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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1952년에 만들어진 상무대는 1994년 광주에서 장성으로 이전할 때까지 보병, 포병, 기계화, 화학학교를 비롯한 각종 군사교육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호남 최초의 노동야학인 들불야학을 만든 7명의 대학생(윤상원, 박관현, 박기순, 박용준, 신영일, 김영철, 박효선)을 기리기 위해 만든 5.18 자유공원의 들불열사 기념비 ⓒ 김이삭
  
5.18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학대하며 거짓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던 곳인 5.18 자유공원의 헌병대 본부 사무실 ⓒ 김이삭
 
상무대를 세웠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무(武)를 숭상하는 배움의 터전'이라 명명했는데요.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이와 무관하게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감금하고, 학대하고, 폭행했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5.18 자유공원'으로 보존되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 남아 있고, 상무대 사찰이었던 무각사에는 '5.18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역사의 아픔이 남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인 두 곳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무대, 5.18 자유공원
 
상무대의 헌병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잠을 자던 내무반이었지만, 5.18 당시 시민들을 상대로 신군부가 고문과 심문을 행했던 5.18 자유공원의 헌병대 중대 내무반 ⓒ 김이삭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정권을 찬탈하려 했던 신군부에 맞서 싸우다가 구금된 시민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5.18 자유공원 ⓒ 김이삭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무력을 행사했던 신군부에 맞서 싸웠던 광주 시민들을 구금하고 학대했던 장소인 상무대 영창과 법정은 역사의 아픔이 남아있는 산 증인과도 같은 곳입니다.

얼핏 보면 이곳이 지금의 5.18 자유공원에 자리잡았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상무대의 영창과 법정은 지금의 위치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군부대 이전과 상무지구 개발로 인해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하지만 오월단체의 현장보존 요구에 의해 철거 후 100m 옮겨서 복원하기로 결정했지요. 이 때 다시 쓸 수 있는 자재들을 사용해 1999년 4월에 상무대의 영창과 법정을 지금의 위치에 원형으로 이전 복원하여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비록 원형 보존은 아니지만, 자칫 도시계획에 의해 사라질 뻔한 곳을 복원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무대 군인들의 식사 장소였지만 5.18 당시에는 시민들을 고문하고 취조했던 임시 취조실로 사용되었던 5.18 자유공원의 헌병대 식당 ⓒ 김이삭
 
5.18 당시 신군부에 저항했던 이들을 구금하면서 무참한 폭력과 삼엄한 감시와 같은 인권유린이 자행되었던 5.18 자유공원의 헌병대 영창 ⓒ 김이삭

이곳은 영창과 법정뿐만 아니라 헌병대 중대 내무반과 헌병대 본부 사무실, 헌병대 식당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재판하기 위해 지어진 법정까지 보존되어 있습니다.

당시 군인들이 시민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재현한 마네킹들이 사무실과 식당, 영창, 법정 건물 내부와 자유공원 외부에 전시되어 있죠. 먼저 계엄사령부의 합동수사본부로 사용되었던 헌병대 본부 사무실에서는 계엄군에 의해 끌려온 시민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을 구타하고 고문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반원형의 커다란 부채모양을 하고 있는 영창에서는 사람들이 한 방에 150명까지 수감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허위 진술을 강요받고 그 과정에서 고문과 구타를 당했지요. 또한 이들을 상대로 하루 16시간의 정좌자세 수감생활을 시키면서 삼엄하게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을 가혹하게 구타하면서 인권유린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인들이 밥을 먹고,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인 내무반이나 식당에서도 시민들을 상대로 심문과 고문, 구타를 행하기도 했죠. 그야말로 '작은 아우슈비츠'가 아닐 수 없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구속자들을 재판하기 위해 신군부가 1980년 8월에 급히 지었던 5.18 자유공원의 법정 ⓒ 김이삭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구속자들을 재판하기 위해 신군부가 1980년 8월에 급히 지었던 5.18 자유공원의 법정 ⓒ 김이삭

여기에 신군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자신들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학살했다는 사실이 들킬 것을 두려워하여 상무대 안에 급히 법정을 만듭니다. 이곳에서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421명의 사람들에 대한 약식 재판이 있었는데요, 무장 군인들의 감시 하에 검사나 변호사도 없이 군인들이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미리 만들어 놓은 각본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사형 및 무기징역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불공평한 재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은 애국가를 큰 소리로 불렀고, 신군부의 정권 찬탈 행위와 민간인 학살을 폭로하며 민주화운동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신군부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5.18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과 함께 말이죠.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시민들의 휴식공간, 5.18기념공원
 
광주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동시에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5.18 기념공원 ⓒ 김이삭
 
광주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동시에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5.18 기념공원 ⓒ 김이삭

상무대가 광주에 있었을 때 군인들을 위한 수행도량으로 자리했던 무각사와 상무지구의 여의산 근처에 큰 공원이 하나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5.18 기념공원인데요, 상무대가 이전하면서 공원부지로 무상양여받은 곳으로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는 기념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상에는 숭고한 5.18 정신을 빛으로 형상화한 스테인리스 조형물,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짊어진 광주시민들의 용기와 사랑을 표현한 조각상, 지하에 있는 추모공간으로 향하는 출입구 역할을 하면서 묻혔던 관이 위로 솟아 힘과 용기를 표현하는 관부조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하의 추모승화공간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를 형상화한 인물상과 5.18의 현장과 역사를 표현한 부조가 존재하고, 부조 반대쪽 벽면에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관련자들의 이름이 새겨 있습니다. 기념공원에 걸맞게 경건하면서도 당시 시민들의 숭고했던 희생정신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의해 희생되었던 학생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자 만들어진 5.18 기념공원의 광주학생운동기념탑 ⓒ 김이삭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의해 희생되었던 학생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자 만들어진 5.18 기념공원의 광주학생운동기념탑 ⓒ 김이삭

기념공원의 현황 조각과 추모승화공간 근처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광주학생운동기념탑이 넓은 잔디밭과 함께 자리잡고 있죠. 먼저 맨 앞에는 하늘을 바라본 상태에서 앞을 향해 손을 뻗은 학생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 맨 앞에 놓여 있습니다.

또 콘크리트로 된 구조물에는 5.18 당시 신군부의 무자비한 진압과정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과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적힌 돌판, 그리고 5.18 당시 광주의 고등학생들이 발표했던 성명서가 돌판에 새겨져 있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마음은 신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았다는 것을 이 기념탑이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곳이 휴식공간이긴 하지만, 숙연함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https://gl-revieuer86.postype.com/post/3716418)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5.18자유공원, #5.18기념공원, #상무대옛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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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프로듀서보다 솔직담백한 국민리뷰어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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