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닥속닥> 배우 소주연 영화 <속닥속닥>의 배우 소주연이 1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영화 <속닥속닥> 배우 소주연 ⓒ 이정민


1년 전 우연히 그의 SNS를 본 광고관계자가 제의한 게 시작이었다. 평범한 사회초년생이던 이가 웹드라마를 찍게 됐고, 나아가 장편 영화로 13일 데뷔했다. 학원 공포물을 표방한 <속닥속닥>에서 모범생 은하 역을 맡은 소주연(25)은 "아직까지 신기하고 멍하다"며 현재의 심경을 표현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운은 아니었다. 그의 전작인 웹드라마 <하찮아도 괜찮아>를 본 감독이 오디션을 제의 했고, 합격이라는 말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차근차근 준비해갔다. 영화 보는 걸 좋아했던 신인이 한 영화의 주연으로 우뚝 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찾아온 학원 공포물 

은하는 단짝 친구를 잃는 아픔을 안고 수능 시험을 치렀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그가 수능에선 실력발휘를 못했고, 기분전환 하러 놀러가자는 친구들을 따라 어느 지방에 자리한 외딴 놀이공원에 들어가면서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은하는 단순히 공포감만이 아닌 수험생의 복잡한 심리를 품은 캐릭터였다.

"<여고괴담> 시리즈와 <고사>를 찾아보면서 감정선을 잡아 갔다. 또 감독님께서 <쇼코의 미소>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어떤 우정은 연애 같고 어떤 연애는 우정 같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사적으로 지은(은하의 친구 캐릭터, 이유미가 연기했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영화 보시면 둘이 주고받은 교환 일기장이 나오는데 우리가 둘의 관계를 상상하면서 직접 다 쓴 것들이다(웃음)."

 영화 <속닥속닥>의 한 장면.

영화 <속닥속닥>의 한 장면. ⓒ 파이브데이


모든 것이 낯선 현장이었기에 소주연은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갔다. 캐릭터 표현 등에서 막히면 감독을 찾았고, 본인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동료들의 연기를 관찰했다. 여기에 수험생의 심리를 잘 이해하기 위해 동창들을 만나거나 여러 사건사고 기사들을 보기도 했다.  

"실제로 전 고3 때를 즐겁게 보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생활하는 게 재밌었다. 여고를 나왔는데 마니또도 하고 친구들과 돈을 모아 물건도 사고 그랬다, 전교 1등과는 거리가 멀었다(웃음). 부모님께서도 영화 속 은하 네처럼 어떤 학업 스트레스를 주기 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주의셨다."  

나름 밝은 학창시절을 보낸 소주연은 졸업과 동시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라고 하셔서 핸드폰 비용도 제가 내면서 다녔다"며 그가 열거한 일들은 대부분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들이었다. 프렌차이즈 카페, 젤리 가게, 백화점 이벤트 매대 판매 등.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했고,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좋아했다"며 한층 밝게 웃어보였다.  

신중함과 도전 사이

영화 <속닥속닥> 배우 소주연 영화 <속닥속닥>의 배우 소주연이 1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속닥속닥> 배우 소주연 영화 <속닥속닥>의 배우 소주연이 1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소주연은 그 흔한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졸업했고, 바로 취업했다. 첫 직장은 병원이었다. 고객을 상대하는 사무직으로 2년 간 근무했던 그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을 빨리 하고 싶었다"며 "대학생 때는 컵라면, 삼각김밥 이런 거 많이 먹잖나. 돈을 벌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아르바이트와 이런 사회생활이 연기에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랄까. 사실 어렸을 때부터 전 되게 애매모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남들이 말하는 연예인의 외모?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좀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다만 예술 분야에 관심은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밴드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영국음악을 좋아했다. 라디오헤드, 스미스, 오아시스 등. 조금 있으면 <잉글랜드 이즈 마인>이라는 영화(밴드 스미스의 보컬 이야기를 다룬 작품)가 개봉하는데 얼른 보고 싶다! 요즘엔 케미컬 브라더스 음악에 꽂혀있다."


혼자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며, 진로 고민을 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등 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 그는 분명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여전히 연기는 재밌으면서 어려운 것 같다"며 소주연은 "이 길에 확신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속닥속닥> 배우 소주연 영화 <속닥속닥>의 배우 소주연이 1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어떤 확신이 들기까지 제가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인 것 같다. 일단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려 한다. 지금은 굉장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평생 할 수 있을까? 5년 뒤, 10년 뒤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속닥속닥>을 할 땐 제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이 된 것이라 빨리 캐릭터에 집중해야 했고, 집중하고 싶었다.

<하찮아도 괜찮아>와 <속닥속닥> 모두 내향적이고 조용한 캐릭터였는데 기회가 된다면 제 성격과 비슷한 밝고 튀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쌈 마이웨이> 애라, 혹은 <커피 프린스>에서 윤은혜 선배께서 맡은 그런 중성적인 역할들."


자신의 일상을 건강하게 보내며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신인 배우였다. 친구들과 카페를 다니며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던 소주연은 이제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껏 한 번도 길러본 적이 없는 머리도 한창 기르는 중이란다. 혜성처럼 나타난 이 배우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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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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