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에 빠졌던 '명승부 제조기' 게이치가 13개월 만에 승리를 챙겼다.

UFC 라이트급 7위 저스틴 게이치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브라스카주 린콘 피난클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5 메인이벤트에서 라이트급 10위 제임스 빅을 1라운드 1분27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에디 알바레즈와 더스틴 포이리에게 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던 게이치는 빅에게 UFC 두 번째 패배를 안겨주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한편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페더급 경기에서는 마이클 존슨이 안드레 필리를 2-1 판정으로 꺾고 페더급 전향 후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리를 챙겼다. 한 때 웰터급의 강자로 군림했던 베테랑 제이크 엘렌버거는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오가는 브라이언 바레레나에게 1라운드 2분 26초 만에 KO로 무너지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때로는 선수에게 부담이 되는 '무패 파이터'라는 타이틀

 17전 전승14KO의 전적으로 옥타곤에 입성한 게이치는 2경기 만에 무패 행진이 깨졌다.

17전 전승14KO의 전적으로 옥타곤에 입성한 게이치는 2경기 만에 무패 행진이 깨졌다. ⓒ UFC.com 화면 캡처


격투기 선수에게 '무패'라는 것은 분명 대단히 영광스런 타이틀이다. 복싱 역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50전 50승 무패라는 엄청난 전적을 쌓은 후 은퇴했다. 메이웨더가 스피드와 테크닉에 의존하며 다소 지루한 경기를 펼치고 커리어 후반 무패 전적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상대를 까다롭게 고르며 복싱팬들에게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링 위에서 그를 제압한 복서는 아무도 없었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역시 26전 전승의 완전무결한 전적을 자랑한다. 어린 시절 곰과 레슬링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하빕은 아버지로부터 전수 받은 극강의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싸운 모든 상대들을 모두 절망에 빠트렸다. 챔피언으로 올라오는 과정까지 부상이 너무 잦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실력과 전적 만큼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

하지만 메이웨더나 하빕처럼 완벽한 전적을 이어가는 파이터보다는 무패의 전적이 깨진 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던 파이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전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다. 레슬링과 복싱이 절묘하게 조화된 웰라운드 파이터로 평가 받던 에반스는 마이클 비스핑과 척 리델, 포레스트 그리핀을 차례로 꺾고 무패의 전적으로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1차 방어전에서 '드래곤' 료토 마치다를 만나 일방적인 '구타'를 당한 끝에 2라운드 KO로 무너졌고 이후 에반스는 무패 시절의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잃은 채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결국 에반스는 미들급 변신마저 실패로 돌아갔고 지난 6월 신예 앤서니 스미스에게 53초 만에 KO로 무너지며 한계를 느끼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커리어 첫 14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에반스는 커리어 마지막 7경기에서는 단 2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한국의 미들급 선수로는 처음으로 UFC에 진출했던 '황소' 양동이도 옥타곤에 진출했을 때의 전적은 9승 무패 8KO 1서브미션으로 완전무결했다. 하지만 양동이가 활동하던 아시아의 중소단체와 UFC는 차원이 달랐고 양동이는 4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친 후 UFC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양동이의 옥타곤 적응 실패는 중소단체를 지배했던 선수가 UFC에서 통하지 않았던 것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였다.

UFC 입성 후 2경기 만에 무패 깨졌지만 여전히 '화끈한 경기 스타일' 유지

 게이치(왼쪽)이 왼손으로 빅의 시선을 끈 후 라이트훅 한 방으로 단숨에 경기를 끝냈다.

게이치(왼쪽)이 왼손으로 빅의 시선을 끈 후 라이트훅 한 방으로 단숨에 경기를 끝냈다. ⓒ UFC.com 화면 캡처


2011년에 프로 파이터로 데뷔한 게이치 역시 중소단체에서 빠른 속도를 승리를 쌓아나갔다. 뒷걸음질을 모르는 공격적이고 화끈한 경기스타일로 격투팬들을 열광시켰고 프로 무대에서 17번 싸우는 동안 패배는커녕 판정 승부도 단 두 번밖에 없었다. 그렇게 게이치는 여러 중소단체에서 17전 전승 14KO1서브미션의 완벽한 전적을 가지고 옥타곤에 입성했다.

게이치는 UFC 데뷔전에서 라이트급의 만만치 않은 강자 마이클 존슨을 만났다. 게이치는 UFC에서 잔뼈가 굵은 존슨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존슨에게 생애 첫 KO패를 안겼다. UFC 데뷔전에서 화끈한 경기로 2개의 보너스 상금을 받은 게이치는 단숨에 라이트급의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두 번째 경기에서 전 챔피언 에디 알바레스를 상대했다.

게이치는 알바레스를 상대로도 특유의 '닥공'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전 챔피언 알바레스는 게이치의 전진에 쉽게 말려들지 않았다. 알바레스는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게이치를 지치게 했고 3라운드 체력이 방전된 게이치는 알바레스에게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게이치는 5개월 후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경기에서도 4라운드 KO로 패하며 상위 랭킹에서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UFC 진출 후 9개월 동안 3경기를 치른 게이치는 다시 4개월 후 제임스 빅과 4번째 경기를 치렀다. 빅은 191cm의 라이트급 최장신 파이터로 UFC 진출 후 10경기에서 9승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신흥 강자다. 하지만 게이치는 경기 시작 87초 만에 빅의 안면에 강력한 라이트훅을 꽂았고 신장이 큰 빅은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마치 헤비급 마크 헌트의 KO장면을 보는 듯한 게이치의 '원샷원킬 KO'였다.

게이치는 지난해 12월 알바레스에게 생애 첫 패배를 당한 후 "이기면 가장 좋겠지만 지루한 경기를 하는 것보다는 화끈하게 지는 것이 낫다"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파이터로서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가장 좋은 격투 철학을 가진 셈이다. 게이치는 빅을 87초 만에 꺾은 후 인터뷰에서 라이트급 2위 토니 퍼거슨과 싸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게이치의 다음 상대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화끈하고 재미 있는 경기는 이미 보장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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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135 저스틴게이치 제임스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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