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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은 지난 1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양인재개발원에서 2월 임시국회 전략수립을 위해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가고 있는 모습.
▲ 단상으로 나가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은 지난 1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양인재개발원에서 2월 임시국회 전략수립을 위해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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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나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 모두 발언을 통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홍준표'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이날 "지난해 대선 때도 패전 처리용이라 집에 갈 것이라고 했지만 끝내 복귀했다"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지방선거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방선거 이후를 내다봤던 홍 대표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6·13 지방선거가 막이 오른 가운데 그 결과 만큼이나 홍 대표의 거취 역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방선거 결과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던 홍 대표의 향후 거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와 자신의 거취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이미 수 차례에 걸쳐 해온 바 있다.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역단체장 6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말한 게 그 시작이다.

자신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도지사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이 승리했던 광역단체장인 부산시장, 인천시장,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울산시장 등 여섯 곳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지난 1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대구시장' 사수를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의 선거 판도가 예년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대표와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김부겸 장관 등이 준비를 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구시장을 내줄 경우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의 아성이자 보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대구시장' 지키기에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경남도지사 선거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 후보가 없다고 언론에서 말하는데 경남도지사는 홍준표 재신임으로 선거를 한다"라며 "그곳은 내 고향이다. 나가는 후보와 홍준표 재신임을 걸고 나갈 것이다. 과연 홍준표를 재신임 하는지 안 하는지 그 결과를 나중에 보자"라고 언급했다. 고향인 경남도지사 선거가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중요한 선거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지방선거와 거취 연결시켰던 홍준표 대표... 이번엔?

이처럼 홍 대표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방선거 결과와 자신의 거취를 연계시키는 언행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쳤지만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홍 대표 스스로 호락호락 물러날 리 없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가 1월 29일 의원연찬회에서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은 이같은 속내를 은연 중에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일부에서 지방선거 패배하면 홍준표 물러나고 우리가 당권을 쥔다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제가 물러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다 망하게 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대표직을 내걸었지만 설사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 해도 이것이 홍 대표만의 책임이 아닌 당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는 결국 연대 책임론을 통해 당 대표 책임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발생하게 될 홍 대표 책임론의 후폭풍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반면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당 대표이니만큼 패배의 책임을 비켜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선거 국면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당내의 불만들이 지방선거 이후 한꺼번에 터져나오게 될 경우 홍 대표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한국당 내부에서는 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홍 대표를 향한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주영·나경원·심재철·정우택·유기준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오래 전부터 홍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해온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적으로 봉합된 이들의 관계는 그러나 일시적인 공생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만큼 홍 대표와 중진 의원들 간의 내부 갈등의 골이 깊고 모질다는 얘기다.

지방선거일인 13일 오전 나경원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후 홍준표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선거 때는 우리가 모두 다 힘을 합쳐서, 견제할 힘을 달라고 외쳤다"라면서도 "선거 끝나고는 모두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많이 얻었던 적게 얻었던 당의 변화를 이야기할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홍준표의 미래는 밝을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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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두 세력 간의 갈등 폭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지도부를 향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를 보더라도 이는 여실히 입증된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게 되면 현 지도부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홍 대표의 운신의 폭을 제약시킨다. 이후 차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때까지 비대위 체제로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선거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홍 대표의 호기와는 다르게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일단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를 향한 당내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있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당권 장악이 생각처럼 수월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당 대표가 연임한 전례가 없다는 점, 홍 대표에게 덧씌워져 있는 수구냉전적 이미지가 지방선거 이후 보수재건에 사활을 걸어야 할 한국당의 생존 전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호기롭게 말했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홍 대표에 난색을 표하는 당내 분위기가 있는 데다가, 지방선거 전망 역시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다시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방선거 직전까지 원내 의석 112석을 거느렸던 제1야당 대표로서의 '염치'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6.13 지방선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대구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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