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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0년 간 내 피부에 닿던 햇볕은 한반도의  '햇볕정책' 못지 않은 부침을 겪어왔다. 아니 트럼프 '땡깡' 부리듯 휙휙 변했다고 해야 하나. 때로는 차단제 하나 없이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아 들이다가도, 별안간 개성공단 폐쇄하듯 양산과 모자, 스카프 등으로 햇볕을 차단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내 피부의 '햇볕정책'도 찬란한 전성기였다.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 누워있던 '갓 양언니'들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간지 폭발! 그때부터 나는 양산, 쿨토시, 썬캡 등을 쓴 한국인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오로지 선글라스 하나만을 끼고 온 피부로 햇볕을 받아들였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이 아니라 오로지 간지를 위해서였을 뿐. 자외선차단제는 물론 햇빛을 가리는 '촌스러운' 장치는 절대 금지였다. 그렇게 '햇볕정책'을 고수한 결과, 내 피부는 비키니 구역을 제외하고는 겨울에도 결코 하얗게 되돌아오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옥티녹세이트)와 벤조페논-3(옥시벤존) 성분이 든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후 바다에 들어가면 성분이 물에 씻겨나가 산호와 어류에 심각한 피해를 준단다.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옥티녹세이트)와 벤조페논-3(옥시벤존) 성분이 든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후 바다에 들어가면 성분이 물에 씻겨나가 산호와 어류에 심각한 피해를 준단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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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던 무렵 나도 말갛던 20대를 지나 어느새 30대가 되었다. 거울을 보는데 불현듯 기미, 주근깨, 색소침착 등이 보이드라. 이러다 나이 마흔도 안 돼 검버섯이 내 얼굴에 지도를 그릴 판이었다. 주변을 관찰해보니 얼굴에 '깨' 하나 없이 '도자기' 피부를 지닌 사람들은 죄다 햇볕 알레르기 등을 이유로 직사광선을 쬐지 않았다. 나와 절반의 유전자가 동일한 우리 엄마는 양산을 꼭 쓰시는데, 할머니 나이에도 나보다 잡티가 더 적었다. 

무작정 '서양사람' 따라하는 서양 사대주의가 불러온 피부 파탄! 프락셀이니, 한방 침이니 피부과 갈 돈도 없으면서 어쩌자고. 그때부터 몇 년 동안 자외선차단제, 양산, 모자, 긴팔 등으로 햇볕을 꽁꽁 차단하기 시작했다. 내 피부의 '햇볕정책'은 처참히 폐기됐다. 그러나 뒤늦게 햇볕 좀 가린다고 백옥 같은 피부가 될 리 없고,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보니 가리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덥고 답답하고 갑갑해 죽겠드라. 게다가 간지는 '대폭망'(패션 테러리스트'입니다만).

결국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무렵 내 피부의 '햇볕정책'도 변경됐다. 이제 나는 자외선이 강한 5~9월에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며, 이때도 장마 때나 비 오거나 흐린 날에는 바르지 않는다. 피부과 의사들, 화장품 회사들은 사계절 내내, 실내에서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라지만, 멜라닌이 적은 백인도 아니고 일부러 선탠을 할 것도 아니라서 말이다.

갈색, 흑색 색소를 띠어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은 그 자체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이제 나는 봄, 가을, 겨울에는 충분히 햇빛을 쐬며 피부가 비타민D를 합성하도록 장려한다. 비타민D는 신체에 가장 중요하고도 부족한 성분인데,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90%가 비타민D 부족이다. 이런 온갖 논리를 들이대며 깨끗하고 젊은 피부보다는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편하게, 나답게 잘 늙어가기로 했다(실은 '간지' 때문). 어차피 나는 젊을 때도 미모보다는 간지였어.

자외선차단제 성분이 산호를 죽인다고?!

그리고 여름이 코앞에 닥친 지금, 자외선차단제를 장만하려는 찰나 하와이에서 산호초 보호를 위해 2가지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차단제 판매를 금지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금지성분은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옥티녹세이트)와 벤조페논-3(옥시벤존)라는 자외선 차단성분이다.

