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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무상화 길거리 라이브.
 조선학교 무상화 길거리 라이브.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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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이 재일동포의 민족학교인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에서 제외한 2013년 2월로부터 6년이 된 22일 저녁, 나고야 중심가인 사카에 스카일 빌딩 앞에서 장고, 꽹과리를 비롯한 각종 악기를 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의 부당함을 알리는 길거리 라이브 공연을 가졌다.
 
재일한국인, 조선인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이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차별받아야만 하는 건가요? 국가간의 다툼을 개인의 문제로 삼지 말고, 자신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판단해 주세요. 서로가 협력하고 살아야하는 사회에서 왜 조선학교만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한 여성 참가자는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며, 조선학교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일본 각지에서는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 방침에 반발하며 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나고야에서도 아이치 조선중고급학교의 고등부 학생, 졸업생이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에 있었던 1심 판결에서는 원고청구 기각이라는 부당판결이 있었지만, 바로 시작된 항소심을 통해 이 지역의 관계자들과 시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길거리 라이브 공연을 한 이들은 '조선학교 무상화 행동, 아이치'의 회원들이 주를 이루었다.
 
할머니가 떠나 온 고향은 모르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고향은 있어요
그리운 조국의 언어를 배우는 우리학교가 마음의 고향
  
조선학교 무상화 길거리 라이브. 참가자들이 두들기는 북에 '아이들에게 배울 권리를'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조선학교 무상화 길거리 라이브. 참가자들이 두들기는 북에 "아이들에게 배울 권리를"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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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향을 가르쳐 주는 조선학교. 이날 라이브에서 함께 악기를 연주한 중학교 1학년 참가자는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고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하는 건가요?"라며 기성세대가 나서서 조선학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인 행위가 멈춰지도록 해 줄 것을 호소했다.
 
나고야에서의 길거리 라이브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시작되었다. 재판은 이미 2013년에 시작했지만 정기적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선학교의 현실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모두들 안타까워 하던 때, 나고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극단 '히라키 좌'의 단원들이 중심이 되어서 시작했다.
 
2017년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일본사회에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아주 높아지고, 재일한국인, 조선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도 아주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지요. 당시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관련 주제로 연극을 하기도 했는데, 연극에 오는 손님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대상을 더욱 넓혀 활동해 보자는 취지로 길거리 라이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히라키 좌'의 단원이기도 하고 라이브 시작무렵부터 줄곧 참여하고 있다는 나카타 씨는 길거리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하며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선학교 문제에 대해 알리는 것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들의 길거리 라이브 활동은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비해 지나가는 이들의 반응은 썰렁한 것이 현실이기도 했다. 소수자 집단을 차별하는 국가권력의 힘은 너무나 거대하고, 그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시민의 힘은 너무나 작아서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금요일이 되면 이 자리에 서는 이들의 노래와 외침이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아 조선학교도 일본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조선학교 무상화 길거리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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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선학교 무상화, #나고야 , #길거리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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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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