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의 최재림 배우와 엔젤 역의 배우들이 'Land Of Lola'를 부르고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의 최재림 배우와 엔젤 역의 배우들이 'Land Of Lola'를 부르고 있다. ⓒ CJ E&M


"롤라가 내일 뭐 입고 올 지 궁금한 사람?"이라는 질문에 손을 번쩍 들던 구두 공장 직원들처럼 무대 위에 롤라가 등장하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롤라에게 집중된다. 한밤중 온통 빨간빛이 가득한 어느 클럽. 반짝거리는 커튼 뒤로 롤라의 세계가 펼쳐진다.

화려한 드레스와 조명, 사방은 롤라의 상징 정열적인 '레드'로 가득하다. "무엇을 상상하든지 나는 그 이상이지"라는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그는 밤이 되면 마돈나가 되는 드랙퀸이다.

<킹키부츠>는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망해가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롤라와 함께 킹키부츠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이다. <킹키부츠>에서 단연 눈이 가는 건 롤라다. 롤라는 화려한 모습과 재치 있는 입담뿐 아니라 성숙한 내면으로 모두를 사로잡는다. 롤라에게 모든 걸을 맡기고 뮤지컬 <킹키부츠>를 감상한다면 찰리와 공장 직원들이 롤라를 만나 성장하고 행복을 찾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날 것이다.

"벌거죽죽 버건디 말고 레드" 주체할 수 없는 롤라의 열정

재고가 쌓여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구두 공장을 걱정하던 찰리는 우연히 롤라를 만나 틈새 고객 '드랙퀸'들을 타깃으로 튼튼하고 섹시한 부츠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며칠 뒤 '레드 부츠'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롤라의 손에 올려진 건 '벌거죽죽한 버건디색 낮은 굽의 육포 부츠'였다. 섹시한 레드 부츠를 상상했던 롤라는 욕포 같은 부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엔젤들을 출동시켜 이상적인 부츠의 디자인을 제시한다.

이 대목에서 'Sex In The Heel' 노래를 통해 롤라의 킹키부츠가 그려지는데 '특별한' '성적으로 특이한'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 킹키(Kinky)처럼 롤라의 부츠는 혁명 그 자체였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반짝이는 빨간색 킬힐 부츠, 리본이 휘감겨 있는 노란색 킬힐, 뾰족한 앞굽이 매력적인 보라색 하이힐 등 이를 처음 본 찰리와 직원들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Sex In The Heel'은 롤라의 열정과 '구두는 섹시해야한다'는 철학을 화려하고 신나게 표현했다. 이 때 같은 클럽에서 공연하는 드랙퀸 엔젤들도 나온다. 부츠들만큼이나 화려한 엔젤들은 비슷하면서도 각 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공장을 점령하는데, 대극장 특유의 활기차고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처럼 롤라는 좋아하는 걸 확실하게 드러내는데 부츠를 그려내는 것도 그렇고 찰리가 제안한 구두 디자이너 일에 금방 응하는 것에서도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려함 속에 숨겨진 롤라의 인생 이야기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이다. 롤라 역의 최재림, 찰리 역의 박강현, 로렌 역의 김지우 등이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이다. 롤라 역의 최재림, 찰리 역의 박강현, 로렌 역의 김지우 등이 열연하고 있다. ⓒ CJ E&M


여장 했을 때는 천하무적이던 롤라가 남자 옷을 입자 의기소침해하며 고개도 잘 못 들었다. 공장 사람들과 어울려 보고자 남자 옷을 입고 출근했지만 놀림을 받고 도망치고 만다. 따라 나온 찰리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Not My Father's Son'은 롤라의 인생이 담겨있는 곡이다.

롤라는 어린 시절부터 "강해야한다", "어울려 살아라"는 아버지의 말에 본인의 모습을 숨기고 숨죽인 채 살았다. 아버지의 기대에 따라가보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고통스러운 삶 뿐. 그래서 스스로 억눌러 왔던 진실한 마음을 따라가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어봤다.

마침내 찾은 행복과 자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걸렸던 롤라의 힘겨운 시간들과 아픔, 성장통이 이 곡으로 다 전달된다. 화려함 속에 숨겨져 있던 롤라의 깊은 이야기를 잘 담아냈으며 이후로 <킹키부츠>의 메시지와 다른 인물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끌어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롤라는 정말로 강인한 사람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네가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는 신비한 존재 같지?" "정상적으로 좀 입고 다녀" 같은 험한 말을 듣고도 양로원 공연장에서 'Hold Me In Your Heart'를 부르며 여전히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틀어져버린 아버지도 용기내서 찾아가는 등 이미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인 성숙한 롤라는 점점 더 단단해진다. 이렇게 롤라를 인간 비타민, 행복 전도사로 만든 건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라"는 신념이다. 찰리를 만나기 전의 롤라도 이걸 잘 알고 있었지만 찰리와 공장 사람들을 만난 후 한 층 더 성장했다. 이제 본인이 변하는 걸 넘어서 다른 사람들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롤라는 "진짜 남자가 되라"면서 비웃던 돈을 변화시켰고 철부지 찰리와 관객도 설득했다.

이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롤라 덕분에 <킹키부츠> 극장은 웃음과 감동이 끊이지 않는다. 화려함에 시선을 뺏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한 사람의 인생과 성장에 집중하게 되는 게 뮤지컬 <킹키부츠>의 매력이다.

관객과 함께 즐기는 킹키부츠 표 커튼콜

뮤지컬 <킹키부츠> 앞에는 항상 '화려', '신 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신 나는 뮤지컬이 되려면 극의 요소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관객이다. 관객의 반응이 좋아야 분위기가 더 살기 마련이다. <킹키부츠>는 공연 중 롤라, 로렌 등이 입담으로 객석을 빵빵 터뜨리고 엔젤들은 현란한 몸짓과 톡톡 튀는 의상으로 환호성을 이끌어내는데, 이 분위기는 커튼콜까지 이어진다.

커튼콜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일어나 배우들과 함께 <킹키부츠>의 춤을 추면서 환호한다. 그러면 엔젤들이 객석으로 찾아가 함께 즐기는데 <킹키부츠>에 푹 빠진 관객들과 배우들이 함께 춤을 추면서 에너지를 나누는 따뜻한 순간이다. 제작진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석을 롤라의 클럽을 찾은 관객, 패션쇼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처럼 느껴지도록 했고 커튼콜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 연출로 인해 뮤지컬 <킹키부츠>만의 특별한 커튼콜을 완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킹키부츠>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망해가는 구두 공장을 받은 어리버리한 찰리 앞에 신비로운 해결사 롤라가 등장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악역이 없는 점도 활기찬 <킹키부츠>의 매력 중 하나다. 바쁜 현실 속에 치이던 사람들이 극장을 찾으면 눈앞에 화려한 무대가 마치 동화처럼 펼쳐진다. 인물들의 화끈한 춤과 노래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커튼콜 동안 춤을 추고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라", "도전해라"는 교훈들까지. 뮤지컬 <킹키부츠>를 만나면 행복한 동화가 시작될 거고 롤라가 전하는 '행복을 위한 6단계'를 지키면 그 행복이 영원히 이어질 거다.

1단계 "솔직하게" 2단계 "뭐든 도전해봐" 3단계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줘" 4단계 "사랑해" 5단계 "자신을 믿어봐" 6단계 "맘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덧붙이는 글 뮤지컬 <킹키부츠>는 2018년 1월 31일부터 2018년 4월 1일까지 공연합니다.
뮤지컬킹키부츠 최재림 박강현 정성화 이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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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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