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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중학교 학생회가 지난 17일 적어놓은 페이스북 글.
 서울 D중학교 학생회가 지난 17일 적어놓은 페이스북 글.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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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학생의 교복 재킷과 사복 외투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날씨가 쌀쌀한 계절이 찾아오면서 연례행사처럼 다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 D중 학생회 "생활지도부 선생님들이 복장규정 무시"

서울 D중학교 학생회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다음처럼 적었다.

"오늘 (교복) 마이(재킷) 없이 사복 외투를 착용해 벌점 조치를 받은 학생의 수가 50명이 넘었습니다. 우리학교 규정집에는 동복 재킷 없이 겉옷 재킷을 입을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지도부 선생님들의 결정에 따라 본 규정은 무시되며 학생들은 사복 외투를 입기 위해선 (교복) 마이(재킷)를 착용해야 합니다."

이 글은 생활지도부 교사들을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복장 단속' 보조를 맡은 이 학교 학생회 소속 '바른생활부' 임원들이 학교 상황을 학생들에게 정확히 안내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

현행 이 학교 '학생 용의복장 규정'은 제2조 5항에서 "날씨가 추울 경우 동복(교복) 재킷을 입지 않고 점퍼나 외투를 착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학교 교사들은 교복 재킷을 입지 않고 외투를 입었다는 이유로 하루 50명의 학생들에게 벌점을 줬다는 것.

이 학교 생활안전자치부의 A부장교사는 지난 1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혹서기가 아니기 때문에 교복 재킷을 입지 않고 외투만 입으면 문제가 있어, 일부 교사들이 벌점을 준 것 같다"면서 "규정 자체가 애매해서 오해를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기자가 "학교규정은 분명히 '날씨가 추우면 동복 재킷 없이 외투를 입어도 된다'고 했으니 오히려 벌점을 준 교사들이 규정위반 벌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A부장교사는 "규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면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학교는 교복 재킷과 사복 외투 문제로 정작 학생과 교사 사이의 마음만 상하게 생겼다. 재킷과 외투를 놓고 벌어진 쓸모없는 전쟁이 내상의 원인인 셈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이 학교뿐만이 아닌 데 있다.

지난 해 11월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가 이 지역 64개교 151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가 '외투에 대한 학교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교육부 지침 어기면서, 교복 재킷 위에 점퍼 입으라는 학교들 )

일선학교에서는 여전히 외투를 걸칠 경우 반드시 안에 교복 재킷을 입도록 강제하는 학교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심한 경우 외투에 대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들거나, 외투를 입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고교생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교복 재킷이 작아서도 못 입기도 하고 재킷을 입으면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사복 외투)이 없는데 그래도 입어야 된다고 한다"면서 "우리 학교도 이것을 3번 어기면 교내 봉사"라고 적었다. 같은 날 한 학부모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학교 교사들이 '학생의 교복이 보여야 한다'며 교복 위에 외투 입고 등교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교복입은 아이들(자료사진).
 교복입은 아이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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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울 때 외투 편하게 입게 하는 건 인권"... 서울교육청, 실태조사 예정

하지만 이 같은 학교의 행동은 교육부 지침 위반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교육부는 2016년 학교에 보낸 '겉옷규제 시정 촉구 민원 관련 학교규칙 개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외투 착용을 규제하는 학교규칙에 대해 학생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내용이 재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옷은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는 것이며 이것은 인간이 기본으로 누려야 할 권리"라면서 "추울 때 외투를 못 입게 하고 더울 때 못 벗게 하는 그런 규칙을 만든 게 인내심을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잘못된 교육적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D중학교에 조사관을 파견,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태그:#학교 외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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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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