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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소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위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소위원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임이자 소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위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소위원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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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너무 엉터리야. 이걸 가져 와서 논의를 하자고 해?"
 

21일 오후 4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위 회의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의 공개 의사진행발언 요청으로 열렸다. 바깥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우르르 몰렸다.

카메라가 준비되기 전,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대뜸 "법안을 엉터리로 만들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으려 한다"라며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을 자극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사고를 당한 비정규직 청년 고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2년여간 묵혀 왔던 산업안전보건법 '지각 심사'를 진행한 날이었다.

이장우 "논의 불가능" vs. 한정애 "공청회도 안 왔으면서"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1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8차 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 질의하는 이장우 의원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1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8차 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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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의원은 지난 11월 정부가 그동안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종합한 '전부 개정안'을 "너무 엉터리"라고 깎아 내렸다. "미리 이야기하는데 이 법률안으로는 논의가 불가능하다"라는 엄포도 놨다.

한정애 의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미 여야 3당 간사간 합의로 상정된 법안을 논의하지 말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각 조항·조문에 반대하거나 이견을 말하면 되지, 그냥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냐, 상정 되기 전에 말했어야지"라고 꼬집었다.

이 법안은 산재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이 사업주의 처벌 강화 부분 등에 보완을 요구할 정도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 장치로 여겨져 왔다. ▲ 노동자 범위 확대 ▲ 유해·위험 작업 도급 금지 ▲ 산재 사망 책임자 처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장우 의원은 첫 머리부터 제동을 걸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의 범주가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어 '너무 광범위하다'는 주장이었다. "굉장한 과잉 입법"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한정애 의원이 '일하는 사람'은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뜻한다고 방어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 법안의 '국가 경쟁력 영향'도 함께 염려했다. 이 의원은 "책임 원칙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게 훼손하고 있고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도 안 이뤄졌고 법령을 준수할 수 있는지도 검토가 안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다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푸념도 따라 나왔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 "24개 조항에 이견이 있습니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 : "나는 대부분에 이견이 있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
이장우 : "한 조항 가지고도 다양한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야지."
한정애 : "그러게 오전에 공청회 할 때 오셨어야지, 왜 안 왔어."


이장우 의원의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한정애 의원은 "졸속 아니고 사실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이 그렇게 조항 문구가 걱정된다면 왜 같은 날 오전 전문가들과 법 조항을 토의하는 공청회에 불참했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 의원은 이어 "이것도 성에 안 차지만 논의를 하면서 강화할 것은 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오는 24일 다시 논의할 테니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요청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모습.
 한정애 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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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지각 심사에도... '발목잡기' '고성'은 여전

"이 양반아! 말 조심해!"
"당신이나 조심해!"


다시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는 이장우 의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며 다시 산회됐다. 그 과정에서 이장우 의원은 신창현 민주당 의원과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다. 여야의 임시국회 내 처리 합의 소식을 전했던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회의장을 나서면서 "야당이 법률의 중요도를 인식해 준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회의는 이날 오후 6시께 종료됐다. 배달업 종사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 예방 조치가 거의 유일한 합의 사항이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 도급, 즉 외주화 문제는 "현행법이 과하다"는 주장과 "정부개정안이 오히려 후퇴했다"라는 주장이 맞붙어 합의 도출하지 못했다.

'전부개정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였다. 한정애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부개정안이) 어그러진 것은 아니고, 함께 논의하고 있다"라면서 "'야당은 '어쨌든 전부개정안을 다 통과시키기는 어렵다, 중간에 이견이라도 있으면 전부 안 되는 것 아니냐, 기존 법에서 개정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안은) 열려 있다, 내용을 심사하고 나서 정부안에 넣는 게 맞다면 넣을 수도 있지만 하나가 빠지면 다 틀어진다"라면서 "내용적 측면을 논의하면서 어떻게 채워 넣을지 정해야 한다, 그 부분이라도 해 나가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답답함을 드러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줄곧 발의해온 그였다. 한 의원은 "갈수록 힘들어진다"라면서 "19대부터 왜 이게 이렇게 안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한 차례 더 회의를 열어 12월 27일 본회의 상정을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전부개정안에 대한 한국당의 반대가 극심한 데다, 도급 문제 등 일부 첨예한 쟁점 사항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임이자 위원장은 "쟁점이 팽팽하고 관점의 차이가 있다"라면서 "24일에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태그:#이장우, #김용균, #태안화력발전소, #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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