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림 한국영상자료원장

류재림 한국영상자료원장 ⓒ 성하훈


최근 성희롱 발언과 인사 문제로 노조의 반발을 샀던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 류재림 원장이 최근까지 근무시간에 헬스클럽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탄압에 관여한 정황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비판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자료원의 한 관계자는 "류재림 원장이 근무 시간 중 헬스클럽을 이용해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윤리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오후 3~4시경에 개인 운동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행위를 장기간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은 정확치 않지만 최근까지 1년 정도는 지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원의 다른 관계자들도 비슷하게 증언하는 부분이다.

자료원 관계자들은 원장이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은 직원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엘리베이터에서 헬스클럽에 가는 원장을 마주친 경우도 많고, 원장이 직접 다니는 헬스클럽에 대해 이야기해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류 원장은 근무 시간 중 헬스클럽 다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여러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헬스클럽에 가서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는 형식으로 허리 강화운동을 하는 게 효과가 있어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운동을 위해서 다닌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어 "1997년에 디스크 판정을 받았으나 수술대신 재활센터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아 재활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진기자로서 일하면서 취재가 바쁘다 보니 다시 통증이 심해졌고, 이후 민간요법과 통증 치료를 받아 왔고 지금도 계속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류 원장은 "지난겨울 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에 동파로 물이 쏟아졌을 때는 휴일인데도 내가 차를 몰고 직접 가는 등 필요한 때는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일했고 휴가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업무 공백이 없게 일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내 편의를 위해 있었던 비서도 취임 후 없앴다"면서 "후임 원장을 생각해 최근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료원 관계자들은 류 원장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14일 "어쩌다 며칠 갈 수는 있겠지만 근무 시간 중에 매일 간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일반 직원들은 몸이 아플 경우 6일 간의 병가를 낼 수 있고,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며 잠깐 병원에 다녀오는 경우는 부서장의 허락을 받고 1시간 내외로 다녀올 수 있으나 저런 식의 행동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공무원의 경우는 복무규정 위반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며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장의 경우는 규정을 정확히 확인해 보겠지만, 부적절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탄력근무나 유연근무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근무시간 전후로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근무시간 중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 성하훈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직원에게 보복성 인사 의혹도

류재림 원장은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직원에게 류 원장이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자료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016년 1월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체육관광부는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과 임권택 감독 <화장>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담당 프로그래머는 이미 홍보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2015년 10월 취임한 류 원장도 프로그래머의 의견을 수용해 문체부에 불가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2016년 3월 해당 직원을 업무 관련성이 없는 곳으로 인사 발령을 내면서 보복성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직원은 극장 운영 팀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지만, 프로그래머를 극장운영팀으로 발령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직원은 그해 말 사직했다.

해당 직원은 "말로만 승진이었지 프로그래머 업무만 전문으로 해 온 사람에게 영화관 시설관리를 맡긴 거다. 당시 원장에게 '하고 싶지 않고 나가라는 이야기로 밖에 안 들린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물관 개관 담당자로 큐레이터 개념과 비슷한 경력직으로 들어온 건데, 표면적으로만 승진이고 팀장이었지 팀원도 없었다"면서 "다른 업무를 맡기려면 다른 아카이브를 보내야지 극장 시설관리를 맡기는 건 모욕스럽다"고 불쾌해 했다.

자료원 직원들도 이를 두고 "명백한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했다. "자료원 내 다른 고위 관계자가 지속적으로 해당 직원을 질책해 자존감을 훼손시켰고, 인격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프로그래머 일을 했으면 오랜 시간 자료원에서 일해 온 그 분이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퇴직할 때 직원들이 많이 안타까워 했다"고 말했다.

 2017년 1월 문화체욱관광부 앞에서 블랙리스트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

2017년 1월 문화체욱관광부 앞에서 블랙리스트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 ⓒ 성하훈


이에 대해 류재림 원장은 "보복성 인사가 절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류 원장은 "2016년에 첫 인사를 할 때 자료원에 중간 간부가 없어서 1명밖에 없는 팀장을 4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또 "인사를 할 때 여러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기 인사에 반영했고 인사에 대한 항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가지 업무만 오랫동안 맡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인사를 통해 아카이브의 다양한 직무를 경험토록 하여 역량을 키우고자 당시 7년 이상 프로그램 업무에 근무한 직원을 같은 부서에서 극장 운영 팀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이라면서 "팀장 발령 후에도 기존 프로그램 업무도 하면서 팀장으로 1년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이직한 것으로 보복성 인사는 분명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직원 사직 후 담당 팀장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공석으로 있다가, 이후 조직개편에서 없어졌다. 류 원장은 "조직 개편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의뢰했고, 결과에 따라 팀을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직원이 다른 업무를 경험했으니만큼 이후 인사 때 원래 업무로 돌리려 했으나 2016년 연말 프로그래머 일을 하고 싶어 다른 영화제로 간다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간 것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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