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벚꽃길로, 화개천과 잘 어울려 매년 4월 초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 화개~쌍계사 벚꽃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벚꽃길로, 화개천과 잘 어울려 매년 4월 초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올해 4월 7, 8일 주말에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울 사람들 많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모든 지역에서 벚꽃축제가 동시다발로 열리고, 구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봄꽃 축제들이 집중 분포하는 기간이다. 꽃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수많은 맛깔난 메뉴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맛집 손님처럼 어디로 갈까 고민에 빠질 시기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남부지방 벚꽃의 절정기는 4월 4~6일이며, 중부지방 벚꽃의 절정기는 4월 6~8일 정도이다. 올해는 지난겨울과 3월 날씨가 예년에 비해 춥다 보니 벚꽃 개화와 절정기가 2, 3일 정도 뒤로 밀렸다. 각 지자체 입장에서는 4월 7, 8일 주말 말고는 축제를 개최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됐다. 결국 4월 초의 벚꽃 축제와 산수유축제가 모두 이때로 집중되고 말았다.

그러니 이 7, 8일 주말에 날씨가 안 좋으면 각 지역 축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축제 관계자들은 하늘에 대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을지 모른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읊으면서.

하늘을 가린 벚꽃길은 차로 가기보다 걸어서 가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 화개~쌍계사 벚꽃길 하늘을 가린 벚꽃길은 차로 가기보다 걸어서 가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4월 7, 8일 '황금 주말'에 숱한 꽃 여행지들 중 벚꽃 여행을 가고자 한다면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곳, 도시보다는 자연 환경이 살아 있는 시골에서 벚꽃을 보고자 한다면 우선 순위로 갈 수 있는 곳,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린 벚꽃길 하면 당연히 경남 하동의 화개~쌍계사 10리 벚꽃길이다.

부지런해야 가는 곳, 차를 내려놓아야 편한 곳, 매년 가도 같은 타이밍에 또 가고 싶은 곳, 그곳에 가보자.

가장 오래되고 자연스러운 벚꽃길

도로를 따라 벚꽃 군락이 구름처럼 이어져 있어 장관이다.
▲ 화개~쌍계사 벚꽃길 도로를 따라 벚꽃 군락이 구름처럼 이어져 있어 장관이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매년 4월만 되면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고 각종 음악 차트에서 역주행을 기록하며 귀를 간질이는 독특한 음색의 노래,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 발표한 지 7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봄을 대표하는 노래로 우리 곁에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좋아요~♬"

이 가사와 가장 어울리는 벚꽃 여행지가 경남 하동 화개천 벚꽃길이다. 특히,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특별하게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매년 4월 초 화개~쌍계사 길에는 하얀 꽃비가 내린다. 흔히 보기 힘든 벚나무 거목들에서 바람에 날리며 벚꽃비가 흩날릴 때 그 도로를 걸어간다. 도로에는 벚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 연인, 가족, 친구들의 웃음꽃이 핀다.

하늘을 가린 벚꽃길은 위아래 일방통행으로 나누어지는 구간에서 더욱 아름답다.
▲ 화개~쌍계사 벚꽃길 하늘을 가린 벚꽃길은 위아래 일방통행으로 나누어지는 구간에서 더욱 아름답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엄마, 이거 안 잡혀요!"

꽃잎 하나 잡아 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 꽃비가 얼굴을 가려 손으로 휘젓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손에 손잡고 걸어가는 커플들의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화개천을 따라 화개~쌍계사 십 리 길을 걷는 체험은 도심의 빌딩 숲 사이에 피어 있는 벚꽃들 사이를 걷는 것보다 더 의미가 깊고 자연스럽다. 그러니 이렇게 먼 곳까지 오는 것이 아닌가.

상류에 오염원이 없고 대도시가 없으며, 중류부터 지리산을 끼고 돌며 바다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은 새벽이면 안개가 강 전체에 깔려 마치 산들 사이에 떠 있는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해 질 녘이면 햇빛을 받아 물결마다 하얗게 반짝거린다.

섬진강을 따라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을 연결하는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로에서는 강 양안을 내내 달리며 섬진강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다. 3월 중하순이면 강과 골짜기마다 만발한 산수유와 매화도 좋지만, 역시 대표적인 꽃은 4월 초의 벚꽃일 것이다.

구례-하동 간 19번 국도를 따라 벚꽃길이 펼쳐져 나름대로 괜찮지만, 이 강변길의 벚꽃은 비교적 근래에 심은 것들이라 아직 2% 부족한 느낌이다. 정말 감동적인 벚꽃길은 역시 '혼례길'로도 불리는 화개마을~쌍계사 간 10리 벚꽃길(약 4.5km)이다.

벚꽃길 옆에 녹차밭이 있는 구간에서는 흰색과 푸른색의 어울림을 감상할 수 있다.
▲ 화개~쌍계사 벚꽃길과 차밭 벚꽃길 옆에 녹차밭이 있는 구간에서는 흰색과 푸른색의 어울림을 감상할 수 있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경상도와 전라도의 접경지대로 유명해진 화개마을을 관통하여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화개천변의 벚꽃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28년 화개면장을 지낸 김진호씨가 쌍계사 가는 길을 넓히며 벚꽃 묘목을 구입해 심은 데서 유래한다.

