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좋지 않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참가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쳤지만, 여유가 없다. 경쟁자들이 연일 골 소식을 전해온다. 이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은 예상치 않게 치열해진 경쟁의 승리자가 되어 활짝 웃을 수 있을까.
 
토트넘 홋스퍼가 23일 오전 1시 30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브라이튼 아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아래 브라이튼)과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공식전 3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하며 선두권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손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토트넘은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만들지 못했다. 브라이튼이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펴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주포' 해리 케인의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날카로운 킥도 힘을 쓰지 못했다. 손흥민이 부지런히 중앙과 측면을 오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행운이 따랐다. 전반 40분, 키런 트리피어의 프리킥 슈팅이 상대의 핸드볼 반칙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 케인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고, 깔끔한 선제골이 터졌다. 후반 31분에는 추가골도 나왔다. 손흥민을 대신해 투입된 에릭 라멜라가 대니 로즈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 시간 만회골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을 막으며 3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 ⓒ EPA/연합뉴스


고단한 손흥민, 라멜라 연속골로 다급해진 마음
 
토트넘은 3연패에서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손흥민은 마음껏 웃을 수가 없었다. 그는 브라이튼전에 선발 출전해 68분을 뛰었다. 왕성한 활동량과 유연한 연계 플레이로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도맡았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과 빠른 침투로 득점도 노렸다. 피로가 극심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손흥민은 지난 19일 인터 밀란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차전 원정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교체 1순위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9월 A매치 2연전을 모두 소화하며 지친 탓도 있겠지만,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기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밀란?토트넘 경기 2018년 9월 19일 오전 1시 5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란의 산 시로 구장에서 열린 인터밀란과 토트넘의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경기. 인터밀란의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와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공을 쫓고 있다.

▲ 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밀란?토트넘 경기 2018년 9월 19일 오전 1시 5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란의 산 시로 구장에서 열린 인터밀란과 토트넘의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경기. 인터밀란의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와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공을 쫓고 있다. ⓒ AP/연합뉴스


경쟁자들의 연이은 맹활약으로 마음이 급해진다. 이날 손흥민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된 라멜라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난 15일 리버풀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리그 득점이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이었던 지난달 18일 풀럼전을 포함하면,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달성이기도 하다.
 
라멜라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두둑한 신뢰를 받는다. 2016·2017시즌 리그 9경기(선발 6) 1골 1도움, 2017·2018시즌 리그 25경기(선발 7) 2골 2도움 등 2시즌 연속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주전과 조커를 오가는 확고한 로테이션 자원이다. 지난 7월에는 토트넘과 2022년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신뢰를 굳건히 했다.
 
라멜라는 이날 결승골로 지난 시즌 득점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2015·2016시즌 맹활약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토트넘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증명해야 할 것이 남았지만, 경쟁자 손흥민의 입장에선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또 다른 경쟁자 모우라의 활약도 부담스럽다. 모우라는 지난달 놀라운 활약상(3경기 3골)을 남기며 'EPL 8월의 선수상'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올 시즌은 출발이 너무나도 좋다. 드리블 능력이 빼어난 '크랙' 유형이란 강점도 부각되는 모양새다. 토트넘에는 모우라와 같은 유형의 공격수가 없다.
 
9월 A매치 기간 부상으로 쓰러졌던 델레 알리도 돌아왔다. 알리는 브라이튼전에 교체로 투입돼 복귀를 알렸다. 토트넘에서 알리와 케인, 에릭센의 입지는 확고하다. 부진한 경기력이 장시간 이어져도 선발 명단에서 빠지는 일이 없다. 교체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일도 드물다. 그들의 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부상'뿐이다.
 
섣부른 위기론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손흥민의 입지는 앞선 세 선수만 못하다. 2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다방면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였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손흥민은 올 시즌도 공격진의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모우라와 라멜라가 이전과 달리 만만찮은 활약을 보이면서,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손흥민이 경쟁자들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빼어난 결정력이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12골을 기록하며 EPL 득점 랭킹 10위에 올랐고, 케인에 이어 팀 내 득점 순위 2위에 자리했다. 결정력을 뽐내면서, 몰라보게 좋아진 패싱력과 드리블 능력도 보여줘야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월드컵과 9월 A매치를 모두 소화한 케인, 에릭센 등도 지친 기색이 뚜렷이 드러난다. 손흥민은 월드컵과 9월 A매치에 더해 아시안게임까지 뛰었다. 그 사이에는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소속팀의 프리시즌을 함께 했고, EPL 개막전도 뛰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내 누구보다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험난한 과정인 것일까. 손흥민은 휴식과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진가를 드러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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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VS브라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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