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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월요일 오후 7시, 청담역에 위치한 페미니즘 카페이자 사회적협동조합 '두잉(DOING)'에서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들녘'출판사가 함께 만들고 있는 청년 백과전서 '룰디스'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 기자 말

2015년을 전후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한국에서 페미니즘 담론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숨 가쁘게 진행되어 왔다. '넷페미' 혹은 '영영페미'로 이름 붙여진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은 '공중전'과 '지상전'을 오가며 남성 중심의 공간에 자신들의 언어를 새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5년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많은 지형의 변화가 있었다.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는 그동안 저 앞을 바라보고 전력질주만을 해왔던 발걸음을 늦추고 페미니즘 내부에 생겨난 논쟁점들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숨을 돌릴 것을 요청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들이 찍은 쉼표는 "페미니즘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아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저를 맡은 네 명의 저자들 모두 공통으로 가진 문제의식이 있는데, 각자 자신들의 삶의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주제의식을 가지고 '폭력'과 '고통'에 대하여 재사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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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철학자 이현재(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저자 이아름(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과정), 정경직(성공회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최성용(성공회대 MAINS 석사과정), 정연(필명, 성공회대 사회학 전공)이 참여했다.

북토크에서는 이현재 교수의 능숙한 진행과 저자들의 첨예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사회자는 저자들이 심중에 담아둔 바를 충분히 풀어낼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유도하는 한편, 저자들의 논의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비판의 지점들을 날카롭게 짚어냄으로써 논의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바꿈 청년네트워크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바꿈 청년네트워크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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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질문은 가장 처음에 나온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와 그 연장선상으로 "'무엇을' 쉬고 싶어서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였다. 저자들은 각자 글의 중심 의제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나는 OO를 쉬고 싶다"는 형식의 한 문장으로 대답했다. 이후 순서는 각 저자별로 다른 저자들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을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 질의응답을 거친 후에 끝났다.

저자들의 논의를 보다 세밀하게 소개하자면, 정경직씨의 글은 리부트 페미니즘을 세대론적 혹은 온/오프라인의 문제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하고 그 대안으로 '속도의 페미니즘' 개념을 제시한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고, 온라인이 무조건 개방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폐쇄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언급한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된 페미니즘은 오프라인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특정한 행위 양식을 주조한다. '넷페미'니 '교차성 페미'니 하는 분류는 여기에서 의미를 잃으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속도감이 곧 정치적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속도의 페미니즘'은 김주희씨의 <속도의 페미니즘과 관성의 정치>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정경직씨는 김주희씨의 문제의식을 경유하여 그간 한국사회에서 '기동전'의 양상으로 진행된 페미니즘이 불러일으킨 긍정적인 효과와 한계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을 짚고, 속도의 전략을 전유하는 방식으로서 각자의 삶의 위치성과 속도를 고려함으로써 페미니즘에 새로운 활기와 실천을 불어넣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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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씨의 글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글이다. 그가 정리한 정치적 올바름이 한국 사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세 가지 용법은 첫째로 언어나 문화 예술에 스며들어있는 성차별에 저항하고 바꿔나가려는 운동, 그리고 안티페미니스트를 주체로 한 용법, 마지막으로 정치적 올바름마저 깨부숴야 할 기존 사회의 규범으로 보는 입장으로 분류된다. 최성용씨는 이와 같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상이한 입장들을 정리한 후 "정치적 올바름을 유연화"할 것을 제안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강요한다"는 불만이나 "도덕이나 윤리 따위는 아예 버려야"한다는 주장이 방법론으로서 대두되기도 하는 한국 사회에서 맥락에 기초한 설득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의 글은 어떻게 보면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북토크에서 드러난 그의 발언들은 그런 점에서 그가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청년도서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청년도서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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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름씨의 글은 정체성에 천착한 당사자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버틀러와 파인버그를 경유하여 자/타의 경계에 대한 재사유를 요청한다. 이아름씨는 고정된 '당사자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온라인 공론장에서는 마치 어떤 고정된 정체성이 있고 그 당사자의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발언권을 가져오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런 전략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리게 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고립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꼬집었다.

정체성이 고정된다는 말은 곧 자와 타, 내집단과 외집단이 분리된 집단으로서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아름씨는 이러한 인식을 깨고, 서로가 실제로 어떻게 연관되어있고 공모의 관계에 놓여있는지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연대를 구축해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아름씨는 '탈코르셋' 담론에 대해서 성애화되지 않을 방식을 고민하며 여성들만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체성을 확보함으로써 젠더규범의 권력적 위상을 박탈하는 운동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 북토크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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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연씨의 글은 피해와 가해가 어떤 구조 속에서 발생하게 되는지, 그리고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우리가 속해있는 규범과 힘에 대해 같이 성찰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인식에 대해 말한다.

이날 정연씨는 "네 탓 아니면 내 탓이라고 얘기하게 만드는 것이 피해자를 취약하게 만들고 그것이 지배하는 방식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개인화시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를 고립의 가능성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오히려 지배당하지 않게 하는 법"이라고 언급하며 상황에 따라 개인과 구조를 향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한다고 마무리했다.

이날의 북토크는 최근의 페미니즘 논쟁 지형을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도 하면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 위해 찍은 "쉼표"라는 문제의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페미니즘을 삶의 방식이자 사회를 바꿔나가는 무기로 삼아 함께 고민하고 사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폭력과 고통의 구조, 페미니즘 정치학, 정체성과 언어를 사유하는 인식 태도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고민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모두들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다는 것,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본 후기는 바꿈 홈페이지, 미디어오늘에 중복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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