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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8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은 작은 당들 밥그릇 보전하려고 20년 동안 선거 개혁을 요구했나?"
"국민 불신을 누가 만들었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3당 간사 안을 흔들어버리는데 어떻게 하나."

 
국회 로텐더홀. 단식 8일 차를 맞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 곁에 앉은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정개특위) 위원장이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3당을 향한 '밥그릇' 프레임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의당 소속이지만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때때로 눌러왔던 그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밥그릇=선거법 개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내걸기도 했다. 심상정 위원장의 분통은 거대 양당, 특히 이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있었다. 심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이기도 했던 선거제도 개혁을 20년간 당론으로 지켜온 민주당이 야3당에 이 같은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비열한 언사"라며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앉아서 농성을 해서라도 관철해야 하는 숙제"였다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6일자 페이스북 게시글. ⓒ 홍영표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촉발한 지금의 상황은 결국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며 원점으로 돌아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기본 방향에 동의하며 구체적인 방안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것"을 다시 제안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만난 심 위원장은 일단 민주당의 '원점 복귀'에 "한 달 동안의 혼란을 당론으로 수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위 연장과 1월 중 합의, 2월 임시국회 처리 등 민주당 '플랜'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의지를 믿는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한국당 설득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곧이어 다음 단계가 나왔다. 자유한국당의 응답과 의원정수 확대 또는 지역구 축소를 둘러싼 문제였다. 만만치 않은 난관이다. 내년(2019년) 4월까지 마쳐야 하는 선거구 획정 등 다급한 일정도 못지 않은 불안 요소다. 심 위원장은 전날(12일) 중앙선거관리워원회로부터 선거구 획정 논의 재개를 요청하는 '촉구문'을 받기도 했다.
 
-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를 개헌 등 권력구조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성장을 찾았을 때는 당내 의견 수렴을 얘기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당이다. 의원 의견 수렴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해한다. 다만 단식 상황 자체가 엄중할 뿐더러, 이미 당내 선거 등 한국당 정치 일정 때문에 논의가 상당히 지체된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주 내로 (명확한 입장을) 결단해줘야 한다. 이정미, 손학규 두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의 원칙마저 부정된 채로 여기서 실려 나간다면 한국 국회는 설 자리가 없다."
 
-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 비율을 변형한 '한국식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어떻게 보나.
"당내 의원들의 유·불리를 조정하자는 취지일 거다.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비례성 강화라는 대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비례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기도 전에 유·불리부터 따지는 것은 개혁의 실패로 가는 길이다."
 
심 위원장은 논의 자체가 답답해지는 그 출발점에 의원정수 확대 또는 지역구 축소 문제에 대한 거대 양당들의 '우물쭈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정수 확대 앞에서는 '국회 불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꺼내고, 지역구 축소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는 이중적 상황에서 비례성 강화를 위한 어떤 논의도 진척될 수 없다는 답답함이었다.
 
심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라면서 "(정수 확대가 힘들다면) 지역구 축소 결의를 해주셔야 책임 있는 입장이 될 거다, 비판적인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수용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동시에 결의해주길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좀처럼 '사이다'를 찾지 못하는 선거법 개혁 논의 와중에, 야3당과 정개특위를 향해 던지는 부정적 시각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 3당 농성 이후 정개특위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3당 대표들의 농성은 정개특위와 상관이 없다. 정개특위가 결렬돼 농성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각 당 대표들 선에서 기본 원칙의 이견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위 논의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진실이다."
 
- 양당 일각에서는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처리 문제를 연계한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선거제도 개편 문제로 극한 대립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국정원법이나 국정조사 등과도 연계했던 전례를 비춰 봐도 (선거법 개혁이라는) 그 시급성을 볼 때 야3당의 농성을 양당이 비난할 자격이 없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밥먹듯 현안과 연계해온 전통을 만든 두 당은 그럴 말을 할 명분이 없다."
 
- 예산안 통과직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을 내건 합의문이 결국 좌초됐다.
"그 합의문은 내가 만든 것이다. 예산안과 연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말 정개특위 간사들과 함께 부단히 노력했다. 큰 원칙에서라도 합의를 도모하기 위해 합의문 초안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별에 별짓을 다했지만... 양당 지도부가 번갈아가며 거부해 결국 좌초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충분히 지루했던 시간... 이제 막 내릴 때"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야3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농성장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19대 국회 당시에도 비례성 강화를 주장하며 40일간 단독 농성을 벌인 심 위원장. 지루한 싸움이었다. 지난 1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한국당의 가랑이 밑으로 기라면 기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심 위원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대표되는 선거 개혁은 결국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기득권 세력과 최대한의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시민들과의 싸움"이라고 갈음했다.

그는 "선거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국민 불신을 방패막이로 삼는 세력이 원하는 것이 최소한의 민주주의다"라면서 "우리가 낸 세금을 알토란같이 관리하고 갑질 경제를 청산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보통시민들은 최대한의 민주주의가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 전 자신의 저서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에서도 이 선거제도 개혁의 지루함을 언급한 바 있다. "진보정당이 갖고 있는 내용과 비전이 온전하게 투표의 기준이 되려면 한 1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며 아일랜드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말한 "민주주의는 지루한 성공만 허용한다"는 문구를 인용했다. 심 위원장은 이날 "선거제도 개혁은 이미 충분히 지루한 시간을 거쳤다"고 말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라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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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심상정, #연동형비례대표제, #홍영표, #나경원,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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