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올림픽 치룬 빙속여제 이상화 '눈물'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를 마친 이상화 선수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상화 '눈물'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를 마친 이상화 선수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빙속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투혼을 불사르는 아름다운 레이스를 펼쳤다. 평소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던 그였지만 레이스를 마친 직후에는 눈물을 쏟았다. 미소와 눈물이 교차하던 이상화의 모습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을 때보다 더한 감동을 줬다.

이상화는 18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고다이라 나오(일본·36초9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상화는 초반 100m 구간을 고다이라보다 0.06초 빠른 10초20으로 주파하며 통과했지만, 마지막 3,4코너를 빠져 나오던 도중 조금 삐끗했고 마지막 100m 구간에서 가속이 부족했다. 

역주하는 빙속여제 이상화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 역주하는 이상화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 이희훈


부상 딛고 해낸 레이스

이상화는 십 수 년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를 책임져왔다. 그 과정에는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 순간이 훨씬 더 많았다. 무엇보다 부상으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할 당시에도 이상화는 이미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고 하지 정맥류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상화는 소치 이후 수술을 고민했지만 평창 출전을 결심한 후 재활치료를 통해 평창까지 오게됐다.

그러나 평창을 불과 한 시즌 앞둔 지난 2016-2017 시즌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다시 재발하면서 이상화의 레이스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릎 통증으로 몸의 중심이 흔들리면서 기록도 떨어졌고,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던 실수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상화는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다잡아 갔다. 월드컵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고다이라와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해, 결국 0.2초대까지 좁혔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상화는 마지막 레이스에서 최선을 다했다. 초반 100m는 고다이라보다 0.02초 빠른 10초20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3,4코너를 빠져 나오면서 왼쪽 다리가 다소 삐끗 거리며 매끄럽게 나오지 못했다. 왼쪽다리는 이상화가 무릎 부상을 안고 있는 그 다리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고 끝까지 달리고 달려 결승선을 통과했다.    

빙속여제 이상화 은메달!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시상대에 오른 이상화 선수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빙속 이상화 은메달!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시상대에 오른 이상화 선수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36.36의 세계기록 보유자

이상화가 2012-2013 시즌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세웠던 세계기록 36초36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멸의 기록이다. 밴쿠버에서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딴 후 이상화의 기량은 정점을 찍었고, 당시 세계기록을 무려 네 차례나 경신했다.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소치에서 이상화는 더욱 강해져 있었다. 37초28의 올림픽 신기록을 내며 2연패를 달성했다. 이미 이전 시즌부터 세계기록을 연달아 깨며 적수가 없었던 이상화는 소치에서 최전성기를 맞이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이상화의 입장에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하고 난 후 은퇴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는 한 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다름 아닌 홈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격려와 위로'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선수를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 고다이라 선수가 맞이하며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다.

▲ 이상화와 고다이라 '격려와 위로'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선수를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 고다이라 선수가 맞이하며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인사하는 이상화와 고다리아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렉을 돌고 있다. 오른쪽은 금메달을 뜬 일본 고다이라 선수.

▲ 인사하는 이상화와 고다리아 이상화 선수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37초33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렉을 돌고 있다. 오른쪽은 금메달을 뜬 일본 고다이라 선수. ⓒ 이희훈


세기의 맞대결, 포옹으로 마무리

고다이라와 이상화의 대결은 지난 두 시즌 간 세계 빙속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상화가 5년여 간 정상을 지켜오다가 고다이라라는 맞수가 나오면서 여자 단거리는 매 국제대회마다 가장 뜨거운 경쟁을 자랑했고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고다이라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몰랐고 이상화는 부상으로 주춤했다. 이상화는 강릉 선수촌을 입촌하면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그 선수(고다이라)보다 내게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 선수가 다시 만나 얘기를 한 것은 18일 500m 레이스가 끝난 직후였다.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후 고다이라는 눈물을 쏟고 있던 이상화를 다가가 안아줬다. 두 선수는 그제야 악수를 하며 서로 회포를 푸는 모습을 보여줬다. 언론을 비롯해 외부에서는 두 선수의 경쟁에 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결국 두 선수는 환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400m 트랙을 돌았다.

이미 8년간 올림픽 최정상을 지켰던 이상화와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빙속 챔피언으로 등극한 고다이라. 두 선수는 경쟁에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일깨워줬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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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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