지금은 벚나무 고목들이 도로를 채우고, 해마다 절정기의 벚꽃이 도로를 마치 구름처럼 에워싸는 장관을 이루며 화개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해마다 4월 초면 계곡길을 수놓는 화려한 벚꽃터널은 그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라 일부러 이 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왕이면 차로 쓱 지나가기보다 이처럼 벚꽃길과 화개천의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친환경적인 체험이라고 할까.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 둘이 걸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혼례길이라는 현대적 별칭도 붙었다.

게다가 한창때는 차보다 사람이 빠르다. 차는 길에서 멈춰 서 있지만, 사람은 거북이처럼 천천히라도 걸어가기 때문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사례라고나 할까.

하늘을 가린 벚꽃길은 아래위 일방통행으로 나누어지는 구간에서 더욱 좋다. 특히, 화개로 돌아오는 윗길은 아랫길보다 위에서 도로가 지나가므로, 잠시 차를 세우거나 걸음을 멈추어 화개천과 아랫길을 내려다보면 전망이 좋고 풍경이 입체적이다.

화개천에 길게 안개가 피어난 듯 벚꽃구름이 천을 따라 긴 곡선을 이루며 시야의 끝까지 하얀 띠를 이루는 모습이 잊지 못할 장관이다. 전국의 어느 벚꽃길에도 이런 풍경은 없다. 

2014년 화재로 불타버린 이후 2016년에 재개장했다.
▲ 복원된 화개장터 2014년 화재로 불타버린 이후 2016년에 재개장했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화개마을 입구의 복원된 화개장터도 지나가며 구경할 만하다. 2014년 11월의 화재 이후 2016년 4월 1일 완전히 재개장한 장터는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본래 장터의 입점 자격을 하동군에 3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으로 제한했지만,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이를 일부 깨고 전남 광양과 구례의 상인들에게도 일부 점포를 배정하였다고 한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의 의미를 나름 세웠다.

해마다 4월 초의 화개장터 벚꽃축제 때면 지역 상인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다양한 토산품과 가공 제품들을 판다. 인위적이지만, 한창 때면 정말로 장터가 재현된 기분도 든다. 시골의 이런 분주함은 도시의 스트레스성 분주함보다 확실히 여유가 있어 넉넉하다.

올해 2018년의 경우 4월 7, 8일 주말에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연다. 혹시 축제 자체가 아닌 벚꽃길만 충분히 즐기겠다고 하면 축제보다 하루 이틀 정도 일찍 가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 4월 5, 6일 경이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싱싱한 재첩과 당근, 사과 등을 새콤한 양념에 무쳐 낸다. 화개 여행의 별미이다.
▲ 재첩회 싱싱한 재첩과 당근, 사과 등을 새콤한 양념에 무쳐 낸다. 화개 여행의 별미이다.
ⓒ 홍윤호

관련사진보기


[여행정보]

* 문의는 화개장터 관광안내소 055-883-5722

* 자가용으로 갈 경우 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IC→19번 국도 하동 방향→구례→화개에 이른다. 혹은 남해고속도로 하동IC→19번 국도 구례 방향→하동→화개에 이른다. 

* 대중교통은 하동읍에서 화개를 거쳐 쌍계사에 이르는 군내버스(9:15, 15:50, 17:30 출발), 칠불사행 버스(13:40 출발), 의신행 버스(10:10, 11:40, 14:50, 17:00, 18:50 출발), 신흥 행 버스(8:00 출발)를 이용, 화개에서 내리거나 쌍계사까지 간다. 하동에서 화개를 거쳐 구례로 가는 시외버스도 자주 있다(시간은 하동 출발 시각 기준임).

* 화개마을 앞에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남도대교가 있다. 4월 초 성수기에는 19번 국도 하동~화개 구간, 구례~화개 구간에 차량이 혼잡하므로 아예 강 건너편 861번 지방도로로 강 따라 오다가 화개 앞에서 남도대교를 건너면 체증으로 인한 짜증도 줄이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한창때는 여기도 막힌다. 그저 아침에 일찍 오는 수밖에 없다.

* 주차는 화개장터 일대와 쌍계사 입구에 할 수 있다. 가능하면 벚꽃길가에는 주차하지 않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쌍계사 입구에 주차하는 게 더 넓고 편하다. 

* 화개는 섬진강의 혜택을 받은 재첩국, 참게탕과 은어 요리로 유명한데, 화개면 소재지 안에 오래된 맛집들이 있다. 이들 중 재첩이 계절에 맞다. 하지만 재첩국이 워낙 대중화되어 있어 별다른 맛을 못 느낄 수 있으니, 이럴 경우라면 재첩회를 먹어 볼 것. 싱싱한 재첩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맛이 별미이다.


태그:#화개~쌍계사 10리 벚꽃길, #화개장터벚꽃축제, #벚꽃엔딩, #화개마을, #벚꽃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