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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 씨가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배상금 23억 원 가운데 13억 원 정도를 반환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우리를 또 두 번 죽이는구나. 과연 우리는 어느 나라 나라 사람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가 지난 2014년 4월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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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로 경제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아래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을 구제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1975년 이른바 '사법살인' 이후 '빨갱이' 낙인에 더해 국가의 빚 독촉에 시달려온 피해자와 가족 77명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관련기사: 인권위 "빚더미 오른 인혁당 피해자, 대통령이 나서라" http://omn.kr/1hpjq)

인혁당재건위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4.9통일평화재단 사무실에 모여 인권위 결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자리에 참석한 인혁당재건위 피해자 이창복(82)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창복씨는 지난 1975년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조작한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15년 선고를 받고 징역형을 살다 1982년 가석방됐다. 이씨는 2008년 재심 결과 무죄 선고를 받고 이듬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와 지연 손해금 일부인 10억 9000여만 원(가족 포함 23억 원)을 미리 지급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1년 이자기산일을 불법행위 시점인 1975년에서 변론 종결일인 2009년으로 늦추면서, 지연손해금 가운데 30여 년 이자에 해당하는 5억 원을 반환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씨와 가족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소송 과정에서 매년 이자가 20%씩 붙으며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돌려줄 돈이 이제 10억 원을 넘어섰다.( [2014년 인터뷰] "23억 중 13억 토해내라니... 대법원은 인혁당 피해자들 두 번 죽였다" http://omn.kr/7qme )

"인혁당 피해자들, 공권력 개입으로 두 번 당해"

- 오늘 인권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을 구제하라는 의견을 냈다. 피해자로서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우리가 '나라다운 나라'라고 한다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비켜갈 수는 없다. 인혁당재건위 피해자들은 공권력 개입으로 (간첩 조작 사건과 부당이득반환소송) 두 번 당하고 있다. 그 기간만 해도 40~50년이다. 지금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다."

- 인혁당재건위 사건 이후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연좌제로 많은 고통을 당했다고 들었다.
"딸아이는 모든 여건이 갖춰졌는데도 (교사 임용고시에서) 연좌제로 피해를 겪었다. 실력으로 (필기시험은) 합격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져 얼마나 절망했겠나.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모른다. 큰아들도 군인 기질이 있어 대학 다닐 때 ROTC(학군단)에 들어가고 싶어 했는데 (연좌제 문제로)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 얼마나 절망했겠나.

내가 1982년 가석방돼 출소된 이후에도 보호관찰제도 때문에 형사들이 집에 빈번하게 왕래하고 감시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녀들이) 이웃에 사는 아이들에게 '빨갱이 오빠', '빨갱이 언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받은 상처가 성장기에 얼마나 컸겠나. 막내아들도 포항공대 대학원에 다니면서 내내 피해를 입어 그 후유증으로 나처럼 정신질환을 앓았다. 그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유신독재 피해자들과 서대문형무소 찾은 문재인 대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활동에 나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오후 유신시대 피해자인 인혁당사건 사형수 가족, 고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씨, 고 최종길 전 서울대교수 아들 최광준씨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을 둘러 보기 위해 철문을 통과하고 있다.
▲ 유신독재 피해자들과 서대문형무소 찾은 문재인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지난 2015년 10월 15일 오후 유신시대 피해자인 인혁당사건 사형수 가족, 고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씨, 고 최종길 전 서울대교수 아들 최광준씨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을 둘러 보기 위해 철문을 통과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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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일제와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란 낙인을 찍어 탄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해방 이후 간첩 조작과 학생들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빨갱이'로 규정해 희생시키고 가족과 유족들도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고통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도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들으면서, 진실로 나라를 사랑하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사람들이 수구정권에 의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의해 빨갱이로 매도됐다는 게 너무 슬펐다. 일제시대에 목숨까지 내걸고 독립 투쟁했던 분들이 빨갱이로 몰렸다. 김원봉 선생이 대표적이다. 김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 자기를 잡은 놈이 대한민국에서 독립운동가를 잡는다고 했는데, 우리(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정말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분이구나, 3.1절 기념사를 보며 감동했다. 죽기 전에 이런 말씀이라도 들어 가슴이 확 풀렸다."

"반환금 10억 원으로 불어... 집 가압류라도 풀렸으면"

- 인혁당 피해자들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누명을 풀었지만, 손해배상을 받고도 부당이득금 반환 문제로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다. 집에서도 쫓겨나서 거리에 나앉는 입장이 돼 노부부가 얼마나 힘든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다. 나는 보상금(위자료와 지연손해금)으로 10억 원 정도를 받아 반환할 돈이 5억 원 정도였는데 이자가 연간 20%씩 되다보니 10억 원을 넘어갔다. 살던 집이 가압류돼 거리에 내몰린 상황이다."

- 정부에서 부당이득금 반환 문제를 해소하려고 할 경우 당장 보수 언론과 정치권의 반발이 우려된다.
"수구세력이 반발해도 옳은 일은 밀고 나가야 한다. 그게 정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 어느 나라에 가도 자랑스러운데, 이 정부에서 그늘진 사람들의 문제를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

- 지난 2017년 12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도 인혁당 피해자 부당이득금 반환 문제를 해소하라고 정부에 권고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인권위 의견 표명으로 이번엔 문제가 잘 풀릴 것으로 보나.
"인권위에서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내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혼자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겠나. 인권위 권고안을 기초로 밀고나가는 토대가 될 수 있어,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생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부에서 채권을 포기해서라도 우리가 거리에 내몰리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정부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으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이창복씨 가족만이 아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당한 희생자 8명을 제외하고, 징역형을 받은 피해자 16명을 포함한 가족 77명이 반환해야 할 돈은 지난 2011년 당시 211억 원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 피해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5~6년 사이 매년 이자가 20%씩 늘면서 이제는 반환해야 할 돈이 애초 이들이 받았던 490억 원과 맞먹는 상황이다.

4.9통일평화재단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 16명 가운데 9명과 그 가족들이 반환하지 못해 부동산 강제경매 결정, 통장 가압류 등으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현재 부동산과 통장 가압류한 부분만이라도 정부가 채권 포기를 통해 해소해 주길 바라고 있다.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지난 45년 고통을 겪어온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이 정부의 부당이득금 반환 요구로 또 다시 5~6년 넘게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대통령 결단만 있으면 정부에서 채권을 포기하든 면제하든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인권위 의견 표명으로 끝나지 않고 후속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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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미디어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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