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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6시전쯤까지 존재하던 교육부 홈페이지 속 유은혜 장관 사진.
 30일 오후 6시전쯤까지 존재하던 교육부 홈페이지 속 유은혜 장관 사진.
ⓒ 교육부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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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육기관. 과거 교육학 교과서에 실린 '교육 4주체론'에서 얘기하던 네 개의 기둥입니다. 이 네 기둥이 바로 서야 교육이라는 큰 집이 튼튼하게 완성된다는 논리였죠.

요즘에도 이 4주체론은 새겨볼 만합니다. 물론 네 개의 기둥 가운데 학생이라는 기둥을 중심으로 놓는 게 시대의 상식일 겁니다. 교육기관은 세 기둥이 바로 서도록 지원, 지지하는 노릇이 점점 강조되고 있을 뿐이죠. 이런 것이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 걸맞은 논리구조란 생각도 드네요.

모니터 2/3 가득 채운 유 장관, 나머지 사진도 유 장관, 유장관, 유 장관...

이에 따라 지금 전국 대부분의 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은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장의 얼굴이 첫 화면에는 없습니다. 밝게 웃는 학생들의 얼굴이 교육의 목적을 밝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초중고 학교 현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걸어놓았던 '역대 교장' 사진들은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이 자리에 학생들의 활동 사진이 들어가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홈페이지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사진입니다.

30일 오후 현재, 양 손을 들고 밝게 웃는 유 장관의 얼굴 사진이 첫 화면 모니터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 옆에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풍경처럼 보입니다. 더구나 몇몇 학생은 얼굴을 잘라 놓기도 했습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교육부 현장 소식'이란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5개의 사진 가운데 4개가 유 장관 사진입니다. 지난 29일엔 다섯 장 모두 유 장관 사진이었습니다.

다른 정부 부처는 어떨지 살펴봤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여성부, 고용노동부 등 어떤 홈페이지에도 교육부처럼 장관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전 정부 교육부도 이렇게 장관 사진을 대문짝처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교육부 홈페이지와는 다른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교육부 홈페이지와는 다른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 문체부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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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홈페이지와는 다른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첫 화면.
 교육부 홈페이지와는 다른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첫 화면.
ⓒ 여가부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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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청와대 사이트만큼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사실 교육부 홈페이지 모습은 청와대 사이트의 사진 배치를 많이 닮았습니다. 교육부가 두어 달 전에 홈페이지를 새로 개편한 결과입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기에 이해가 가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 장관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일 뿐입니다. 

정치인 출신인 유 장관은 올해 안에는 장관을 그만 둘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페이스북 댓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 학교 또는 교육청에 근무하는 교육관계자가 실명으로 쓴 겁니다.

"(교육부 홈페이지가) 국회의원 유은혜 홈페이지 (같다.)"
"허다한 교육 현장의 문제는 답보상태인데 인물 마케팅에 주력하면 교육 현장이 바뀌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한 교사는 댓글에서 "(교육부 홍보) 관료가 장관 욕 먹이는 방법이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어떤지 이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교육부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건 시각은 30일 오후 5시 30분이었습니다.

교육부 "장차관 사진 위주로 찍다보니..." 해명 뒤 5G급 사진 교체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도 홈페이지에 장관님 사진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장차관 위주로 행사 사진을 찍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면서 "장관실에서는 오히려 교육부 자체를 내세우는 것을 경계해왔다"고 해명하더군요.

이렇게 취재한 뒤 30분 뒤인 이날 오후 6시 다시 교육부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첫 화면에서 대문짝만하던 유 장관의 사진 대신 아이들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전화 통화 30분 만에 사진을 바꾼 것이죠. 5G급 사진 교체 속도입니다.
 
기자와 통화 뒤 몇 분 만에 유은혜 사진을 뺀 교육부 홈페이지 첫 화면.
 기자와 통화 뒤 몇 분 만에 유은혜 사진을 뺀 교육부 홈페이지 첫 화면.
ⓒ 교육부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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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4주체 가운데 교육기관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건 국정교과서 시대로 가는 것이죠. 현 정부는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 장관의 사진 대신 학생들의 사진과 활동 내용이 만발한 교육부 홈페이지가 되길 바랍니다.

태그:#유은혜 사진, #교육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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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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