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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 맥케인, 클린턴 대 트럼프, 오바마케어, 총기규제. 미국의 국론이 분열될 때마다 언론은 미국을 공화당 대 민주당, 동부와 서부, 도시와 시골의 대립 구도로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여론은 주 경계선을 따라 형성되지 않는다.

<분열하는 제국>의 저자 콜린 우다드는 미국의 주 경계선이 아프리카 국경선 만큼이나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북미 대륙에는 '11개 국가(nation)'가 존재하며, 이들의 경계선에 따라 여론이 갈린다고 말한다.

 <분열하는 제국> 표지
 <분열하는 제국> 표지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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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분열의 역사

저자는 이들 11개 국가가 마치 춘추 5패, 전국 7웅과 같이 합종연횡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싶어하는 듯 보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미국에는 3개 정도의 세력이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미국의 분열은 크게 보면 양키덤(Yankeedom)을 중심으로 하는 북부 연합과 남부 심연(Deep South)이 주도하는 남부 연합, 일명 딕시 연합의 대결이 주축이며, 부동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북미에 존재하는 11개 국가(nations)
 북미에 존재하는 11개 국가(nations)
ⓒ Colin Woo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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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국가의 분포는 위 그림과 같다. 독립전쟁을 주도한 것은 북부 연합의 맹주인 양키였지만, 총사령관은 당시 남부 연합의 맹주였던 타이드워터(Tidewater) 출신의 조지 워싱턴이었다. 역사상 미국이 가장 크게 분열한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의 핵심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Greater Appalachia)는 북부의 편에서 싸웠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북부와 남부 연합의 구성원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쉽게 파악된다. 다음은 저자가 설명하는 주요 세력들의 역사적 형성 과정이다.

북부 연합의 맹주는 양키다. 이들은 청교도 이상향을 건설하려고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문화적 제국주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믿고, 남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치려 한다. 그래서 양키덤은 계속해서 적을 만들어왔다. 북군을 위해 싸웠던 그레이터 애팔래치아가 남북전쟁이 끝나자마자 남부에 가담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부 연합의 맹주는 남부 심연이다. 독립전쟁 당시까지만 해도 남부 연합의 맹주는 귀족 중심의 타이드워터였다. 그러나 주도권은 곧 부르주아 중심의 남부 심연에 넘어왔다. 이들은 종교적, 과학적으로 노예 노동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했다. 노예 노동을 악으로 규정한 양키에 맞서 싸운 것은 당연하다. 남북전쟁은 남부 심연과 양키 사이의 전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부 개척이 이루어졌다. 서부 해안의 살기 좋은 곳에 정착한 양키들은 레프트코스트(Left Coast)를 형성했고, 거의 언제나 양키와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나중에 서부 개척에 나서는 바람에 서부 사막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양키들은 파 웨스트(Far West)가 되었다.

가혹한 환경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그들은 그레이터 애팔래치아를 닮아갔다.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확보한 땅에는 점점 멕시코계 인구가 늘어났고, 이민 정책을 키 어젠다로 하는 엘 노르테(El Norte)를 형성했다.

현재의 북부 연합은 맹주인 양키덤을 중심으로 파 웨스트와 뉴네덜란드를 포함한다. 이에 대항하는 남부 연합은 남북 전쟁 직후 형성된 딕시 연합이다. 즉 맹주인 디프 사우스를 중심으로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와 타이드워터가 포진한다. 그러나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타이드워터는 더 이상 남부 연합이라 보기에 애매한 위치에 있다.

저자는 이 책 이후에 신문에 기고하는 글에서도 타이드워터를 남부 연합의 일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21세기의 선거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타이드워터를 대신해서 파 웨스트가 남부 연합에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분류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 번의 대선 전쟁

나는 이 책을 집어들면서, 오바마의 후임자로 트럼프를 선택한 현대 미국의 분열상에 대해 읽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2011년에 나온 책이다. 게다가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미국에 관한 서술은 전체 분량의 10%도 되지 않는다.

저자가 설명하는 현대 미국의 분열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더 이상 공화당 대 민주당, 소위 블루 주와 레드 주 사이의 균열은 유용한 분석 도구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부동층을 구성하는 3개 국가의 성향에 관한 간단한 설명 정도다.

