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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 개인적인 초대장입니다. 

3년 전쯤 서울광장에서는 17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서울퀴퍼)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이 보셨겠지만 당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영상이 SNS를 타고 흘러 저에게도 왔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들이 축제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광장 밖으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혐오와 차별 그리고 배제를 일삼는 현실이 다가오는데 적어도 광장 안에서는 그 누구도 혐오 당하지 않고,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길 모두가 바라는 듯 보였습니다. 저도 그날 현장에 있었습니다. 서울퀴퍼 자원활동가로 참여했죠. 그날은 참 더웠던 것 같습니다.

여름날의 열기로 연대를 상상하다
 
 3년 전 서울퀴퍼의 슬로건은 "Queer I Am : 우리 존재 파이팅!'이었다.
 3년 전 서울퀴퍼의 슬로건은 "Queer I Am : 우리 존재 파이팅!"이었다.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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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서울광장 입구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거나 막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서울광장은 따로 출입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출입증을 발급받지 않고서 촬영을 하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이 퀴어문화축제를 지속해서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도해 왔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울광장 반대편에서는 동성애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한창 축제가 진행될 즈음 서울광장으로 가는 또 다른 건널목 너머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한 대학의 깃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개신교 계열의 대학이었습니다. 이 대학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크기로 유명했습니다.

저는 '저들이 서울광장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어떻게 막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들이 다른 쪽 건널목을 건너 동성애 반대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 학교에도 성소수자가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느꼈던 씁쓸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차별과 싸우고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해 모일 겁니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과 한국여성민우회 부스에서 받았던 굿즈.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과 한국여성민우회 부스에서 받았던 굿즈.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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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광장에서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제 친구는 작년 서울퀴퍼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팔레스타인에도 퀴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퀴퍼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다는 것은 조금은 더 특별한 일입니다.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을 지속적으로 억압해왔고, 기본권을 해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퀴어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게이 천국'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많은 인권활동가에게 기만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퀴퍼에서 드는 팔레스타인 깃발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을 가리려는 '핑크워싱(Pinkwashing)'에 저항하는 국제적인 연대와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는 여전히 이러한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설득할지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작년의 팔레스타인 깃발은 분명 그런 의지의 표명이었을 겁니다. 

이렇듯 6월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함께합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권리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단을 조직했습니다.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자 자유한국당은 비난 일색의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참여단은 퀴어 당사자들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앨라이(Ally)' 일부로부터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성소수자 외면 발언과 성소수자 인권 관련 질문에 대한 '나중에'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죠.

수많은 우려에도 참여단은 민주당이 퀴어인권에 대해 조금은 더 고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퀴퍼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고, 민주당에도 있을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축제는 이렇듯 많은 논쟁이 오가고 우리는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중입니다.

광장을 넘어서, 편견을 넘어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노선도. 최대 차량인 11대가 최초로 광화문을 지나게 된다.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노선도. 최대 차량인 11대가 최초로 광화문을 지나게 된다.
ⓒ 서울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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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년 만에 다시 서울퀴퍼 자원활동가가 되었습니다. 29일 설레는 마음으로 사전교육도 다녀왔습니다. 올해 서울퀴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굴 만나게 될지 궁금합니다. 더 설레는 것은 스무 살이 되는 올해 서울퀴퍼의 카퍼레이드가 광화문을 최초로 지나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광장에서 광장으로 우리는 연대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습니다. 광화문을 비췄던 촛불에 적폐가 청산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광화문을 지나가는 카퍼레이드는 차별과 배제에서 벗어나 연대를 상상하는 또 하나의 촛불입니다. 6월 1일 하루에 불과하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데에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돌아오는 토요일에 서울광장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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