현재 화장품 검색 앱인 '화해'에 등록된 2,098개의 선케어 제품 중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가 포함된 자외선차단제는 2098개로, 약 70%를 차지한다. 반면 벤조페논-3은 단 69개(2.3%) 제품에 포함돼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화장품 성분의 위험도에 따라 1~10점으로 성분을 평가한다. 1~2점은 안전, 3~6점은 중간, 7~10점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는 EWG 위해도 점수 '6점'으로 중간 정도의 유해성을 보이지만, 호르몬 교란 가능성이 있고 동물실험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벤조페논-3는 EWG의 위해도 점수 '8점'으로 유해성이 높으며,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호흡기,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이들 성분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해양 생태계에는 크나큰 악영향을 미친다. 이들 성분이 든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후 바다에 들어가면 성분이 물에 씻겨나가 산호와 어류에 심각한 피해를 준단다.

[참고기사 : 선크림 그렇게 바르다가 산호초 다 죽어요]

나는 '신기한 동물도감'을 읽는 어린이처럼 산호가 암석이나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사실을 이 기사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됐다. 산호가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처럼 가만히 있다 촉수를 뻗어 바다의 작은 생물들을 섭취하는구나! 그 살아있는 산호에 아주 적은 양의 벤조페논-3만 닿아도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디엔에이(DNA)가 손상된다. 또한 '환경호르몬' 작용을 하여 바다 생물들의 성별 교란, 생식 이상, 기형 등을 일으킨다.

하와이처럼 사람이 많은 바닷가 산호들은 정자와 난자를 생산하지 못해 번식하지 못하는 반면, 인적인 드문 바닷가의 산호는 정상적인 생식 활동을 한다. 한편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는 산호 체내에 있는 바이러스를 활성화시켜 바이러스의 작용으로 산호를 죽게 한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바닷물에 잠시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몸을 담군다고 무슨 대수랴, 하는 변명도 소용없다. <환경호르몬의 습격>에 따르면 호르몬은 1ppb(10억분의 1), 1ppt(1조분의 1)라는 아주 적은 양만 있어도 세포의 활동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ppb는 감자칩 1톤 속에 들어있는 소금 한 알갱이와 같은 양이다. 위 기사에 따르면 올림픽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6.5개 양의 물(16,250톤)에 단 한 방울의 벤조페논-3라도 들어있으면 산호가 영향을 받는데, 세계적으로 해마다 1만4천여 톤의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산호초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오호 통재라.

그래서 내 몸에도, 바다에도 건강한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해보았다. 천천히 따라해보자.

자외선차단제 고르기 바다를 오염시키고 산호를 죽이는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를 고릅시다!
▲ 자외선차단제 고르기 바다를 오염시키고 산호를 죽이는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를 고릅시다!
ⓒ 고금숙,thenoun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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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폰에서 '화해'를 검색해 다운받는다.
2. 돋보기가 그려진 '검색창'을 클릭한다.
3. '성분사전'을 클릭한다.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고르는 방법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고르기 이렇게 해봐요! 1~3
▲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고르는 방법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고르기 이렇게 해봐요!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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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분명' 입력 창에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짧게 쓰려면 '옥티녹세이트')를 입력한 후 해당성분을 클릭한다.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4
▲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4
ⓒ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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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뒤로 돌아와 '성분명' 입력 창에 '벤조페논-3'을 입력한 후 해당성분을 클릭한다.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5
▲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5
ⓒ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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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 초기의 '검색창'으로 돌아와 '성분으로 제품 검색'을 클릭한다.
7. '포함할 성분'은 빈 칸으로 두고, '제외할 성분'의 검색 창 옆에 있는 목록을 클릭한다.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6~7
▲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6~7
ⓒ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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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성분 목록 불러오기' 중 '최근 본 성분'을 클릭한 후,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와 '벤조페논-3'을 클릭하고 '선택완료'를 누른다.

