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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에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미선 판사에 대해 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 헌법재판관은 낙마하는 일이 드물다. 게다가 이번엔 대통령 지명분 3인 중 한 명이란다. 국회에서 반대를 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인사청문 과정에 대한 신문 보도를 봐도 주로 주식 문제 얘기 뿐이었다. 공직자가 주식 거래 많이 한 것이 뭐 자랑이야 될 것 없지만, 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본인이 적절히 해명하고 유감 표명이나 사과 정도 하면 그냥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주식 거래가 불법도 아니지 않나? 

그런데 며칠 전 오충진이라는 분이 쓴 장문의 글들이 연속으로 내 페이스북에 뜨기 시작했다. 오충진이라는 분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이 안 났다. 확인을 해보니 얼마 전에 나한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 분이었다. 아마 별 생각없이 친구 승낙 버튼을 눌러서 기억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읽어 보니 이 오 변호사라는 분이 이미선 판사의 남편이었다.

오 변호사의 글을 읽으면서 뭔가 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단지 이미선 판사 개인의 인사 청문 통과 여부라든가 헌법재판관 취임 여부와는 별개로 더 큰 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 인사 청문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그리고 공직자의 주식거래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 것일까? 공직자 혹은 공직 후보자에게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 해명 의무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이 세 가지 궁금증이었다. 

① 모른다면 그만? : 공직자의 책임의 한계 
 
난감한 표정 지은 이미선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난감한 표정 지은 이미선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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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미선 판사는 주식 보유와 거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기는 잘 모른다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인사청문회는 우리 정치의 제도로서 계속 유지될 터인데,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고 후보자가 이미선 판사와 비슷한 대응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이미선 판사 이외에 다른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왔는데 후보자의 재산 증식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후보자 본인이 설명하기를 '그 재산은 내 명의로 돼 있긴 하지만, 사실은 나는 전혀 그 재산의 생성 과정에 대해 모르고, 내 배우자(혹은 아빠, 엄마, 시부모, 동생, 형, 오빠, 누나 등등)가 대신 재산관리를 해준 거라서 난 전혀 모른다'고 해명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청문회 당시 이미선 판사의 해명을 보니 문제가 된 해당 증권 계좌의 소유 여부에 대해서 명확히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명의만 빌려준 것이고 실제로는 내 계좌가 아니었다'고 하면 차명계좌가 돼서 금용실명거래법 위반 아닌가?

그러니까 이미선 후보자의 설명인즉슨, 그 계좌는 분명 내 증권 계좌가 맞고, 그 계좌를 통해서 이뤄진 거래도 '나의' 거래가 맞긴 하지만, 그 거래의 실질적·내용적 선택은 모두 남편의 코치를 받았기 때문에 그 실제 내용에 대해서 나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 된다.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맨 처음 계좌를 만들 때는 이미선 판사가 관여했지만, 그 다음에는 공인인증서를 받아서 실제로는 자기가 거래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 애초에 이미선 판사는 자기 이름의 증권계좌는 도대체 왜 만든 것일까? 그리고 청문회와 관련해서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계좌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문제와 이 계좌에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내 명의로 돼 있지만 사실 실질적으로는 나는 그 계좌와 관계가 없으니 나는 모른다고 하면 그만인가? 우리는 앞으로 대한민국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의 기준으로서 이러한 원칙을 용인할 준비가 돼 있나?

앞으로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왔을 때, '후보자님, 이 재산증식의 이 부분은 좀 이상한데요, 납득이 안됩니다'라는 질문이 나온다 치자. 그때, '아 그건, 사실 저희 장인 어른이 코치해주신 대로 제가 버튼만 누른 거라서요, 사실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라든가 아니면 '저희 집 모든 재산을 아내가 관리하고 있어서요, 전 사실 그냥 시킨 대로만 했습니다, 공직자재산등록도 사실 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요, 다 아내가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명하면 '아 그러세요' 하고 그냥 다 넘어갈 것인가? 

이미선 판사를 옹호하려는 분들 중에는 그 증권계좌의 거래 내역에 대해 이미선 판사가 전혀 모르니 이미선 판사는 전혀 책임이 없고 그에 대해 실제 거래 결정을 한 남편 오충진 변호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동의하기 어려운 생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공직 후보자들이 이런 식으로 의혹 제기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 친척을 대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면 그대로 다 인정해 줄 것인가? 백 보 양보해서 설사 이미선 판사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해도 이미선 판사가 해당 증권계좌의 거래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남편에게 위임했을 때는 최소한 그 위임으로부터 비롯되는 책임이라도 피할 수 없다. 

