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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은 사무실 문이 잠긴채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여성가족부에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며 언제까지 사무실이 운영되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에 문의해 보셔야 한다”고 답변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2016년 7월에 출범했다.
 여성가족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은 사무실 문이 잠긴채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여성가족부에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며 언제까지 사무실이 운영되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에 문의해 보셔야 한다”고 답변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2016년 7월에 출범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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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21일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 정부와 맺은 '위안부 합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화해·치유재단은 출범한 지 28개월 만에 해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 

'화해'와 '치유'는 각각 '싸움하던 것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풀어 없앰',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화해·치유재단이 걸었던 길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그 결과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마음의 병은 더 짙어져 갔다. 화해와 치유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피해 당사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국민에게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안겨줬다. 

화해·치유재단은 설립 단계부터 사회적 논란이 됐다. 한일 양국이 2015년 12월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이듬해인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은 재원부터 이사진 구성, 사업 방향에 이르기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화해·치유재단은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이 기금 중 8억 엔으로 생존 피해자들에게 1억 원, 유족들에게 2000만 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억 엔은 기념사업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돈만 대고 정작 우리 정부가 나서 뒷수습을 하는 꼴이었다. 

'화해'와 '치유' 없던 재단... 설립 단계부터 사회적 논란
 
여성가족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추진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제1,362차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 입구.
▲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시작일뿐 여성가족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추진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제1,362차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 사무실 입구.
ⓒ 이희훈/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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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의 성격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 기금이 배상금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배상은 일본이 위안부 강제동원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본은 10억 엔의 성격을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기금 출연이 완료되면 자신들의 책임은 끝난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출연금 지급을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다. 이는 달리 말하면 박근혜 정부가 '불가역적' 합의의 대가로 10억 엔을 받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덜어 줬다는 뜻이다.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합의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치유금 수령을 종용하고, 일방적으로 지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지난 2017년 6월 페이스북에 "화해·치유재단이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할머니 가족에게 전화를 해서 '6월말까지 안 받으면 못 받는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단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단 운영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이처럼 화해·치유재단은 설립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각종 논란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굴욕적 협상이라 비판받던 위안부 합의에 따라 재단이 출범한 이상 이같은 논란은 필연에 가까웠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없이, 피해자들의 동의도 없이 이뤄진 졸속 합의에 국민은 분노했고 거세게 저항했다. 합의를 파기하라는 여론이 빗발쳤고,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지난 대선 당시 주요 대선후보들이 위안부 합의 파기와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도 거세게 분출되던 국민적 분노가 반영된 결과였다.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짓밟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합의, 피해자들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합의의 후폭풍은 이처럼 온 사회를 뜨겁게 출렁이게 만들었다. 

국제사회에서도 '위안부 합의' 비판
 
여성가족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추진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제1,362차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털모자와 두꺼운 목도리로 추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 겨울나기 준비하는 소녀상 여성가족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추진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제1,362차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털모자와 두꺼운 목도리로 추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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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이어졌다. 유엔 강제실종위원회(CED)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에 대해 최근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을 영구화시키고, 피해자들이 정의와 배상, 재발 방지를 보장받을 권리, 그리고 진실을 알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실 관계와 정보를 더 신속하게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8월 30일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고, 그 해법이 2차 세계대전 이전과 도중에 군에 의해 이뤄진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위안부 합의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히로카 쇼지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역시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직후 긴급 논평을 통해 "양국 정부의 이번 협상은 정의 회복보다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거래였다"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이같은 인식은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환기시켜 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채 협상에 임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를 설득하며",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면합의까지 했다.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중심의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화해·치유재단 해산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일 터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화해·치유재단이 역설적으로 '화해'와 '치유'의 본질적 의미를 되묻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화해의 시작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이것이 빠져있는 합의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한일 양국은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 합의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해치유재단 해산, #12.28 위안부 합의, #위안부 합의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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