9. '검색하기'를 누른 후 카테고리에서 '선케어' 전체보기를 클릭한다.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8~9
▲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이렇게 해봐요!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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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가지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 제품을 확인한다.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이렇게 해봐요! 10
▲ 건강한 자외선 차단제 고르기 건강한 자외선 이렇게 해봐요! 10
ⓒ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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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자외선차단제 제품은 현재(2018년 5월 27일 오후 1시) 808개나 된다. 이 얼마나 광대한 선택지인가! 문제의 두 성분을 쓰지 않고도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화장품이 808개나 있는데 왜 꼭 산호를 죽이고 번식을 못하게 막는 제품을 써야 한단 말인가요. 정녕?

안전한 자외선 차단성분은 무엇인가요?

자외선 차단성분은 크게 화학적 성분과 물리적 성분으로 나뉘는데, 피부가 허옇게 되는 백탁현상이 있긴 해도 물리적 성분이 가장 안전하며 자외선 차단효과도 뛰어나다.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위의 두 성분도 모두 화학적 성분이다.

대표적인 물리적 차단성분은 '징크옥사이드'와 '티타늄디옥사이드'다. 만약 이 물리적 성분이 포함되고 유해한 2가지 화학적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찾고 싶다면, 위의 과정 중 '포함할 성분' 입력칸에 '징크옥사이드' 혹은 '티타늄디옥사이드'를 넣고 '제외할 성분'에 2가지 성분을 불러와 검색하면 된다.           

'징크옥사이드'가 들어있고 문제의 2가지 성분은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는 485개, '티타늄디옥사이드'가 들어있고 문제의 2가지 성분은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는 595개이다. '징크옥사이드'와 '티타늄디옥사이드' 두 성분을 모두 포함하고 문제의 2가지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는 439개이다. 역시 광대한 선택지다. 이 중에 원하는 자외선차단제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포함성분 2가지, 제외성분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제품 목록 포함성분 2가지, 제외성분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제품 목록
▲ 포함성분 2가지, 제외성분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제품 목록 포함성분 2가지, 제외성분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제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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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선택에서 '선케어'를 클릭하면 '선크림/로션', '선스프레이', '선케어 기타'로 세분화된다. 이 중 원하는 제품형태를 선택하면 더욱 쉽게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분무형 자외선차단제는 권하지 않는다. 스프레이 형식은 바르기 편해서 바닷가에서 몸 전체에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피부에 묻지 않고 해변에 떨어졌다 밀물 때 바닷물에 씻겨 나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킨다. 또한 화장품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어 최대한 사용을 줄이고 호흡기 가까이에서 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선케어 제품 세분화 원하는 제품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 선케어 제품 세분화 원하는 제품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 고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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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암튼, 이게 다 뭔 짓인가 싶다. 이산화탄소를 뿜뿜 내뿜어 기후변화로 바다가 산성화되면서 어패류와 갑각류 등이 단단한 껍질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는 조개구이나 굴전, 새우튀김을 못 먹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을 하도 버려서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있는 플랑크톤까지 오염시키다 결국 우리가 먹는 식탁에 올라올까 걱정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외선차단제 성분이 산호를 죽이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커트 보네거트'의 말처럼 인간은 종 자체로 지구에 말기 암 같은 존재가 된 걸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야겠다. 올 여름, '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와 '벤조페논-3'가 들어있는 자외선차단제를 쓰지 않겠다. 현재 미국 비영리단체 EWG는 '벤조페논-3'를 금지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산호에도, 바다에도, 내 몸에도 좋지 않은 성분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많은 대안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더. 검버섯까지 사랑하는 '멘탈 갑'으로 늙고 싶다(고 쓰고 '간지 갑'으로 읽는다). 피부가 고운 할머니가 될 것인가, 아니면 피부가 까맣고 잡티가 많아도 자전거를 타는 건강한 할머니가 될 것인가, 이 중 딱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다.

내 소원은 나이 팔십에 원피스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자전거 타고 장보는 할머니가 되는 거다. 그러니 햇볕을 쬐여 피부의 비타민D 합성에 더욱 매진하련다. 바야흐로 남북관계에도 쨍하니 '햇볕'이 쬐고 있다. 오메 좋은 '햇볕'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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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쓰레기쿠스, 알맹@망원시장, 쓰레기기덕질 운영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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