금융거래 관련해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 계좌의 명의자가 '난 그 거래내역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항변한다 해도 아마 대한민국의 그 어떤 경찰, 검사, 판사도 그냥 그 말만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명의 재산의 거래에 대해 명의자 본인이 '아무것도 모른다, 사실은 다 다른 사람이 대신 거래해 준 것이다'라고 항변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 근본 원칙에서부터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아무 대응도 안 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의 재산증식 과정에 대한 검증은 다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② 불법은 아니어도 당당하진 않아 : 공무원 주식거래의 용인 범위
 
방송에 출연한 오충진 변호사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보유 및 거래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후보자의 배우자인 오충진 변호사는 직접 각종 매체에 출연하여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명하면서, 주식거래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 방송에 출연한 오충진 변호사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보유 및 거래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후보자의 배우자인 오충진 변호사는 직접 각종 매체에 출연하여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명하면서, 주식거래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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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오충진 변호사의 주장에서 사실 가장 놀랐던 부분은 공무원의 주식거래에 대해 너무도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오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15년 동안 185개 종목에 걸쳐서 8000회 정도 거래를 했는데, 그게 사실은 단타 거래를 다 합산하니까 그런 것이고 실은 뭉뚱그려서 보면 대략 1년에 100회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가령 100주를 시장에 팔려고 내놓으면 한꺼번에 팔리는 것이 아니라 몇 주씩 나뉘어져서 팔리기 때문에 거래 횟수가 부풀려져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충진 변호사가 거듭 강조하는 것이 자신은 부동산에 비해 주식은 훨씬 건전한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관에게 주식거래가 금지돼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합법적이다'라는 지점도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사법부와 판사들에게 요구되는 공직 윤리와 행정부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직윤리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행정부에서 15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할 때, 나는 공직자의 주식거래가 불법은 아니라 해도 별로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행정부 모든 부처에 근무해본 것이 아니니 모든 부처가 어떤지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근무하던 부처에서는 직원이 근무시간에 주식거래하다가 들키거나 자기 컴퓨터에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깔거나 하면 질책을 당하거나 아니면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적립식 펀드나 누구나 아는 우량주를 적립식 펀드에 돈 넣듯이 정기적으로 조금씩 사는 것까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잘 모르는 회사 주식을 종목을 따라 가면서 사고팔고 하려고 하면 보통 품이 드는 일이 아니다. 일단 상당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주식을 사고팔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쪽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자기 돈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들여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는데 그냥 주사위 던지듯이 사고 파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식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자연히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공무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업무 범위라는 것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여러 특정 회사 주식들을 보유하고 있게 되면 공무원도 사람인지라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할 때 자연히 마음이 흐려질 위험이 있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판사들은 자기들 말로는 시작할 때부터 엄청난 고위직인 부이사관급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나? 게다가 판사야말로 무슨 사건이 들어올지 모르니 일반 공무원보다 업무범위가 훨씬 넓다고 봐야 한다.

주식거래가 갖는 특성 때문에 공무원의 주식거래가 불법이 아니었다 해도 그간 상당수의 행정부 공무원들이 주식거래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특히 고위직을 바라보는 사람들일수록 주식 거래에 대해서 조심스럽다. 나는 그런 문화를 보면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오충진 변호사는 주식거래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만을 강조하면서 억울하다고만 할 뿐, 공무원의 주식거래가 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지에 대해 별 문제의식 자체가 없어 보였다. 

오충진 변호사의 항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가치관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거 공무원의 주식거래라는 것이 별 문제가 없던 거였던가?' '나도 틈나는대로 주식공부도 좀 하고 매매도 좀 해봤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세상물정에 어두웠던 것인가?'

지금 이미선 판사와 오충진 변호사가 공직자로서 주식거래했던 것이 불법이 아니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옹호가 지금의 대한민국 공직 사회에 대해 어떤 효과를 발생시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 전격 사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후보직 사퇴 발표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안대희 총리 후보 전격 사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후보직 사퇴 발표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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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불법만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청문회의 평가 기준으로는 오히려 생소한 생각이다. 예를 들어, 과거 안대희 전 대법관은 1년 동안 수임료로 11억 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결국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11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안대희씨가 저지른 불법행위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낙마했다. 불법만 따지자고 들면 안대희씨를 비롯해서 과거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사람들 중에 억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의 여당은 야당일 때 자신들이 사정없이 휘두르던 '국민정서법'의 칼을 지금은 슬그머니 내려 놓으려는 것인가? 

혹자는 '내부 정보를 활용한 거래만 아니면 공무원의 주식투자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부정보가 실제 주식 거래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 이미선 판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어떤 행정부 공무원이 자기 이름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다음에 실제 거래는 다 자기 배우자나 혹은 어머니가 했다고 주장하면 어쩔 것인가? 그 경우에도 불법이 아니고 본인은 거래 내역에 대해 전혀 몰랐으니 문제될 것 없다고 하면서 그냥 넘어갈 것인가? 

③ 누가 후보자인가 : 공직후보자 해명 책임의 소재

셋째, 나는 오충진 변호사의 해명을 보면서 공직자로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오 변호사는 자기와 야당 국회의원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직접 토론을 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인사청문위원인 국회의원은 그럼 앞으로 공직후보자의 가족이 방송 일대일 토론을 요구하면 다 응해줘야 하는 것인가?  

