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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시골, 돈콘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노부부는 70세의 할아버지와 68세의 할머니였다. 베트남을 거쳐 라오스로 오셨다며 며칠 후에는 캄보디아를 가실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혼자 속으로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 연세에 배낭 여행이라니. 

배낭 여행은 더 이상 청춘 혹은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아닌 것이 돼 버린 것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할아버지의 기록에 대한 열정이었다. 여행에서의 기록은 결국 사진으로 표현되는데, 보여주신 사진들을 보니 할아버지의 사진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다니셨던 여행지의 곳곳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시며 여기는 어디고, 또 여기는 어디라며 설명해주셨고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다가 나의 베트남 여행 경로를 변경할 정도였다. 그 연세에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으로 곳곳을 찾아 누비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라오스 돈콘
 라오스 돈콘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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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에게 기록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70세 정도가 되면 인생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때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내 주위에는 100세는커녕 80세까지도 못 살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그렸었던 나의 70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기 보다는 잘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분들을 보니 나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여행과 같다면 사람이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기 마련이다.

때로는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으로, 때로는 선택한 길을 잘 걸어왔는지에 대한 확인으로. 그리고 그 길의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걸어 온 거리만큼 헤아릴 수 없이 켜켜이 쌓인 추억을 되짚어 본다.
 
라오스 돈콘
 라오스 돈콘
ⓒ 김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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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분들은 아니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기 보다는 새로운 곳을 보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있었다. 마치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 사랑에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여행을 하는데도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때는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어르신 부부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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