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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기자말

얼마 전, 아내의 산후조리원 동기 엄마가 아이와 함께 집에 놀러왔습니다. 항상 엄마, 아빠랑만 놀다가 동갑내기 친구가 집에 오니 우리 아기가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드나 봅니다. 생각보다 뚱하게 멀뚱멀뚱 친구와 이모를 쳐다만 보고 있는데요. 약간 낯을 가리나 봅니다.

하지만, 그 낯가림의 시간도 잠시. 아기 둘은 마치 그 공간에 아기는 자기만 있는 것처럼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각자 놉니다. 그러다 둘 다 '엄마욕구'가 샘솟았는지 엄마 옷을 붙잡고 칭얼대기도 하는 것이 정말 귀엽기만 합니다. 우리 아기는 집 주변에 왕래하는 또래가 없어서 친구와 같이 어울려 놀아 본 게 거의 처음이었는데요. 친구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니, 육아빠의 머리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다른 애기들은 뭐하고 놀까? 우리 아기는 다른 애들에 비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까? 잘 크고 있는 걸까?'

아기 손님이 왔다간 후 저녁, 아내에게 제 생각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기가 다른 친구들이랑 잘 놀지 궁금하고, 다른 아기들은 어떻게 노는 지도 보고 싶다고요. 제 생각을 들은 아내는 대답합니다.

"그래? 아기 문화센터 한 번 데려가 볼까? 백화점에도 있고, 산부인과에도 있고, 대형마트에도 있어."

평소, 아기가 가는 문화센터에 대해 듣기만 했을 뿐 자세한 정보는 알고 있지 못한 저는 아내의 얘기를 듣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시작합니다. 정보를 찾다 보니 생각보다 정말 많은 아기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연령대도 생각보다 어린 아이들부터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돌전의 아기는 너무 어려서 문화센터에 가서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심사숙고 끝에 대학원 수업이 없는 날을 활용해서 아빠가 아기랑 문화센터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내는 손목이 안 좋기도 하고, 아침 잠도 많은 편이라 문화센터를 가기는 좀 힘들 것 같더라고요. 또, 내심 문화센터에 가면 아기와 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장소는 우리 아기가 태어난 산부인과의 문화센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구요? 아기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편안해할 것 같았거든요. 강좌명은 '윙윙 베이비스쿨'. 왠지 꿀벌인형이 등장해서 놀아줄 것 같은 프로그램명이네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아빠랑 아기랑' 함께 간 생애 최초 문화센터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걱정과 설렘의 문화센터 가기 전 날 밤

문화센터에 가기 위해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을 합니다. 아이쿠! 그런데 참가신청자 작성란에 보니까 '엄마 성명'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소심한 육아빠는 일단 강좌를 신청하고 문화센터 가기 전 날 오후, 불안한 마음으로 문화센터 담당자에게 조심스레 문자로 질문합니다.

참가자 성명은 엄마만?
 참가자 성명은 엄마만?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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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화센터 담당자님. 신청서에 보니까 엄마이름을 적게 되어 있더라고요. 혹시 아빠가 아기랑 문화센터에 가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당연히 아빠랑 오셔도 되죠. 요즘은 아빠도 많이 오세요. 정말 좋은 아빠시네요."

휴. 다행입니다. 거기다가 좋은 아빠라는 칭찬까지 해주는 센스! 칭찬에 약한 육아빠는 문화센터 담당자분과 연락을 한 후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고 내일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그날 저녁, 문화센터에 가기 위한 간단한 짐(간식, 기저귀, 손수건, 물티슈, 공갈꼭지 등)을 미리 챙겨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합니다. 

문화센터 가는 날, 아기의 컨디션이 중요해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화센터 첫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 강의가 시작되니, 최소 10시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첫 날부터 시간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따라 아기가 평소보다 빨리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문화센터 가서 아기 졸리면 끝이야!'라고 누누히 말하던 아내의 조언과 '아기가 배고프면 문화센터에서 엄마가 힘들어집니다'라고 적혀있던 문화센터 관련 인터넷 블로그의 내용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아기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분유를 먹고 열심히 놀았는데요. 시간을 계산해보니 딱 배고플 시간에다가, 가장 졸릴 시간에 수업을 시작하게 생겼습니다.

당황한 육아빠. 출발 30분 전 시간이 촉박하지만 아주 빠르게 아기에게 가벼운 과일 이유식을 먹입니다. 다행히 꿀꺽꿀꺽 잘 먹습니다. 일단 첫 번째 문제인 아기의 배고픔은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이유식을 다 먹어가던 아기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힘을 주기 시작하네요. '문화센터에서 내가 응가를 하면 아빠가 힘들거야!' 아들이 효자긴 효자인가 봅니다. 아빠가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변수를 아기가 먼저 알아서 해결해주는 군요.

