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 DIMF


뮤지컬 <블루레인>은 도발적이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추정화 연출, 허수현 음악감독 콤비의 합이 절정에 이르렀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웰메이드 뮤지컬이기에 더 애정을 담아 아쉬움을 던져본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아래 DIMF) 창작지원작 중 하나로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공연을 올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해 친부살해라는 파격적 소재를 통해 인간의 도덕과 법률상의 죄가 일치하지 않는 현대사회를 그려낸다.

존 루키페르 역에 이서환, 테오 루키페르 역에 서동진, 루크 루키페르 역에 조상웅, 헤이든 로즈 역에 김려원, 사일러스 역에 이용규, 엠마 역에 이현진, 형사 역에 문남권이 출연한다.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 DIMF


<블루레인>을 본 첫 감상은 이전 작들에서도 관객의 눈을 확실히 붙잡아두는 세련된 그림을 만들어온 추정화 연출답게 아주 세련된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의자를 활용한 미장센은 적은 제작비로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창작지원작의 환경에도 부합하면서도 푸른 조명 + 의자라는 작품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룬 많은 작품들 중에서 튀는 느낌이 담겼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얽힌 여자 관계를 헤이든 로즈 한 명으로 집중하고 테오와 루크를 보살피는 엠마라는 캐릭터(이름에서 보이듯 '엄마'를 담았다)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존 루키페르 역시 냉소적이면서도 사악한 면모가 두드러진 캐릭터가 기존의 아버지보다 한층 더 입체적이다. '뛰어 뛰어' 같이 짧은 대사로도 관객들에게 그의 성격을 명확히 설명해주는 기억에 남는 대사 역시 센스있다. 이현진, 이서환 배우의 연기가 빛나는 것일 수도 있다.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 DIMF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테오와 루크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는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관객들의 불편함을 일으켰던 요소인 짙은 폭력성이 두드러진다. 또 가끔 등장하는 몇몇 대사들은 지나치게 설명조거나 최근 흐름과 맞지 않아 관객들의 몰입도를 깨버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루크의 '네가 우리 엄마 친구의 아들?'이 대표적이다. 죽음을 앞둔 비장한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로는 부적절하다(흡사 배트맨 대 슈퍼맨의 '마사'가 떠오른다). 또 마약쟁이 창녀의 딸 운운하는 대사가 과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2018년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재해석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 특히 마지막 내레이션은 창작진의 창작 의도를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에 그쳐서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빼앗아가는 아쉬움을 남겼다.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 DIMF


그러나 대구 출신 배우인 문남권 배우를 형사 역으로 기용한 것은 프로덕션 관점에서 볼 때 빛나는 선택이다. 또 앞서 언급한 이서환, 이현진 배우들 외에도 이미 많은 뮤지컬 매니아들에게 검증된 이용규, 조상웅, 김려원, 서동진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노래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당장 대학로에서 공연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작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인터뷰> 이후 추정화 연출의 작품은 매번 더 성장하고 있다. 여성 인물의 비중을 키웠던 <스모크>에 이어 여성과 노인을 주요 인물로 내세워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원스어폰어타임 인 해운대>가 그렇다. 이번 <블루레인> 역시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중장년 남성이 매력적으로 출연한다(<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태원 정도가 눈에 띈다). 완성도를 떠나 추 연출이 보여줄 가능성과 확장성에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기도 하다.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뮤지컬 <블루레인> 공연 장면 ⓒ DIMF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www.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대구 뮤지컬 DIMF 블루레인 창작지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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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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