오충진 변호사로서는 아마 지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자기가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서울대 출신 대형 로펌 연봉 5억 원짜리 변호사가 자기 배우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야당 의원과 텔레비전에서 일대일 토론을 하자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오 변호사가 판사 출신이고 서울대를 나왔고, 지금 현재 대형 로펌에서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공직 후보자는 어디까지나 오 변호사가 아니라 그의 배우자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여성 고위 공직자의 남편들이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숨긴다. 미국 사람 중에 산드라 데이 오코너 전 연방대법관이나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연방대법관의 남편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국인들 중에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의 남편이나 현직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남편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은 사실 여성 고위 공직자들의 남편에 대해 별 관심도 없다. 왜냐하면 공직자는 그 남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영미의 여성 공직후보자의 남편이 자기 아내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오충진 변호사가 하듯이 전면에 나서서 방어를 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어디까지나 공직자는 아내이지 남편이 아니고,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공직자의 머릿속이지 그 남편의 두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에, 자기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자칫 자기 배우자를 가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반대로 빌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이었던 시절에 힐러리 클린턴이 뭔가 정책 문제에 대해서 전면에 나서려고 하면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해서 강한 역풍이 불곤 했다. 배우자가 무슨 자격으로 국정에 개입하느냐는 것이다. 

이미선 판사는 자신의 증권계좌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청문회 당시에 자료를 제공하거나 해서 해명을 충분히 했어야 했고, 시간이 부족해서 석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후보자 본인이 보도자료를 돌리거나 아니면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추가설명을 했어야 했다.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서 남편 뒤에 숨는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인사청문회라는 것은 공직 후보자 본인의 말과 글을 통해 그를 직접 평가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국민들은 이미선 판사 본인이 이미 벌어진 사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인지하고 평가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고자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 남편이 아니라.

사실 사태가 이렇게 된 1차적 책임은 이미선 판사 본인에게 있다. 어차피 부부간에 당장 이혼을 할 것도 아닌데, 그냥 남편 명의로 거래하면 되는 것을 굳이 이 판사 자기 명의로 증권계좌를 만들었고, 그리고 나서는 공인인증서를 남편에게 주면서 주식거래에 대해 포괄적으로 남편에게 위임을 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차명계좌는 아니고 다만, 주식거래에 대해서만 위임한 것이라고 한다. 애매모호한 상황이 연출돼 버렸다.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모호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선 이미선 판사 본인이 거래내역을 꼼꼼히 따져 보고 필요하면 남편에게 추가 설명이라도 들어서 스스로의 말과 글로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설명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선 판사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설명은 그 남편이 다 하고 있다. 공직후보자는 이미선인가, 아니면 오충진인가?
 
청문회 나온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문회 나온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난 10일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미선 판사는 자신에 대해 제기된 주식 보유 및 거래 관련 의혹은 물론 여러 헌법적 쟁점에 대해서도 답변을 회피하거나 모호한 답변으로 대응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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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미선 후보에게 실망스러운 것은 이뿐 아니다. 주식거래 이외에 여러 헌법 관련 쟁점에 대해 이미선 후보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등 모호한 답변으로만 일관하고 자신의 헌법적 소신을 명확히 밝히질 않았다. 

헌법재판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다. 헌법은 그 내용의 추상성 때문에 일반 형법이나 민법과 다르다. 헌법에 적혀 있는 가치들, 자유, 권리들도 서로 충돌할 수 있다. 그것을 온전히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받은 사람들에게는 따라서 이 가치의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고, 왜, 어떻게 해서 각각의 쟁점에 대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미선 판사는 청문위원들이 답답해 할 정도로 대부분의 헌법적 쟁점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만 했다. 이미선 판사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에 이미선 후보의 헌법재판관 적격성 여부는 은퇴한 전직 대법관 출신 선배 여성 법조인이 나서서 말해주고,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남편이 나서서 확성기를 들고 전면에 나서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단지 이미선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무슨 비판이 어떻게 제기되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선 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단지 이미선이라는 개인의 헌법재판관 취임 여부가 아니다. 

보다 더 큰 틀에서 인사청문회라는 것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공직자에 대한 적절한 검증을 통해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의 초점이 돼야 한다.

앞으로 이번 이미선 판사 건과 유사한 인사청문회 상황이 또 벌어지면 그때마다 후보자 가족들이 나와서 야당 의원들과 일대일 토론하자고 하고, 후보자 가족들과 선배들이 일일이 다 설명하고 후보자 본인은 청문회에서 제기되는 온갖 쟁점에 대해 얼버무리기만 하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상황을 그대로 좌시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 민주 제도의 정상적인 상황 전개인가? 

이미선 판사 건은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공직후보자의 해명 의무, 책임의 범위, 공직자의 주식거래 허용 범위에 대해 중대한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야말로 이미선 후보자의 인사청문과정이 놓치고 있는 바이다. 

이미선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취임한다 해도 그것은 문제의 끝이 아니다. 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토론과 실질적 대안 모색의 과정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장부승 교수는 15년간의 한국 외교관 생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계 최대 국방 연구소인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현재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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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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