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운동들, 기적 같다고 생각한다."

<뉴스룸>에 출연한 김태리의 마지막 답변은 '미투'에 대한 지지였다. 지난 1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에게 손석희 앵커는 '미투' 운동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태리는 다소 어두운 얼굴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15분가량의 짧은 인터뷰, 새로 개봉한 영화 홍보를 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미투' 폭로자들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김태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태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 JTBC 화면 갈무리


김태리는 "가해자들의 사회적 위치, 그들이 가지는 권력이 너무나 크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그런 마음을 크게 느낀다"고 자신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적 있는데 여기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었다. 이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의 크기를 감히 알 수는 없지만, 만약에 제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저 역시도 침묵해야 했을 것"이라며 "폭로와 사과가 반복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뉴스룸> 출연 이전에도 '미투' 운동에 대한 의견을 드러낸 적 있다. 지난 2월 23일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연이은 폭로들이 "그 공간 안에서만 있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성폭력이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임을 짚었다. 또한 "지금은 일단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지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태리 "더 나은 사회 구조 만들 수 있길"... 여성 연예인들 지지 이어져
김태리뿐 아니라 다른 동료 여성 배우들의 지지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최희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클릭 한 번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지금이라도 동참한다"라고 적으며 손바닥에 '#metoo'와 '#withyou'를 적은 사진을 올렸다. 배우 신소율 또한 자신의 SNS에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성의 고통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아픈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metoo, #withyou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배우 최희서 또한 SNS를 통해 '미투' 지지 캠페인에 참여했다.

배우 최희서 또한 SNS를 통해 '미투' 지지 캠페인에 참여했다. ⓒ 최희서 SNS 갈무리


공식석상에서 '미투'를 언급하는 배우들도 있었다. 배우 김남주는 2일 열린 드라마 <미스티>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신인 때 모욕적인 말들을 많이 들어봤다. 이런 일들로 연예계에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이도 2일 열린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 제작발표회에서 미투 운동에 관해 "같은 여자 입장에서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미투'에 대한 언급을 어렵게 하는 문화들도 존재한다. 신소율은 '미투' 지지 의사를 밝힌 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응원한다고 했을 때 또 다른 비난이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응원하고 싶은데 눈치를 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근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뮤지컬 관련 인터뷰에서 기자가 아이비에게 '미투'에 관한 의견을 묻자 관계자가 "'미투'는 민감하니 대답하기 어렵다"고 제지했다고 한다. 해당 기사에서 기자는 "유독 '미투'에 관한 질문만 막혔다"며 제지 이유에 관해 "흥행만 보고 부담감은 우려한" 것이라고 썼다.

그동안 성폭력에 대한 피해자들의 저항을 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최영미 시인은 고은 시인의 잘못된 행동을 폭로하지 못했던 이유가 "문단 권력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에 따르면, 연극계의 거장이었던 이윤택이나 청주대 교수였던 조민기 또한 연극계와 학교에서 큰 권력을 쥔 존재로 인식됐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충분히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피해 호소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절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동료 여성 배우들의 '미투' 지지 선언은 끊임없이 언론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JTBC <뉴스룸>에서 김태리는 연이은 폭로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구조를 바꾸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이들의 소신 있는 행동이 바로 그 '길'을 닦는 일이다.

김태리 미투 METOO WITHYOU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