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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이유를 알면서도 그것을 속이는 위험한 지식인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청년들이 갖는 실망과 분노를 철부지들의 투정으로 폄하했다." (정현호 한국당 비상대책위원)

"참으로 천박하고 깃털처럼 가볍다. 유시민 이사장은 시간을 끌지 말고 청년들에게 석고대죄하기 바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보수야당들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겨냥했다. 정현호 한국당 비대위원은 27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유시민 작가가 작가로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사람"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올바르게 살필 수 있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청년들이 갖는 실망과 분노를 철부지들의 투정으로 폄하했다"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게 등 돌린 원인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찾지 않고, 20대 남성을 사소한 이유를 들어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면서도 당사자들에게 문제를 물으며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며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정 위원은 청년 몫으로 배정된 한국당 비대위원이기도 하다.

바른미래당은 25일 김현동 청년대변인이 "그들의 절망과 좌절에 공감한다면, 그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는 공인이라면, 더 이상 이 아우성을 철없는 질투 따위와 같은 선상에 놓지 마시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종철 대변인도 26일 논평을 통해 "유 이사장의 가벼움은 청년들의 가슴에 큰 멍을 냈다"라고 꼬집었다.

이종철 대변인은 "성서에 따르면, 말이 많으면 어리석은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죽고 사는 권세가 혀에 달렸다고도 한다"라며 "말 많은 그가 부디 말의 무거움을 알았으면 한다"라고 평했다.

유시민은 21일에 무슨 말 했나
 

발단은 지난 21일 행사에서였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실시한 독자투표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최신 저서 <역사의 역사>가 1위를 차지하면서, 예스24는 출판사 돌베개와 함께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나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120여 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짧은 강연이 끝난 후, 현장에서는 유시민 이사장과 독자들 사이에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영훈 <뉴스톱> 팩트체커는 유 이사장에게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사이에서 급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7일, 2018년 12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9.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별 남녀 계층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63.5%로 전 연령대별 남녀 계층 중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관련기사 :20대 남성, 문 대통령에게 등 돌렸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유시민 이사장은 "똑같은 정부고 똑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20대 남녀가 그렇게까지 두 배 이상 지지율 차이가 난다는 것은, 남녀가 각각 다르게 느끼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그게 뭔지는 몰라도, 되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고, 정부가 감수해야 된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 20대들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정서적으로 볼 때 반발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모든 것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남자들이 축구나 롤을 할 때, 여자들은 공부를 하기 때문에, 남자들은 자기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당시 강연이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업로드되고, 이 영상이 갈무리된 화면이 여러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이 '20대 남성을 비하한 것'이라며 분노했고, 다수 언론도 이를 받아쓰기 시작했다. 바른미래당의 논평과 정현호 한국당 비대위원의 비평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현호 비대위원은 유시민 이사장이 "20대 남성은 군대 가고 축구하고 보고, 게임하는 동안에 여성들은 공부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청년대변인은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을 "20대 남성들이 군대, 축구, 게임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 여성들은 공부하는 것에 대한 (남성들의) 질투"로 상황을 요약했다.

 "참석자들, 유쾌한 반응"

그러나 유시민 이사장의 정확한 워딩은 보수 야당이나 다수 언론이 요약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영상을 확인하면, 유시민 이사장은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지. 자기들은 롤(게임)도 해야 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자기들'과 '우리'는 모두 20대 남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해당 발언은 유시민 이사장이 20대 남성을 화자로 내세워 잠시 대변하는 과정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였다.
 
인문시사아카데미 사람아이앤지 공식 유튜브 채널 '더깊이10'에 업로드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강연 영상 갈무리.
 인문시사아카데미 사람아이앤지 공식 유튜브 채널 "더깊이10"에 업로드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강연 영상 갈무리.
ⓒ 더깊이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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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발언까지 살펴보면 맥락은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 이사장은 "저희 세대는 '여자는 대학도 안 가도 그만이다' 이런 시대였지만 지금 20대들은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거의 다 여자 선생님들이고 말 잘 듣는 여자애들을 선생님들이 얼마나 예뻐해 주고 나대는 남자애들을 얼마나 차별했는지를 몸으로 겪으면서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자라온 아이들이 '사회에 성차별이 있는 것은 우리 책임이 아닌데, 오히려 우리는 자라면서 그런 거 없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러니까 정서적으로 볼 때 반발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20대 남성이 사회적으로 보고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에 성차별이 있는 것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 나아가 '역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느끼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발언은 20대 남성이 사회적 성차별에 책임이 없는지, 실제로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상황 설명 수준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송영훈 <뉴스톱> 팩트체커는 "유시민은 20대 남성 비하 안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당시 유 이사장이 답변할 때 다수의 20대 남녀를 포함한 120명의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라고 묘사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과 축구' 얘기는 발언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재미를 위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참석자들의 유쾌한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가볍게 얘기한 것" "'꼰대' 인식"


그렇다면 왜 보수야당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정현호 비대위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발언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양심적 병역거부 등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들을 제시하는 부분은 잘 봤다"라면서도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게 아니라 청년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 같아 매우 충격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정 비대위원은 "모든 20대 남성이 축구하고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20대 여성이 여유롭게 공부할 시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청년 당사자가 들었을 때는 굉장히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다. (유시민 이사장이) 지나치게 가볍게 이야기하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시민 이사장이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지식인으로서 이처럼 현 사안에 대해서 정치적 해석을 내리고, 이를 본인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느꼈다"라고 한국당 회의에서의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27일 전화에서 "전체 발언 영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앞뒤 맥락을 포함해 상세하게 풀어진 녹취록을 보았다"라며 "유시민 이사장 정도 되는 사람도 고루한, 젊은이들이 말하는 '꼰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러 언론에서는 남성이 비하당했다고 쓰고 있지만, 사실 발언 내용을 보면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조롱당한 것"이라며 "정치인이 현장에서 발언하다 보면 가끔 센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리 스스로 이해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가볍게 말하는 건 부적절했다"라고 꼬집었다.

태그:#유시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20대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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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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