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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은행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끝낸 검찰 직원들이 압수품을 들고나오고 있다.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은행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끝낸 검찰 직원들이 압수품을 들고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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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범죄 정황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검찰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무능 아니면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17일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노조는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남녀 채용비율을 미리 결정해놓는 등 조직적으로 채용비리가 이뤄졌는데, 그에 대한 최종책임이 있는 윤 회장과 김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직접 채용비리에 개입한 정황도 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그가 은행장으로 있던 지난 2015년 당시 윤 회장 친누나의 손녀는 국민은행 신입직원 채용 때 서류전형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도 최종적으로 4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는 것.

여성합격자 탈락시키고 청탁 지원자 합격... 실무진만 '구속'

하지만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윤 회장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검찰은 전 경영지원 부행장, 전 인력지원 부장, 채용팀장 등 실무자들만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15~2017년 동안 신입직원 채용 때 여성합격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특별한 기준 없이 여성을 탈락시키거나, 청탁을 한 지원자들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윤 회장이 기소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노조는 "꼼꼼하고 디테일까지 챙기기로 유명한 윤 회장이 이러한 (채용비리) 사실을 몰랐거나 보고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직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현직 임원 가운데 일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러한 (채용비리) 일들이 반드시 회장에게 보고됐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박홍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은행장은 당연히 신입채용 관련 보고를 받게 돼있다"며 "청탁 여부나 남녀채용 비율을 미리 정해둔 것도 보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윤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회사 차원에서 엄청난 금액의 법률자문료를 지불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앞서 회사가 인력지원부 팀장에게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변호사를 붙여주면서 채용비리 전반에 대해 자문계약을 하고 10여 억 원 정도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게도 하나은행이 남녀성비를 미리 결정해놓고 점수를 조작하거나 청탁한 지원자를 채용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은행장과 지주회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검찰이 최종 책임자인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눈을 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태 회장과 윤종규 회장은 기소를 면했다고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나대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노조는 촉구했다.

김정한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지 않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를 못한 것 같다"며 "(회사가)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소된 임직원 가운데) 임기만료로 퇴사한 부행장 외에는 모두 보직해제 처분만 받은 뒤 은행에 재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015~2016년 동안 남녀채용비율을 4대 1로 차별해서 채용한 혐의로 전 인사부장 2명을 구속 기소하고, 함영주 은행장 등은 불구속 기소했다.

은행들 징계 망설이는 금감원 "사후처리 언제 할지 말하기 어려워"

이처럼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금감원은 "검사결과 드러난 은행권 채용비리 정황들을 수사기관에 넘겼다"며 "채용절차 미흡 사례에 대해선 경영유의 또는 개선조치 등을 통해 지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관계자는 "검사에 대한 사후처리를 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할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채용비리 검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과거의 방식으로 얘기하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금융정의연대의 김득의 대표는 "검찰이 요란한 수사 끝에 채용비리 몸통인 최고경영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용두사미 결과를 내놨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이 1심 재판 결과를 보고 징계를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재판이 끝나면 최고경영자들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형사처분과 제재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태그:#채용비리,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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