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아버지를 만날 수만 있다면…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정말 만나고 싶었다고, 자주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찾으려 더 노력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분자생물학자로 어엿하게 자란 모습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사는 윤케티라고 합니다. 저는 1974년 돌 무렵 헤어진 친아버지를 찾고 있습니다. 아래 흑백 사진 속 저를 안고 계신 분이 제 친아버지입니다. 하지만 성함은 모릅니다. 입양서류에 적혀 있던 제 친어머니의 성함은 '윤정주'로 2008년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저는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돌이 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돼 부모님과 헤어졌습니다. 저를 입양한 양아버지는 주한미군이셨고, 양어머니는 제가 태어난 고향마을에 살던 한국분이셨습니다. 입양 서류에 남아 있는 제 등록기준지는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번도리 918번지입니다.
 
1973년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 중인 윤케티씨(친어머니 윤정주)가 친아버지를 찾고있다. 당시 사진 속 남성이 친아버지, 돌 즈음 어린아기인 윤 케티씨. ⓒ 윤케티
  
1973년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 중인 윤케티씨(친어머니 윤정주)가 친아버지를 찾고있다. 당시 사진 속 남성이 친아버지, 어린아기인 윤 케티씨. ⓒ 윤케티
 
당시 저는 보육원이나 입양기관이 아닌 개인적인 민간 입양을 통해 미국에 왔습니다. 친아버지를 찾으려 한국 중앙입양원에 연락을 해봤지만, 제가 보육원과 같은 기관을 통해 정식 입양되지 않아 친아버지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저는 17년 전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해 현재 두 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있습니다. 제 아들과 딸 모두 장학생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고 저도 세포와 분자 생물학을 전공해 현재 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저를 입양 보내야만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이해합니다. 저는 그 어떤 것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죄책감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살아 계신다면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두번의 입양] "미안하다"던 울음 섞인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1973년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 중인 윤케티씨(친어머니 윤정주)가 친아버지를 찾고있다. 당시 어린아기인 윤 케티씨. ⓒ 윤케티

저는 어릴 적 두 번 입양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태어난 뒤 한국 양어머니와 주한미군이셨던 양아버지께 한국에서 입양된 것이고, 두 번째는 제가 네 살 때 미국 가정으로 재입양된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저를 입양한 양부모님들은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와 미 육군에서 제대한 아버지였습니다.

친아버지의 존재를 안 것은 학생 때였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양어머니가 제 친아버지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는 걸 양아버지에게 들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양어머니는 제게 친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2학년이 돼서야 양어머니는 친아버지와 통화를 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약 1분간의 짧은 통화였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아버지는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구나"라는 말과 함께 많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란 탓에 한국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때 했던 "미안하다"는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버지와 다시 통화할 수 없었습니다. 양어머니께서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한국말을 잘하지 못했고, 대학 공부로 바빴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학업으로 인해 매우 바빴던 데다 대학 등록금도 스스로 마련해야 해 여유가 없었습니다. 제 양부모님이 비용을 전혀 지원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아버지는 입양 뒤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던 제게 연락하려고 몇 번 시도하신 것 같습니다. 양어머니에게 본인의 연락처를 전해주셨다고 합니다. 양어머니와 친아버지는 1993년까지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셨지만 양부모님은 제게 친아버지 연락처를 주지도, 제가 친아버지와 통화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친아버지는 1990년대 초반에 친할머니와 사촌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내오셨습니다. 저는 그 사진들을 아직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양어머니와도 연락이 끊기면서 아버지의 연락처를 알 길이 없어졌습니다. 양어머니께 아버지의 연락처를 받으려고 몇 번을 부탁했지만 양어머니는 '연락처를 버렸다'는 말만 되풀이하셨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찾으려 노력했고, 지금도 찾고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아버지를 직접 만나게 된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아버지를 찾기 위해 더 노력하지 못했던 점을 설명해 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부녀지간의 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뿌리 찾기] 돌아가시기 전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1973년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 중인 윤케티씨(친어머니 윤정주)가 친아버지를 찾고있다. 분자생물학자인 윤씨(세번째)가 남편, 아들딸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 윤케티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월부터였습니다. 제 양부모님이 입양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제가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당시에 알게 됐습니다.

서류상 저는 한국 국민이자 미국 영주권자였던 것입니다. 제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양어머니께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양어머니는 친아버지 연락처를 버렸다고만 말하셨습니다.

한국에서 발급된 입양 문서만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어떻게 친아버지를 찾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입양 관련 문서에 친부모의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어로만 쓰인 문서를 어떻게 해독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저 같은 다른 한국계 입양인들이 어떻게 한국의 친부모님을 찾고 있는지 알고 싶어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습니다.

제 경우는 기관이 아닌 개인적 입양이어서 부모님을 찾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는 호적 및 가족관계 등록(family registry system)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휴스턴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사관을 통해 친어머니가 2008년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친아버지 관련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께 잘 자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973년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 중인 윤 케티씨(친어머니 윤정주)가 친아버지를 찾고있다. 세포와 분자 생물학을 전공해 현재 과학 분야에서 분자생물학자로 활동 중인 윤 케티씨의 현재 모습. ⓒ 윤케티

현재 저는 미국 시민권 문제로 향후 2년간은 한국에 방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년 동안 제 친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건강이 악화되실까봐 매우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택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꼭 만나 뵙고 제 뿌리를 찾고 싶습니다. 만약 있다면 제 조카들의 얼굴도 보고 싶습니다. 제 아버지가 첫 번째 양어머니(한국인)께 저를 왜 입양 보내게 됐는지, 아버지와 첫 번째 양어머니 두 분은 서로 아는 사이셨는지 등 모든 게 궁금합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과거에 보내주셨던 사진 몇 장을 함께 보냅니다. 갓난아기였던 시절 곱슬머리였던 저는 여전히 곱슬머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미국에서 분자생물학자로 어엿하게 자란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도 아버지가 많이 그립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마음 한편이 아려옵니다. 부디 제가 쓴 이 글이 제 친아버지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휴스턴주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50년~198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 중 미국 국적을 얻지 못한 입양인은 수만 명에 이릅니다. 당시 양부모들이 입양아 시민권 취득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입양해, 시민권 취득 절차를 제대로 밟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이 글을 쓴 당사자 윤케티씨도 네 살 때 미국에 왔지만, 여전히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 중 한 명입니다. 윤 케티씨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 윤정주씨, 혹은 그 친척·가족들에 대해 아시는 분이 계시면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당사자 이메일 주소 cathy_cutler@hotmail.com, 한국 번호 010-5128-0297)

태그:#입양아, #윤정주, #부모찾기, #해외입양, #윤케티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