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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해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 신상발언하는 강효상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해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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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정치적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한 고교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왜곡된 한미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유출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야당 의원 탄압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 하는 작태"라고 정의하며 "끝까지 맞서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기밀 유출 의혹을 받는 주미 대사관 참사관 K씨는 변호인을 통해 나름 억울함을 호소 중이다. "강효상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게다가 그는 강 의원과 달리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다. "강효상 의원과 대학시절 신입생 환영회를 포함해 고교 동문회에서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대학졸업 이후 30년 넘게 강효상 의원과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며 "2019년 2월경 국회 대표단 방미 시, 미 의회 업무 담당자로 자연스럽게 강효상 의원을 만난 것을 계기로, 그 이후 워싱턴에서 방미 차 왔을 때 식사를 한 번 했고, 몇 번 통화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기만 하다. 참사관은 강 의원과 친하지도 않은데 어찌 국가 기밀까지 유출했으며, 또 강 위원은 그토록 후배를 아낀다면서 왜 그런 기자회견까지 열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세종청사와의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세종청사와의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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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라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그에 반발하는 한편,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남을 '북풍'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들은 양비론적 시각에 따라 이번 사태를 정치 공방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물타기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명약관화하다. 절대 있을 수 없는 국가 기밀 유출 사건이며, 중대한 범죄다. 그것은 이전 정부가 이야기했던 소위 '국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왜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끝까지 우기는 걸까? 요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걸핏하면 이와 비슷한 사고를 치는데, 이것이 우연일까?

막말, 기밀 유출 논란... 논란의 의원들, 공통점은

이번 사건에서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건 강효상 의원의 신분이다. 그는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현재 대구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의 지역구로서, 이대로 총선이 열린다면 자유한국당은 현역 의원 없이 경선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비례대표인 강효상 의원으로서는 지금 이 시점에 당 지도부와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기사만 아니면 뭐든지 기사 나는 게 유리하다'는 말이 있듯이, 그에게는 언론의 집중이 절박하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4월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막말을 뱉었던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이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센인 관련한 막말을 했던 김현아 의원, 5.18 막말로 유명해진 김순례 의원과 이종명 의원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모두 내년 총선에 불리한 전 의원이요, 비례대표라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아 의원 (자료사진)
▲ 현안 브리핑하는 김현아 대변인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아 의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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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김현아 의원의 변신이 가장 극적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을 찬성했지만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바른정당으로 가지 못하고 그동안 자유한국당 안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의원이다. 오죽하면 당원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겠는가. 그랬던 그가 총선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의 원내대변인 직을 맡아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강효상 의원의 국가기밀 유출 사건은 그가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보 유출에 대한 관대한 정당 문화

강효상 의원의 비례대표 신분 외에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자유한국당의 기밀 유출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2년 대선 때는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과 관련한 대화록 내용을 읊어 물의를 빚었다. 김 의원은 대화록 유출 의혹을 부인했고, 지난 2014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기재부의 미공개·미인가 예산자료 100만 건 이상을 무단으로 열람,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비판을 받았다. 심 의원은 지난 4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례에서 필자는 그들이 국가 기밀 유출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은 국가 기밀 유출을 여당일 때는 정부 여당의 특권으로, 야당일 때는 당연한 의정 활동으로 여겼던 것 아닐까. 그의 무모한 용기는 국가 기밀 유출과 관련하여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정당 문화에서 기인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해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황교안·나경원과 인사하는 강효상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해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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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부른다고 해도 강 의원을 (검찰에) 내어줄 수 없다는 게 당의 입장"
"(외교부의 고발은) 야당에 대한 재갈 물리기로 정치 탄압이라는 것이 저희 당의 결론"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비록 자유한국당은 강효상 의원을 내줄 수 없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지난 30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8.1%는 이번 한미 정상 간 통화 공개를 국익을 침해하는 불법적 기밀유출이라고 인식하고 있다(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132명 대상. 505명 응답, 5.5% 응답률 기록.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 방법.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실제로 많은 보수 정치인들조차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그들의 핵심인 한미 동맹마저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사태가 상식과 원칙대로 시급하게 처리되길 바란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국가 기밀을 누출하는 정치인들이 사라지도록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태그:#강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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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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