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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2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를 중간 평가하고 장단기 과제를 제시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연속으로 싣습니다. [편집자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1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등 11개 투자·출연기관에 근무하는 2천442명 전원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1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등 11개 투자·출연기관에 근무하는 2천442명 전원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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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과연 올 수 있을까?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이다. 2006년 본격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7만여 명의 공공부문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환 기준이 협소했고, 전환 후 처우개선에 대한 계획이 없었으며, 간접고용에 대한 정규직화 대책이 부재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매년 일정 규모의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시늉에 그쳤고, 실제로는 계약직이 더 늘어났다. 간접고용에 대한 정규직화 대책이 없었던 것은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였다. 세 개의 정부를 거치면서 10년 넘게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 대책은 결과적으로 실패였고, 여전히 공공부문은 왜곡된 고용구조의 본산 역할을 이어갔다.

이전 정부들의 실패와 대비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렬한 언표는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기간제와 간접고용을 대상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1단계 사업은 이전 정부와 확연한 차별성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앞선 글들에서 지적했듯이, 고용만 안정되는 '중규직화'의 우려, 무분별한 자회사 방식 적용, 형식적인 노사 및 전문가 협의체 운영 문제, 그리고 충분한 검토 없이 던져진 표준임금제 문제 등 곳곳에 지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드러난 문제들이 정규직화 취지 자체를 잠식하기 전에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현재 1단계(기간제, 간접고용) 사업의 중간 쯤 와있고, 향후 2단계(출자출연기관, 자회사), 3단계(민간위탁) 정책도 추진될 것이다. 이전 정부들과는 다른 배경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이 이후 민간영역의 고용문제를 개선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복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간 영역 고용 문제 개선 마중물 되기 위한 조건

첫째,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현재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실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단위는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 산하의 노사관계과와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단'이다. 고용노동부가 정규직화 정책의 주무부처인 것은 당연하지만 부처 간 협조와 조율이 없으면 사업의 범위와 규모 차원에서 볼 때 힘들 수밖에 없는데, 현재 보여지는 모습은 매우 회의적이다.

정원과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정규직화 정책의 걸림돌로 비춰지고 있고, 고용노동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들은 거의 손 놓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공공기관 중 비정규직 규모가 크거나 갈등요소가 많은 기관을 전략기관으로 선정한 후 외부 전문가를 배치해서 지원하고자 할 때 해당 기관이 거부하면 고용노동부로서는 도리가 없다. 교육청이 거부하면 교육부가 나서야 하고, 지자체가 거부하면 행정안전부가 나서야 하는데 이러한 협력체계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면 개별기관이 정규직화를 졸속으로 진행했더라도 검증과 제재가 어렵다. 적어도 각 부처 차관급 정도의 컨트롤타워가 수립되고 주기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면 2단계, 3단계 사업 추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둘째, 전환 후 인력관리 문제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왜곡된 고용관행이 효율성의 이름으로 조금씩 스며든 결과이다. 따라서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향후의 인력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또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체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과 관련해서 정규직화 대상자가 없을 줄 알았지만 조사해보니 또 백여 명의 신규 채용한 기간제 노동자가 있었다고 한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언제 어떤 부서에서 비정규직을 또 사용할지 모르게 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 심사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형식화된 운영을 방지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 문제도 살펴봐야 할 점이다.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대책에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을 대체해서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 조사·정규직 전환 예상 규모 브리핑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 31만6천여명의 64.9%에 해당하는 20만5천여명의 비정규직이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 조사·정규직 전환 예상 규모 브리핑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부는 전체 31만6천여명의 64.9%에 해당하는 20만5천여명의 비정규직이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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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민간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문제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규모인 17만 5천 명은 전체 비정규직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정책은 양적인 측면보다는 정규직화의 기준을 수립하고 민간노동시장에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용사유 제한을 기간제와 간접고용에 모두 적용하는 확실한 기준을 수립하고, 입법적 노력과 함께 행정지도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민간노동시장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기간제법, 파견법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법 개정 전이라도 근로감독 기준을 새롭게 개선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홍보와 단속을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명확한 기준 없이 적용되고 있는 자회사 방식은 민간에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보완이 필요하다.

[연속기고]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1년, 평가와 과제
1편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혜 아닌 시민 안전 지키는 길
2편 - 공공부문 1단계 정규직 전환,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3편 - '비정규직 제로', '중규직화' 돼선 안 된다



태그:#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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