다행히도, 저자 콜린 우다드는 자신의 분석 도구를 활용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언론 기고를 해 왔다. 그는 지난 세 차례의 대선 결과를 '11개 국가'의 경계선을 이용해 분석했다. 우선, 2008년과 2012년, 민주당의 오바마가 승리한 두 번의 대선 결과를 지도에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2008년과 2012년 대선 결과
 2008년과 2012년 대선 결과
ⓒ Colin Woo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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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맥케인이 패배한 후, 2012년 공화당은 롬니를 내세웠고, 진보 정권에 분노한 파 웨스트와 그레이터 애팔래치아는 더욱 붉게 타올랐다. 거기에 더해서 양키덤의 푸른 색은 흐려졌다. 양키들 사이에서도 오바마로부터 롬니로 옮겨간 이탈표가 많았다는 말이다.

물론 대선은 진보 대 보수의 어젠다 대결이 아니다. 멕시코계 인구가 상당히 존재하는 엘 노르테(El Norte)가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은 오바마의 피부색과 상관없지 않다. 다음 지도는 2016년 대선, 즉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승리한 선거 결과를 표시한 지도다. 무엇이 달라졌나?

 2016년 대선 결과
 2016년 대선 결과
ⓒ Colin Woo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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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지도는 앞선 두 차례 대선의 연장선에 있다. 이민자들을 국경 밖으로 쫓아내고 멕시코 국경에 담벼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에 대항해서 엘 노르테가 결집한 것은 당연했다. 파 웨스트와 그레이터 애팔래치아는 더욱 붉게 물들었고, 양키덤의 푸른 색은 거의 색이 바랬으며, 미들랜드는 색이 바래다 못해 회색지대가 되었다.

콜린 우다드는 신문 기고를 통해, 양키덤과 미들랜드 시골 지역의 표심이 트럼프를 향하는 바람에 클린턴이 패배했다고 분석한다. 이들 시골 지역 사람들은 백인 기독교도들로, 트럼프 어젠다의 핵심 '내부 그룹'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맺음말을 통해 미래에 관해 간략히 언급한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미래에도 현재의 모습대로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캐나다만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저자는 디프 사우스가 평화적 방법으로 미연방에서 분리했다면 현재 미국은 캐나다와 비슷한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인다.

분열은 미국만의 문제일까

나는 엘 노르테에서 2년, 레프트 코스트에서 3년, 그리고 미들랜드에서 1년을 살았다. 샌디에이고에서 살았을 무렵은 9.11 테러 직후였다.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프랑스에 대한 반감으로 프렌치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라고 부르자는 운동이 확산되던 웃기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돌이켜 보면,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이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된다. 북한의 독재에 대해 북한국민들을 탓하던 퇴역군인, 팔레스타인 자폭테러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보이던 유대인, 그리고 정치에는 담을 쌓고 지내던 회사 사람들. 그들은 아마도 애팔래치아, 양키, 그리고 미들랜드에 속했을 것이다.

내가 살았던 곳은 모두 국제도시였고, 나는 그 도시들이 품은 국제 시민 사회의 한 구성원이었다. 투표권이 없던 내게 저들 국가는 보이지 않았다. 분열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국외자까지 포용하는 거대 도시 문화, 그것이 미국의 진정한 힘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미국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해 보인다.

언제나 남의 떡은 커보이는 법이다. 캐나다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딱 그렇게 보인다. 한국과 같이 조그마한 나라도 지역주의에 의해 둘셋으로 쪼개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분열이란 미국의 역사가 낳은 독특한 현상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으로도 진화해 왔다.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말하듯, 우리는 기아와 질병, 그리고 전쟁을 극복해 왔다. 기아와 질병을 극복한 힘은 과학이지만, 전쟁 극복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진화한 결과다.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이제 선거결과 지도에서 지역경계선을 보는 일은 그만 두고 싶다.


분열하는 제국 - 11개의 미국, 그 라이벌들의 각축전

콜린 우다드 지음, 정유진 옮김, 글항아리(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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