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비 코빙턴의 숨막히는 압박 전략은 그의 별명처럼 상대를 ’혼돈(Chaos)' 속에 빠트리기 일쑤다.

콜비 코빙턴의 숨막히는 압박 전략은 그의 별명처럼 상대를 ’혼돈(Chaos)' 속에 빠트리기 일쑤다. ⓒ UFC 아시아 제공


MMA는 본격적인 역사는 길지 않지만 짧은 기간에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기술과 전략적 부분에서는 작년과 올해가 다를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때 맹위를 떨쳤던 특급 주짓떼로들의 가드게임, 레슬러들의 '그라운드 앤 파운드' 전법은 한물간 올드 파이팅이 된 지 오래다.

파훼법이 철저히 드러난 상태에서 공략옵션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스타일이라 해도 우직한 원 패턴 하나만으로는 상위권에서 활약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주베이스를 받쳐줄 다른 옵션이 함께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전략이 따라줘야만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해졌다.

물론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겠지만 예외도 있다. 분명히 패턴이 눈에 보이고 대응법도 마련되어있는 상황이지만 이른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간혹 생겨난다. 체력과 힘을 바탕으로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밀어붙이는 파이팅이 대표적이다. 단순하지만 그것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물론 엄청난 스테미너와 집중력을 요구하는지라 아무나 펼칠 수도 없는 플레이다.

UFC 웰터급에서 활약 중인 '혼돈(Chaos)' 콜비 코빙턴(30·미국)은 그러한 스타일에 능한 파이터다. 코빙턴과 맞붙는 상대들은 그가 어떻게 나올지 잘 알고 있다. 끊임없이 달라붙어 밀어붙이며 상대의 진을 빼면서 점수를 가져간다.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싸울 때는 간혹 있지만 옥타곤 중앙을 차지한 채 전진스텝을 밟는다는 점은 일관적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있었던 UFC 225 대회는 코빙턴에게 중요한 일전이었다. 이날 코빙턴은 하파엘 도스 안요스(34·브라질)와 웰터급 잠정 타이틀매치를 벌였다.

라이트급에서 올라온 도스 안요스는 체격은 작지만 타격, 그라운드의 밸런스가 좋고 기술적 수준이 빼어나다. 때문에 많은 관계자와 팬들 사이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도스 안요스를 상대로도 코빙턴의 '묻지 마 전진'이 통할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압박형 탱크' 코빙턴, '단순한 것이 강하다' 증명

코빙턴은 1라운드 공이 울리기 무섭게 펀치를 휘두르며 거칠게 달려들었다. 의외의 기습 돌격에 도스 안요스는 당황했고 코빙턴은 연달아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노련한 도스 안요스는 이내 몸을 일으켰으나 코빙턴은 쉴새 없이 도스 안요스를 케이지 구석에 몰아붙였다. 마치 한 마리 코뿔소 같이 시종일관 앞으로 나아갔다. 도스 안요스는 이에 맞서 코빙턴의 안면, 몸통 등에 빈틈이 드러날 때마다 어퍼컷과 훅 그리고 미들 킥을 적중시켰다.

2라운드 들어서도 코빙턴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외려 거칠게 펀치를 휘두르고 부지런히 로우킥을 차며 스탠딩 기세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도스 안요스는 지속적으로 코빙턴에게 바디샷을 넣어주었다. 2라운드 종료 약 2분을 앞두고는 묵직한 왼손 카운터도 적중시켰다. 그럼에도 코빙턴은 오직 전진 압박뿐이었다. 눈썹 부위가 찢어져 피가 흘러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 명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도 코빙턴의 미친 듯한 압박만큼은 풀어내지 못했다.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 명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도 코빙턴의 미친 듯한 압박만큼은 풀어내지 못했다. ⓒ UFC 아시아 제공


3라운드 역시 그림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코빙턴은 다른 색깔의 물감을 쓸 생각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색으로 그림을 그릴 생각을 가져온 듯싶었다. 힘이 빠지면서 1,2라운드에 비해 다소 느려진 듯했으나 압박 패턴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기술이 좋은 도스 안요스가 숨을 돌리고 타격 셋업에 들어갈 틈을 좀처럼 주지 않았다.

도스 안요스가 거리싸움을 하려고 할 때마다 전진스탭으로 거리를 좁히며 거칠게 펀치를 휘두르거나 로우킥을 찼다. 도스 안요스가 반격하려는 타이밍에서는 어느새 서로의 거리가 바싹 가까워지며 클린치 싸움 양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스 안요스 입장에서 답답할 노릇이었다.

안되겠다 싶은 도스 안요스는 4라운드에서 코빙턴의 허를 찌르는 대응법을 들고 나왔다. 이전 라운드와 달리 적극적으로 타격 압박을 들어갔고 외려 자신이 역으로 테이크다운까지 성공시켰다. 압박형 레슬러 코빙턴을 맞아 그런 식으로 반격할 것 이라고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코빙턴의 패턴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틈이 생기자 다시금 자신이 압박을 펼치며 일관된 파이팅을 유지했다.

5라운드에서는 도스 안요스 입장에서 굉장히 아쉬운 장면이 하나 나왔다. 케이지로 밀리던 도스 안요스는 압박해 들어오던 코빙턴의 움직임에 맞춰 카운터성 플라잉니킥 공격을 시도했다. 아무리 맷집좋은 코빙턴이라 해도 제대로 맞을 경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간발의 차이로 빗나갔고, 관중석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5라운드 내내 계속된 코빙턴의 '압박 좀비 전략'은 상대인 도스 안요스는 물론 지켜보던 팬들까지도 숨이 턱턱 막힘을 느낄 정도였다.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인 도스 안요스에게 패턴이 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압박 괴물의 탄생'을 알린 경기이기도 했다. 결국 판정단의 채점도 5라운드 만장일치 코빙턴의 승리였다.

도스 안요스를 누르고 잠정챔피언에 등극한 코빙턴에게 이제 남은 상대는 현 챔피언 '선택받은 자(The Chosen One)' 타이론 우들리(36·미국)다. 코빙턴의 숨 막히는 압박 전략이 우들리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하파엘 도스 안요스 콜비 코빙턴 김동현 코빙턴 압박형 전략 웰터급 잠정 챔피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