한국 영화계엔 '커피'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몇 편 등장했다. <커피메이트>는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실험적인 색채로 담았다. <커피 느와르 : 블랙 브라운>은 커피를 액션 느와르의 소재로 활용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스타박'스 다방>은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 연상되는 온기로 가득하다. <카모메 식당>이나 <심야식당>도 떠오른다.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 온난전선,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과감한 소재와 거침이 없는 전개에서 추진력을 얻었던 전작들과 달리, <스타박'스 다방>은 익숙한 드라마의 형태를 가지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드러난다. 시한부 설정은 진부하게 다가오고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 힐링 영화와 비교한다면 매끈함이 떨어진다.

<스타박'스 다방>은 이상우 감독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도입부에 여러 커피 브랜드를 보여주는 장면이나 곳곳에 삽입된 유머는 전작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한 풍경이다. 강원도 삼척의 이모저모를 보여주거나 동네 어르신들을 지나가는 모습에선 정겨움이 느껴진다. 달콤한 설탕과 커피의 향을 인간 관계와 추억에 녹인 묘사도 좋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건 화면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작들이 주로 인물로 화면을 구성하였다면 <스타박'스 다방>은 공간과 풍경, 인물 간의 거리 등으로 채웠다. 2.35:1 화면비는 이런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상우 감독이 단순히 선정주의로 흐르지 않고 채움의 고민을 한다는 걸 느낀 대목이다.

전작과 비교하면 낯선 영화, 이유는 '달라진 화법'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영화 <스타박'스 다방>의 한 장면 ⓒ 온난전선,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스타박'스 다방>에서 보여준 이상우 감독의 변화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그의 전작과 비교한다면 분명 낯설다. 그러나 곰곰이 뜯어보면 달라진 건 없다. 그는 여전히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법이 다를 따름이다.

이상우 감독은 "오로지 영화제를 가려고 사회를 비판했다"면서 "이번에는 찍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또한,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이야기를 영화에 투영시켰다. 남은 건 어머니밖에 없다. 영화로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별은 반짝거림으로 행복을 주며, 좇아가는 이에게 꿈을 보여주고, 사라지기에 그립다. 이상우 감독에게 시골의 별다방을 담은 <스타박'스 다방>은 자신을 위한 위로이자 격려인 셈이다. 그의 진심이 많은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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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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