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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이 지나도록 변한 건 거의 없다. 여전히 침을 뱉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1년 선고된 한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다. 별거 중인 아내를 미행해 목에 가위를 들이대고 성폭행 하려다 아내에게 살해당한 남편, 이 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아내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에서 남편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세세하게 따졌다.

2008년 선고된 다른 사건. 수십년 간 폭행에 시달린 62살의 아내가 스카프로 목을 조르려는 남편의 손에서 스카프를 빼앗아 살해한 사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은 "(아내가) 아래층으로 살고 있던 이웃집으로 피할 수 있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금 의원은 9년 전 한 주간지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사건을 열거한 뒤 "늦은 밤 사무실에서 판례를 읽으면서 남편이 스카프로 목을 조를 때 아래층에 살고 있던 이웃집으로 피했어야 한다는 구절을 볼 때는, 법이 여성들에게 한 모든 일, 그리고 법이 여성들에게 해주지 못한 모든 일이 떠오르면서, 솔직히 침을 뱉고 싶어진다"라고 일갈했다.

9년이 지난 오늘, 그는 또 다시 "침을 뱉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그가 언급한 것은 '안희정 전 지사 무죄 판결'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에 대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피해자의 임면권을 갖고 있다"면서도 "유무형의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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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인 금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소심에서 '위력 행사'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새로운 판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금까지의 사례와 법리를 분석한 좋은 기사"라며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뭘 했던 것인가"라고 자조했다.

"왜 법원은 남성의 심리상태 하나하나를 배려해주며 여성의 두려움에는..."

그러면서 그는 학교 선배와의 대화를 복기했다. 금 의원은 "부인이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한다, 자연분만을 해야 제대로 된 모성을 가지게 된다"는 선배의 말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선배가 판사가 됐다고 전한 그는 "판사들이라고 해서 성평등에 대해 특별히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점이 이 이야기의 교훈"이라며 "법원 전체가 지금까지 보여온 태도가 진짜 실망스럽기 때문에 특정 사건을 다룬 특정 재판부에 대해 비판을 퍼붓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면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특정 판사'의 문제가 아닌 법원 전체가 내재하고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시 안 전 지사 판결로 돌아온 금 의원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적나라해서 오히려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안 전 지사에 대한 공소사실과, 그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마치 진공상태에서 써내려간 것 같은 '위력 행사'에 대한 법원의 법리 설명을 읽다가 던져버렸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법원은 정말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이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라며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에 대해서는 미묘한 심리상태 하나하나까지 찾아내서 분석과 배려를 해주는 법원이, 왜 눈에 뻔히 보이는 여성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희정 전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희정 전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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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태섭,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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