아기를 씻기고 딱 10시에 집에서 나옵니다. 하필이면, 비까지 내리네요. 아기 짐들랴, 우산 들랴, 가장 중요한 아기 들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힘들게 아기를 카시트에 태우고 드디어 출발! 다행히 아기가 차에서 새근새근 잠을 청하네요.

문화센터 가면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문화센터 가는 날의 아기가 언제 일어나서 밥을 먹고, 언제 대변을 보는지, 아프진 않은지, 졸리진 않는지와 같은 아기의 컨디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엄마 9명과 아빠 1명, 그래도 아기랑 함께 해서 행복해요

5분 정도 일찍 문화센터에 도착하니 프로그램 선생님께서 격렬하게 환영해주십니다. 다른 아기 엄마들도 같이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니 육아빠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10시 30분이 조금 넘으니 참석자가 모두 도착했습니다. 보호자들을 쭉 살펴보니, 전체 10명 중 엄마는 9명, 아빠는 1명으로 9대 1의 비율입니다.

강사 분도 여자 분이시니 정말 어른 중에 남자는 저 하나네요. 하지만,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아기가 있어 행복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선생님과 말을 건네주는 동료 엄마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아기와 저는 문화센터가 처음이지만 마치 베테랑처럼 음악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을 함께 하며, 틈이 날 때마다 셀카를 찍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문화센터에 적응해 나갑니다.

문화센터에는 또래 아기들이 있다
 문화센터에는 또래 아기들이 있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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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처음 수업이 시작될 때는 주변의 수많은 이모들과 친구들이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기만 했는데, 놀이 활동이 시작되니 적응해서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아기 친구가 집으로 놀러왔을 때 오히려 손님인 친구가 더 적극적으로 잘 놀아서 우리 아기가 소극적인 건 아닐까 조금 걱정했거든요.

물론, 문화센터에 다닌 지 몇 개월이 되는 베테랑 아기(?)들에 비하면 덜 적극적이긴 했지만 처음 왔다는 걸 감안했을 때 우리 아기의 활동량은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엄마가 없다고 보채거나 낯선 환경에 있다고 울지 않았으며,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주변의 이모들의 무릎을 타고 올라고 안기기도 하였지요. 오늘 우리 아기의 문화센터 움직임 점수는 100점 만점입니다. 

아기의 문화센터 경험
 아기의 문화센터 경험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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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의 첫 문화센터, 아빠가 느낀 점

아기와 아빠가 함께 간 문화센터 첫 날. 긴장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됐지만, 막상 다녀와 보니 다음 수업이 더욱 기대됩니다. 우선, 수업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알차고 좋았습니다.

40분 간의 활동을 나열해 보자면, 선생님과 아기들의 율동 인사, 아빠랑 함께 하는 아기 마사지, 선생님의 똑딱 단어카드 놀이, 딸랑이 흔들며 놀기, 다양한 장난감을 넣었다 뺏다하고 쌓아보기 놀이, 선생님이 불어주는 비누 거품 잡기 놀이... 우와! 진정 40분 수업 맞나요? 정말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습니다. 문화센터 선생님의 능력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특히, 장난감 넣고 빼기 놀이와 비누 거품 잡기 놀이를 할 때는 아기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초등교사인 저에게도 초등학생과 함께하는 40분 수업을 이 정도로 재밌게 하려면 정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교사로서 저를 반성하게 만들 정도로 아주 훌륭한 수업이었습니다.

아빠랑 아기랑 문화센터
 아빠랑 아기랑 문화센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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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엄마가 아닌 아빠랑 왔다고 소외되지 않고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물론, 제가 초등교사라 다수의 여자 분들과 익숙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엄마, 아빠들"이라고 의식적으로 저를 보면서 신경 써 호칭을 불러주었고, 제가 처음인 걸 알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처음인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하고 질문을 해주어 제 긴장을 풀어주었지요.

게다가, 주변의 동료 엄마들은 "아기가 똘망똘망 해요.", "아기가 잘 웃어요."와  같은 아기 칭찬과 더불어 "아빠가 아기랑 오다니 보기 좋아요.", "아기가 아빠를 잘 따르네요."와 같은 아빠 칭찬도 잊지 않고 해주어 저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주 문화센터에서는 미역 촉감 놀이를 한다고 하는데요. 벌써부터 다음 주 문화센터 시간이 기다려지는 육아빠입니다.


태그:#육아빠, #초보아빠 육아일기,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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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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