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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매산 산철쭉 군락지에서.
 황매산 산철쭉 군락지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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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연홍빛으로 봄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산철쭉 꽃길이 늘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부쩍 짧아지는 봄이 잰걸음으로 서둘러 가기 전에 코를 벌름이며 봄꽃에 마냥 취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마음을 흔들어 댔다.

지난 3일, 나는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합천 황매산(1108m) 산철쭉 산행을 떠났다. 오전 8시에 창원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산행 들머리인 대기마을(경남 합천군 가회면)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께. 감기에 걸린 데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몸이 천근만근인데도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신비한 위엄이 서려 있는 거대한 누룩덤.
 신비한 위엄이 서려 있는 거대한 누룩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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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바위(왼쪽)와 하트바위(오른쪽)
 거북바위(왼쪽)와 하트바위(오른쪽)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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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김새가 독특한 바위들이 산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생김새가 독특한 바위들이 산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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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흙만 있어도 바위 틈새에서 이쁘게 피어나는 산철쭉의 강인한 생명력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모진 세월을 버텨 내며 거친 바위 틈에서도 꽃을 피우다니 그저 놀라웠다. 조물주가 숨겨 놓은 보물 같은 거북바위, 하트바위, 누룩덤, 칠성바위 등 생김새가 독특한 바위들을 하나씩 하나씩 만나면서 산행의 재미 또한 쏠쏠했다.

더욱이 위풍당당하고 신비한 위엄이 서려 있는 거대한 누룩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가슴을 벌렁벌렁 뛰게 한다. 그리고 초록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눈과 마음이 한결 시원해지면서 일상의 팍팍함마저 잊게 해 주었다.

오전 11시 50분께 828고지에 도착했다. 산철쭉 군락이 있는 초소전망대 쪽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이곳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500m 거리에 있는 감암산(834m) 정상을 향해 일행과 함께 걸어갔다. 이따금 큰 파도가 무섭게 바닷가로 밀려올 때와 흡사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당혹스러웠다.

    칠성바위 쪽으로 올라가는 산객들.
 칠성바위 쪽으로 올라가는 산객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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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암산 정상
 감암산 정상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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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분 남짓 걸어 감암산 정상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득 매서운 소백산 칼바람이 생각날 만큼 어떻게나 세찬 바람이 불어 대던지 정상 표지석을 사진에 담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다시 828고지 갈림길로 돌아와서는 바람을 등지고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천황재를 거쳐 초소전망대 쪽으로 계속 걸었다.

왼쪽으로 눈길을 주니 아스라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멀리 오른쪽으로 바라다보니 진분홍색 융단들을 펼쳐 놓은 듯 산철쭉들이 끝없이 피어 있는 모습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황매산의 화려한 봄날

    황매산의 화려한 봄날, 온통 연붉은 세상이다.
 황매산의 화려한 봄날, 온통 연붉은 세상이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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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황매평전으로 다가가자 꽃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세상 너머 하늘 꽃밭이 이런 광경일까. 온통 연붉은 세상이었다. 군락지 안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수록 내 몸도, 내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가는 것 같았다. 꽃들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고, 손을 내밀어 살짝 꽃을 어루만지면 금세 내 손에도 연홍색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손을 내밀어 살짝 꽃을 만지면 내 손에도 연홍색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손을 내밀어 살짝 꽃을 만지면 내 손에도 연홍색이 묻어날 것만 같았다.
ⓒ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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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수록 내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수록 내 마음도 연붉게 물들어갔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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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산철쭉 밭에서 일행들과 사진도 찍으며 한동안 그렇게 연홍빛 낭만에 한껏 취해 있었다. 갑자기 빗방울이 하나둘 듣기 시작하더니 비구름이 지나가며 가랑비를 뿌렸다. 전날 내린 비, 그리고 이날 간간이 세차게 불어 대는 바람 탓인지 여기저기 꽃잎들이 처연히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황매산의 봄날은 눈부시게 화려했다.

영암사지 쪽으로 하산을 했다. 일행들과 우르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돛대바위가 나왔는데,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풍광이 멋졌다. 하늘에는 먹빛 구름이 또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이날 하루 동안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비가 내리든 말든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돛대바위
 돛대바위
ⓒ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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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무지개다 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하산길이 소란스러워졌다. 나뭇가지들에 가려 더디게 발견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말이지, 하늘의 선물 같은 이쁜 무지개가 걸려 있어 모두들 즐거워했다.

푸르름이 더할 수 없이 싱그러웠던 산길,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 무엇보다 연붉은 물감으로 화려하게 색칠해 놓은 듯한 황매산의 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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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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