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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가구 중 26.4%는 1인 가구다. 2005년 11%였던 것에 비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혼자가 된 이유는 다양하다. 가족에서 벗어나 혼자가 된 사람도 있고, 장애인 시설을 박차고 나와 혼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비장애인의 인식 속 장애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헌데 그들은 왜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을까.

"시설에서 죽기 싫다" 장애인 사회의 화두 '탈시설'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는 추경진(52)씨를 만났다. 경진씨는 사지마비를 앓고 있다. 97년도 서른 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3,4번 경추가 손상됐다. 결혼도 했고 아이가 둘이나 있었지만, 장애를 얻어 시설에 가게 됐다. 서울에 살던 경진씨는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서 15년을 살았다. 너무 오랜 시간을 시설에서 보냈기에, 경진씨가 사회로 돌아왔을 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탈시설 이후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 추경진씨 그는 탈시설 이후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 최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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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서 죽는 게 너무 싫었다."

추경진씨가 혼자가 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시설을 나온 이유다. 시설에선 딱히 하는 게 없다.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수다를 떨거나,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일상이다. 경진씨는 꽃동네서 15년을 살면서, 시설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수없이 봤다. 경진씨에겐 '하라는 거 하면서 무료하게 살다가, 죽으면 기도 받고 장례가 치러지는' 수동적인 삶으로 느껴졌다. 경진씨는 시설에서 그렇게 죽는 게 싫었다. 시설을 나온 이유다.

"혼자가 더 편하다" 가족 속의 소외감에 고통
  
그는 홀로 살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는 홀로 살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 최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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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가명)씨는 혼자 산 지 올해로 14년차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가 그의 보금자리다. 건물마다 칸칸이, 문 너비보다 조금 더 넓은 폭으로 길쭉한 방들이 들어차있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180여 장애인 가구가 있다. 이수진씨가 가족을 떠나 마련한 작은 공간엔 그간 마련해 온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들이 잘 정돈돼 있었다.

이수진씨는 앞서 경진씨와는 다른 이유로 혼자가 됐다. 수진씨는 가난했던 6남매와 살았다. 수진씨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다. 양쪽 다리가 길이가 달라 잘 넘어졌고, 근육이 갑작스레 굳기도 했다. 학창시절엔 뇌전증으로 쓰러져 집으로 실려 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를 지탱해줄 여력이 없었다. 아파 누운 식구는 그대로 집안의 부담이 됐다. 수진씨는 눈칫밥을 먹고 살 수밖에 없었다. 수진씨에겐 집이 불편한 공간이었고, 고통의 공간이었다. 그가 14년 전 홀로서기를 결심한 이유다. 추경진씨와 이수진씨가 홀로 서기를 결심한 계기는 다르다. 하지만 둘 모두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점은 같았다.

- 공동취재 함민정, 이윤경, 최근도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
"수동적인 삶이 싫었다" http://omn.kr/1i3lz
"위험을 감수할 자유가 필요하다" http://omn.kr/1i4f4
격리가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http://omn.kr/1i4f5

태그:#탈시설, #장애인 1인가구, #장애인복지, #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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