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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검찰미투' 피해자 서지현 검사 관련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서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검찰미투" 피해자 서지현 검사 관련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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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을 좋은 인연으로 바꾸려고 한다."

7일 만난 서기호 변호사에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악연이란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판사 출신인 서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취임 직후인 2012년 2월 법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해 법원을 떠났다. "어떻게 하면 양 전 대법원장과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나"라고 되묻자, 그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라고 웃음을 내보였다.

"양승태 때문에 법원에서 쫓겨났고, 양승태 덕분에 최근 제 존재감이 드러나게 됐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적대적 보복 감정에 기초해 활동할 생각은 없다."

서 변호사는 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농단TF'에서 탄핵분과장을 맡고 있다. 최근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6명의 탄핵소추안을 만들었고, 이외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6년 4개월 동안 잠들어 있던 자신의 블로그도 다시 열었다. 지난달 27일,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5시에 글을 올린 그는 "드디어 임종헌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라며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전문보기).

그에게 사법농단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특별재판부와 법관 탄핵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두 가지 모두 함께 가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특별재판부 설치, 어려움 있겠지만..."
 
 서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검찰미투' 피해자 서지현 검사 관련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서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검찰미투" 피해자 서지현 검사 관련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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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특별재판부 법안과 법관 탄핵소추안 모두 국회에서 막힐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별재판부 법안은 (재적의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그나마 법관 탄핵소추안은 과반수의 의결로도 가능하므로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있어도 추진할 순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역공을 받을 수 있으니 더불어민주당에선 신중히 접근하는 것 같다. 원칙적으로 두 가지 모두 사법농단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특별재판부는 잇단 영장 기각 등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모습에 비춰볼 때 꼭 필요하다."

-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결정은 확실할 거라고 보나.
"민변 사법농단TF에서 탄핵분과장 자격으로 변호사 10명과 함께 두 달 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만든 탄핵소추안이다. 충분히 헌법적, 법률적 근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국회만 움직여준다면 탄핵 결정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 현재 헌법재판관 대부분이 판사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또 제 식구 감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더 심각한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법원에 의해 잇따라 영장이 기각되는 모습도 국민이 지켜봤다. 국민적 분노가 결집되고 있다."

특히 서 변호사는 "사법농단은 단순히 법원 내 비리가 아닌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직접 연결이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을 미룬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라고 지적하며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심판하기 위한 마음이 천만 촛불로 진화했듯, 현재 시국회의에서 사법농단 규탄집회를 이어오고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국정의 중요 축으로 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문제가 생길까봐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양 전 대법원장도 화답해 법과 해외파견이나 상고법원과 같은 법원 내 이익을 걸고 거래를 요구한 것이다. 때문에 사법농단은 곧 국정농단과 같다. 내 재판이 언제 또 재판거래에 이용될지 모르는 일이다."
 
여야 4당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해야…한국당 동참 촉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여야 4당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해야…한국당 동참 촉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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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 변호사는 사법농단 연루자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답했다. 최근 이명박·김기춘·조윤선 등의 재판에서 직권남용죄가 인정되지 않으며 법원의 기조가 심상치 않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사법농단 건은 결이 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에서 벌어진 다스 민사소송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지 않았나. 그런데 기존 직권남용죄를 좁게 해석한 대법원 판례에 기초해보면, 타국의 민사소송에 관여한 것은 개인 민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반해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사법행정권이라는 고유 권한을 행사해 재판에 개입한 것 아닌가. 명확히 대법원장의 권한으로 한 일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엘리트 법관 신화, 이젠 깨야"

이날 인터뷰에서 서 변호사는 이른바 '엘리트 법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그동안 사법부는 헌법 1조 2항의 예외 구역이었다"라고 지적했다.

- 엘리트 법관은 어떤 사람들인가.
"첫째, 첫 부임지가 서울중앙지법이나 서울동·서·남·북부지법일 것. 둘째,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을 것. 셋째 성격이 원만하고 윗분들 말을 잘 들을 것. 이게 엘리트 법관의 조건이다."

- 첫 부임지는 어떻게 결정되나.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서울, 수도권, 타 지역 순으로) 배치된다. 처음엔 성적에 따라 배치하더라도 그 다음부턴 재판 진행 등 여러 실무 능력을 종합해 평가해야 하는데, 첫 부임지가 15년 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때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그 와중에 몇몇 법원행정처로 발령을 내며 '너는 엘리트 법관이다'라는 시그널을 준다."

- 이번 사법농단에 연관된 이들이 대부분 그런 법관들 아닌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만 잘하면 다 용서되는 분위기에서 자라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까지 되고, 더구나 엘리트 법관으로 분류된다? 이 법관들은 장래 고등법원 부장판사뿐만 아니라 법원장을 넘어 대법관까지 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또 퇴직 후 전관예우를 통해 부(富)까지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오류주의에 빠져 있다."

- 행정부와 입법부에 비해 사법부는 비교적 성역이었던 것 같다.
"판사는 뛰어난 머리를 가진 사람만 가능하다는 엘리트 법관 신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 1조 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당연히 사법권도 국민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나 의식에 따르면, 사법부는 헌법 1조 2항에서 예외인 것 같다. 그동안 사법부는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서 변호사는 "이제 국민은 객체에 불과하고 법관이 재판의 주인인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라며 "이번 사법농단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그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이상 법관만 믿고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이번에 증명된 것 아닌가"라며 "특히 실제 재판의 경우 구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사례들이 많다, 때문에 형식화된 법 논리를 동원해 일도양단 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법 감정, 정의 관념, 관행과 상식 등의 관점도 필요하다"라며 "이제 국민들도 재판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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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한편으론 답답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라고 평했다. 판사 시절 서 변호사는 2011년 발족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초대 회원으로 참여했는데 이 연구회의 초대 회장이 김 대법원장이었다.

서 변호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고위 법관 절대다수가 김 대법원장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수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자마자 거의 2시간 만에 '대법관 일동'이란 이름으로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식의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나. 이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회의에서도,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대부분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한다. 그만큼 고위 법관 절대다수는 김 대법원장과 배치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법원장의 권한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미투 운동'을 불러 일으킨 서지현 검사가 서기호 변호사와 함께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미투 운동"을 불러 일으킨 서지현 검사의 변호를 맡은 서기호 변호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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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변호사는 최근 안태근 전 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서지현 검사의 변호인으로 나서기도 했다(관련기사 : 서지현 검사 "정치 안한다, 손해배상은 피해자의 권리"). 서 검사는 상관인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 변호사는 "서 검사가 검찰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며 검찰에 대한 순수한 애정, 개혁에 대한 의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 등을 느꼈다, 그런 것들이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며 서 검사의 변호를 맡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궁금한 게 생겼다.

- 법원이 서 변호사를 내쫓은 건데, 법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건가.
"음... 아직은 아닌 것 같다(웃음). 근데 법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법원을 바로세우기 위한 마음이 생기지 않겠나. 최근 읽은 김수영 작가의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라는 책이 내게 큰 감동을 줬다. 그 책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한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현재 법원이 이 모양 이 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긴 호흡으로 끝까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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