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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북콘서트 연 양정철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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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책을 내고 국민들의 부름이나 요청에 맞춰 문을 열었고, 그 문이 열린 새로운 세상에서 또 다음 문을 열고 나갔지요. 하지만 저는 문을 열 생각이 없어요. 제가 쓴 책은 문을 열고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정중하게 드리는 노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양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메디치미디어)를 낸 양정철 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북콘서트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행사에서 양정철 전 비서관은 "권력과 거리를 두는데도 내 동정이 계속 기사화되고, 책이 과도하게 주목을 받고 있어서 당혹스럽다"며 이같이 운을 뗐다.

"언어의 힘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저력"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한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막을 내리자 잠행에 들어갔다.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그해 5월25일 뉴질랜드로 떠났다.

양 전 비서관 자신이 책에 밝힌 표현을 빌리자면 "영광의 시간에 뒤안길을 택했"던 셈. 그는 책에다 "언어라는 지점에서 노무현, 문재인 두 분과 더 깊게 만났다"며 "권력의 힘, 돈의 힘보다 언어의 힘이 강한 사회를 꿈꾼다. 언어의 힘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저력"이라고 적었다.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우리 사회에 깃든 다양한 문제를 조망한다. 이날 게스트로 초대된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지역 차별을 거론했다. 어수룩한 이를 가리켜 '촌스럽다'며 지적하는 모습이나, 떠드는 이들을 향해 '지방 방송 꺼'라고 소리치는 장면의 바탕에는 서울 바깥의 지방 사람들을 비하하고 열등하게 다루는 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다.

카피라이터 정철씨(왼쪽)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가운데)에게 정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오른쪽은 방송인 김미화씨.
▲ 카피라이터 정철 "양정철, 정치했으면..." 카피라이터 정철씨(왼쪽)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가운데)에게 정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오른쪽은 방송인 김미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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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로 참석한 코미디언 김미화씨는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정치판에 염증을 느꼈음을 방증하는 대목을 읊었다. 우리 현대사에 짙게 밴 '레드 콤플렉스'를 비판하는 대목이었다.

"(문재인의) 부친은 북한 체제가 싫어 고향을 등지고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이다. 대통령은 특전사로서 병역 의무를 다하고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빨갱이, 좌파, 종북' 같은 공격이 대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정치 현실에 문 대통령은 참담함을 느꼈다."

'양비' 면직 않은 채 가신 노 대통령

양 전 비서관의 별명은 '양비'다. '양정철 비서관'의 줄임말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 직위에 임명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사회자로 나선 작곡가 김형석씨는 2012년 대선 무렵 양 전 비서관과 인연을 맺었다. 주변 사람들 죄다 그를 '양비'라 부르길래, 처음엔 '양푼비빔밥을 좋아해서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단다.

양 전 비서관은 자신의 별명 '양비'를 "명예롭게 생각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를 '양비'라고 부르며 비서관 자리를 면직하지 않은 채 떠났다"며 "문 대통령도 나를 편하게 '양비'로 부르다가 언젠가 내가 대학교 전임교수가 됐을 때 '양 교수'라고 부르던데, 되게 불편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양 전 비서관은 언어능력만 놓고 본다면 노 전 대통령은 카피라이터나 신문사 편집기자, 문 대통령은 역사 저술가로 나섰다면 성공했으리라고 적었다. 양 전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은 밀림의 사자처럼 수많은 언어와 상황 가운데 한 가지를 확 낚아채서 본질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젊을 때 사법고시에 붙기 전 회기동 경희대 앞에 책방을 내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품고 영부인과 같이 의논한 적 있다"고 밝혔다.

"지지율 연연 말고 뚜벅뚜벅 가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깜짝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임 실장을 향해 "선배랍시고 정처 없이 떠도는 후배가 먹고살겠다고 책을 냈는데 걱정돼서 왔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기와도 되느냐"고 했다. 이에 임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도 내가 여기 왔을 줄 모를 것"이라며 "많이 그립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러우니까 낙관주의와 건강을 잘 챙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몸 잘 만들어두라"고 당부했다.
▲ "정치할 일 없다"는 양정철에 임종석 "몸 잘 만들어두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깜짝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임 실장을 향해 "선배랍시고 정처 없이 떠도는 후배가 먹고살겠다고 책을 냈는데 걱정돼서 왔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기와도 되느냐"고 했다. 이에 임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도 내가 여기 왔을 줄 모를 것"이라며 "많이 그립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러우니까 낙관주의와 건강을 잘 챙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몸 잘 만들어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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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의 열기가 달아오를 때, 의자에서 일어선 양 전 비서관이 객석을 둘러봤다. 그가 갑작스레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양 전 비서관은 임 실장과 뜨겁게 포옹하고 어깨동무까지 했다.

두 사람은 19대 대선 시절 각각 문재인 후보 캠프 비서실장과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그들은 힘 합쳐 정권 교체를 일궜다. 이날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작년 하반기 여의도에서 떠돌던, 이른바 '임종석-양정철 불화설'을 무색케 했다.

양 전 비서관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기 와도 되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임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은 내가 여기 온 줄 모를 것"이라며 "대체로 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서 나만 왔다"고 화답했다.

양 전 비서관은 "엊그제 함께 폭탄주를 했는데, 임 실장 어깨가 과로로 뭉쳐 있었다"며 "굉장히 용하다는 의사와 진료 약속을 잡았음에도 밀양 참사가 일어나니까 진료를 팽개치고 비상근무를 했다던데, 괜찮느냐"고 되물었다.

임 실장은 양 전 비서관에게 '낙관주의'와 '건강'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그는 "대선 캠페인 할 때는 워낙 생각이 비슷해서 '척하면 삼천리, 툭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서로 말 안해도 마음이 잘 맞았다"며 "늦게 끝나더라도 잠깐 대포 한 잔 하는 맛에 힘든 줄 모르고 했는데 요샌 많이 그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양 전 비서관은 '지금 청와대 동지들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을 묻는 독자 질문에 대해선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신념 있게 뚜벅뚜벅 걸어가라. 국민만 바라보고, 멀리 보고 가라"는 답을 냈다. 그는 "지지율이 낮아지면 언론은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야당의 정치 프레임도 그리 작동한다"면서도 "우리 국민들이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고, 국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 정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어떤 사건 하나를 두고 일희일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보는 시각을 확 달리할 거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월 6일 북콘서트... '3철' 한자리에

북콘서트 현장에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여권 실세들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민병두 의원, 광주시장 출마를 본격 준비하는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친문 그룹에 속한 김병기·김한정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꽤 참석했다.

양 전 비서관은 세간에 떠도는 정계복귀설을 일축했다.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는 주문에 그는 "가족들과 설을 보내다가 3월에 다시 출국해서 지방선거 전후까지 계속 외국에서 머무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외국 대학 몇 군데서 초청이 온 터라, 초빙교수나 초빙연구원 자격으로 공부하면서 국제적 안목을 쌓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경선 판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지방선거 '지원사격론' '등판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양 전 비서관은 "지방선거 경선...좋은 분들끼리 페어플레이하고 경쟁력 있는 분들이 되면 좋지"라고 말했다.

다음 북콘서트는 2월 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다. 그 자리에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게스트로 참석한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3철'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전해철 의원은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태그:#양정철, #북콘서트, #세상을바꾸는언어, #문재인,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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